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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는 정보전쟁에서 지고 있다

군인 출신 학자가 보는 오늘날의 전쟁 : 이미 우리는 전쟁 중

 



201925일자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에 새로운 전쟁(The New Rules of War)’의 저자 숀 맥페이트와의 인터뷰가 소개되었다. 작가 맥페이트는 책벌레에 바이올린 연주가였지만 아이비리그의 대학을 졸업하고 미육군 공수부대에 들어간다. 제대 후에는 아프리카에서 용병으로 생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젊은 시절이 지나면 야전군 생활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후, 몇 개의 학위를 더 취득하고 지금은 워싱턴 DC의 국방대학교와 조지타운 대학에서 전략과목을 가르치고 있다인터뷰에 앞서 그는 다음과 같이 자유롭게 간단한 코멘트를 했다.

 

무너진 세계질서가 언젠가는 부러진 다리처럼 회복될 수 있을 거라고 사람들은 믿고 있다. 그러면 오히려 예전보다 뼈가 더 단단해 질거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이건 어디까지나 순진한 착각이다. 지금 세계는 견고한 혼란에 빠져 있으며 그렇게 생겨나고 있는 새로운 질서는 강력한 파괴력을 갖고 있다.

 

현대 사회의 혼란은 쉽게 말해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과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브렉시트 등 예전에는 구경하지 못한 사건들 때문이다러시아가 유럽을 혼란에 빠뜨리기 위해서 굳이 무력 공격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시리아에 폭격을 하면 된다. 시리아에서 발생한 대량 난민이 유럽으로 몰려가고 여러 나라에서 거의 국가 위기에 준하는 난민사태를 발생시킨다. 그렇게 브렉시트가 촉발되었고 유럽 전체에서 반정부 시위가 들끓기 시작했다.”

 

                                              

                                               < 인터뷰 전문 >

 

이코노미스트 : ‘견고한 혼란의 시대란 어떤 의미인가? 그리고 현재 우리가 새로운 정치질서와 마주하고 있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숀 : 견고한 혼란이란 민족국가를 기본 단위로 설정한 베스트팔렌 조약(유럽의 각국의 평화를 위해 1648년 체결된 조약)이 더이상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되면서 발아했다그렇다고 무정부주의같은 개념은 아니다. 문제들을 한방에 말끔히 해결하지 못하고 그때그때 억누르며 꾸역꾸역 작동하고 있는 세계를 말한다거기서 새로운 형태의 전쟁들이 생겨나고 있다. 여기서 예전의 전략은 통하지 않는다.

 

무력 충돌은 끊임없이 여기저기서 발생하고 현재 지구촌의 많은 국가들이 그런 혼란을 경험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이제 되돌리기가 불가능하다. 용병들이 다시 부활하고 있으며 전쟁은 기업화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자본력이 있는 사적(私的) 집단이 무력까지 갖게 되는 것이다전쟁은 더이상 국가대 국가로 발생하는 충돌이 아닌 것이다.

 

전쟁의 형태가 급격히 변하고 있지만 우리는 새로운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우리는 옛날 방식대로 훈련하고 파병하고 전투를 하고 있다. 그리고 예상치 않은 싸움의 결과에 엄청난 혼란을 느끼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책에서 말한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싸우고 있다는 말의 의미는?

 

: 정보화 사회에서는 교묘한 기만작전이 승패의 결정적인 무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런 연막공작들이 전쟁 자체를 한 치 앞이 안보이는 그림자 속으로 끌고 가는 것이다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직접 침공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우회적인 방법을 썼다리틀그린맨이라는 정체불명의 특수부대를 활용한 것이다. 동시에 거짓 정보들을 마구 살포했다.

 

러시아의 교란 작전은 성공했다. 검은 안개가 걷히고 국제사회가 상황파악을 할 때쯤 되자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은 기정사실이 되어있었다. 정보전에서는 우선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승패를 좌우한다NATO는 옛날 소련의 이미지만을 생각하고 국경에 탱크와 재래식 무기를 잔뜩 배치하고 있다가 뒤통수를 맞은 것이었다





이코노미스트: ‘미국은 지금 중국과 전쟁 중이지만 정작 미국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라고 했다. 어떤 의미인가? 그렇다면 미국은 어떻게 전쟁에서 이길수 있나?

