8일 오전 6시 40분경 경기도 부천의 송내역 부근 편도 2차선 도로에서 교통사고 현장을 목격하고 피해자를 돕기 위해 구조에 나선 군인이 신호를 위반한 트럭에 치여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사고를 당한 여성을 돕기 위해 기꺼이 나섰다가 2차 사고로 숨진 군인은 육군 특수전사령부 9공수여단 정연승(35세) 상사다.
이른 아침 출근하던 정 상사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년 여성이 차에 치여 쓰러져있는 것을 발견했다. 정 상사는 곧바로 자신의 차를 갓길에 세우고 의식을 잃은 여성을 돕기 위해 나섰다. 사고 운전자가 당황해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 동안, 정 상사는 침착하게 여성의 상태를 살피고 기도를 확보해 응급처치를 시작했다.
그러나 정 상사가 응급처치에 몰두하고 있는 사이 신호를 무시하고 달려오던 1t 트럭이 정 상사와 피해여성, 사고운전자 등 3명을 그대로 들이 받았다. 심각한 부상을 입은 정 상사와 피해 여성은 인근 병원으로 곧바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정 상사의 사인(死因)은 중증 흉부 손상이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타인을 돕기 위해 헌신 봉사하다 안타깝게 숨진 정 상사는 평소 부대에서도 매사 열정적이고 솔선수범의 자세로 복무해 부대원들에게 귀감이 되어왔다. 여단 장비정비대(특수작전에 필요한 낙하산, 잠수복, 고무보트 등을 검수‧정비‧관리하는 부대) 소속인 그는 손재주가 남달라 각종 장비 수리는 물론 다른 사람들이 힘들고 어려워하는 작업들도 먼저 나서 척척해냈다. 특히, 길리슈트(Ghillie suit, 위장복) 제작과 연구 등 대테러·특수전 장비의 성능 개선과 부대 전투력 발전을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왔다.
또한, 정 상사는 여가시간을 이용해 봉사활동도 꾸준히 해온 마음 따뜻한 특전군인이었다. 지난 2000년부터 최근까지 부대 인근 장애인 시설과 경기도 시흥의 양로원을 찾아 목욕과 청소, 빨래, 식사 등으로 봉사하며 가족과 다름없는 정을 나눠왔으며, 결식 아동과 소년소녀 가장 돕기에도 적극 나서 초·중등학교에 다니는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매월 10만 원씩 후원하기도 했다.
그 뿐만 아니라, 정 상사는 태권도 2단, 특공무술 3단 등 도합 5단의 유단자이자, 스쿠바는 물론 동력수상레저 조종 1급 면허를 갖고 있는 만능 스포츠맨으로 부대에서 부대원들의 체력단련을 위한 교관 임무도 도맡아 해왔다. 사고 당일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점호시간에 맞춰 병사들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함께 체력단련에 동참하기 위해 이른 아침 출근하던 중에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특수전사령부는 마지막 순간까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희생의 본분을 다한 정 상사의 의로운 정신을 기리고 추모하기 위해 자발적인 모금운동을 전개해 유가족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유족으로는 사랑하는 아내와 여덟 살, 여섯 살의 어린 두 딸이 있다. 정 상사의 영결식은 10일(목) 9시 국군수도병원에서 부대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