 

: 전통적인 전쟁의 개념은 마치 전깃불처럼 켜지거나 꺼지거나 둘 중 하나다. 하지만 이젠 그런 생각은 통하지 않는다중국처럼 교활한 적은 전쟁과 평화의 사이를 교묘히 파고드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미국이 본격적으로 전쟁을 시작하지 못하게 교묘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남지나해에서 거의 전쟁에 가까운 군사도발을 일으킨 뒤 거기서 멈춘다. 그리고 그때까지 얻어낸 것들은 양보하지 않는다그들은 동시에 국제법을 중국에 유리하도록 바꾸는 전략도 진행중이다. 그건 법의 개념 자체를 파괴하는 행위다.

 

그리고 중국은 헐리우드를 상당 부분 장악했다. 이제 영화에서 중국을 악당으로 묘사하는 것도 불가능해 졌다. 국제법을 두고 충돌이 생겼을 때를 대비하여 중국의 이미지를 포장하기 위한 매우 영리한 작전이다.

 

미국이 평화에 취해있을 때 중국은 부지런히 전쟁을 하고 있었다. 미국도 예전에 그런 전쟁을 치른 적이 있다. 바로 냉전이다이코노미스트: 그렇다면 전쟁이 찾아올 때 어떻게 대처할 수 있나? 사람들이 오늘날의 전쟁에 대해서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은 어떤 것인가?

 

거대한 전쟁터에서 벌이는 전쟁은 이제 대부분 사라지고 없다. 그런데도 미국은 항공모함과 전투기, 로봇에 수 조 달러의 돈을 쓰고 있다. 그러고도 계속 여기저기서 날뛰는 적들을 어떻게 하지 못해 당황스러워 하고 있다. 이것은 전략의 부재가 원인이다.

 

아직 1945년의 영광스러운 승리에 취해 있는 것이다. 과거의 영광에서 빨리 벗어나지 않으면 계속 고전할 수 밖에 없다오늘날의 전쟁은 최초의 총성 한발이 울리기 전에 이미 정보전에서 거의 승패가 결정 난다. 외교와 전통적인 국가 운영 방식만으로는 적절하게 대처하기가 어렵다문제가 위기로 발전하고 위기가 전쟁으로 번지는 걸 막기 위해서는 뛰어난 정보력과 전략적 대전환이 필수적이다



이코노미스트: 이런 시대에 어찌보면 민주주의 국가들은 더 불리하지 않은가? 특히 각종 조작과 기만공작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반면 독재국가들은 더욱 위력을 발휘할 듯 하다. 그렇다면 민주주의가 다소 쇠퇴하더라도 독재국가들과 효과적으로 대결할 수 있는 전략으로 전환해야 하나?

 

: 오늘날 전쟁은 더욱 은밀해지고 승패도 겉으로 봐선 잘 모른다. 하지만 비밀주의와 민주주의는 꼭 서로가 배타적인 개념은 아니다그러므로 꼭 민주주의를 희생하는 것이 꼭 답은 아니다대신 서구사회도 이제 어두운 그림자 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서 반격해야 한다.

 

독재국가들 역시 '견고한 혼란'의 시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리고 우리도 그들을 효과적으로 공격할 방법이 있다예를 들어, 독재자는 도처에 정적이 있기 때문에 종종 사소한 사건에도 편집증적 반응을 보인다. 그걸 이용해 내부분열을 일으키는 방법도 있다.

 

그리고 러시아의 경우 컬러혁명(민주화 운동)을 매우 두려워 한다. 그러므로 서구사회는 민주화 운동을 뒤에서 지원할 필요도 있다전통적으로 서구는 이런 방식을 선호하지 않지만 전쟁이 그런식으로 진화했기 때문에 계속 현실을 외면할 수 없는 시점이다.

 




이코노미스트: 질문에 대한 충분한 답변이 되지 못한 것 같다. 너무 좋게 포장하려는 듯한 기분이 든다. 다시 한번 강조해서 묻고 싶다. 서구의 국가들이 과연 열린 사회를 지향하는 태도를 유지하면서 외부의 변화된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가? 아니면 자유의 가치를 버리더라도 적들과 잘 싸울수 있는 방법을 택해야 할 것인가?

 

: 1975년 미국 정보기관의 비밀 활동에 대해 방대한 조사를 실시한 바 있는 상원 처치위원회(의장: 프랭크 처치)’가 밝혔듯이 그림자 속의 전쟁은 자칫하면 민주주의 가치를 손상시킬 수 있다하지만 적절히 실시한다면 열린사회라는 서구의 가치를 지키는데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사실 독재국가를 공격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가치를 논해야 할 만큼 큰 희생을 요구하거나 어려운 일도 아니다예를 들어 독재자를 조롱하거나 희화화하는 것만으로도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보통 그들은 신격화되고 절대적인 존재로 포장된 채, 공포로 민중을 통제하고 있으므로 민주국가들은 그런 이미지를 공격해서 깨버려야 한다.

 

그리고 러시아가 중동문제에 개입할 수 있는 것은 과거 구소련의 위성국이기도 했던 주변의 기가 센 국가들이 더이상 러시아에게 위협을 주지 않은채 조용히 지내고 있기 때문이다그러니 냉전시대에 그랬던 것처럼 서구국가들은 그들을 지원하고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 그러면 러시아도 위협을 느껴 더이상 중동문제에 깊숙이 개입할 여유가 없어질 것이다.

 

마찬가지로 중국에 대해서도 내부에서 반란을 일으키는 등의 작전을 쓴다면 더이상 남지나해에 선을 그어놓고 주변 국가를 위협하지는 못할 것이다그것이 바로 그림자 속의 전쟁이다.

 

물론 국내에서 강력한 반대여론에 부딪힐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지금껏 해온 방식으로는 효과가 없었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다적들의 서구 국가들에 대한 선거조작 및 해킹 공작이 오히려 더욱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안보와 자유를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지 그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페리클레스 시대부터 쭉 민주주의란 그런 것이었다.

 


이코노미스트: 새로운 전쟁에 대처하는데 닳아빠진 서구의 정치시스템이 힘을 쓸 수 없다면 기업이나 비영리단체, 씽크탱크, 학계와 언론이라도 능동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본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 현대전쟁은 정보전에서 승패가 결정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므로 민간분야에서 더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헐리우드와 전세계 광고계를 장악한 서구가 정보전에서 쩔쩔 매고 있다는 건 말이 안된다.

 

정부에서 넉넉히 지원만 해 준다면, 민간에서는 얼마든지 곰을 타고 있는 푸틴의 모습을 다양한 방법으로 풍자할 수 있다그리고 어마어마한 비용을 들여 전투기를 개발하기보다, 넘쳐나는 인터넷 정보의 원산지를 추적하고 밝힐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만약 어떤 정보의 발신지가 중국, 러시아, 북한이라면 대중은 덥석 미끼를 물지는 않을 것이다.

 

정보전에서는 강한자가 이기는게 아니라 교활한 쪽이 이긴다적이 교활하다면 우리도 교활해 져야 한다미래전쟁은 시작과 끝이 없다. 끊임 없이 잠복과 도발이 되풀이 될 것이다이미 지구촌 곳곳에서 이런 현상들을 목격할 수 있다.

 

전쟁도 아니고 평화도 아닌상태가 영원히 이어지는 것이다세계은행의 ‘2011년 세계보고서에서는 평화를 위한 전세계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영원히 폭력을 잠재울 방법은 없다고 인정하고 있다.

 

사회과학 분야에서도 여태껏 평화협상의 절반이 5년 이내에 깨졌다며 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다전쟁 종결이란 이제 모순어법이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 더욱 이런 추세는 더욱 뚜렷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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