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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신저의 제언: 세계질서 영원히 바꿀 팬데믹

미국은 뉴에포크 대비할 기획 시작해야
국정 효율성과 미래통찰력 두루 갖춘 정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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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라는 보도듣도 못한 전염병이 변이까지 일으키며 전 지구를 할퀴고 돌아다니자, 집안에 갇힌 채 뭐가 뭔지 도통 가늠도 되지 않는 암담한 미래에 겁만 잔뜩 집어먹고 있는 우리를 향해, 저 유명한 헨리 키신저( Henry A. Kissinger) 97세라는 노구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번뜩이는 예지로 코멘트를 날렸다. 지난 43Wall Street JournalOPINION 에는 그의 칼럼이 실렸다. 살아남으려면 협력하라는 것이다. 국가간 협력은 물론 국가가 요구하는 개인통제에 대한 협력까지. 이를 위해 우리는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주력분야는 예상대로 자유주의 세계질서 사수였다. 그의 얘길 직접 들어보자.

 


Covid-19 팬데믹이 가져온 현실 같지 않은 이 분위기는 벌지 전투 당시 84 보병사단에서 복무 중이던 청년시절의 내 기분이 어땠었는지 떠올리게 한다. 1944년 말과 마찬가지로, 지금도 특정 개인을 노리는 게 아닌, 닥치는 대로 휘둘러서 궤멸시키는 위기가 목전에 와있는 그런 느낌이다. 그러나 까마득히 먼 그때와 지금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당시 미국의 저력은 국가 전체가 공유한 궁극의 목표에 의해 철통같이 지켜졌다. 지금처럼 나라 전체가 분열된 때, 글로벌 역량을 총동원해서 유례없는 이 난관을 극복해내기 위해는 반드시 효율성과 탁견을 갖춘 정부가 있어야 한다. 사회결속, 각 사회간 상호관계, 국제평화와 안정에 대한 지속적인 대중의 신뢰는 치명적으로 중요하다.

 

각국 기관들이 재난을 예견하여, 그로 인한 충격을 막고, 안정을 되찾을 수 있으리라는 믿음 아래 모든 국가들이 응집하고 번영해 나간다. Covid-19 팬데믹이 지나면, 많은 국가 기관들이 실패했다고 인식될 것이다. 그런 판단이 객관적으로 공정한지는 아무 상관없다. 코로나바이러스 이후의 세상은 결코 그전 같지 않으리라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와서 지난 일에 대해 다퉈봤자 할일 하기만 더 어렵게 만들 뿐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전례 없는 규모와 맹렬한 기세로 강타했다. 그 전염병의 확산은 가히 기하급수적이다: 미국 내 환자수는 닷새마다 두 배로 늘고 있다. 이 글을 쓰는 순간까지 치료법은 없다. 의료 물자는 나날이 확산되는 환자파동에 감당 부족이다. 중환자실은 다 차서 곧 압도당할 위기에 처했다. 테스트는 감염 정도의 식별 작업용으론 적당치 않으며, 확산을 뒤집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성공적인 백신에는 12개월~18개월이 걸릴지 모른다.

 

당장의 재앙을 피하는 데 있어 미국 정부는 아주 든든한 역할을 해냈다. 결국 관건은 바이러스 확산이 저지 가능한지 그리고 미국인의 자치능력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유지하는 방식과 그 정도 규모로 역전 가능한지가 될 것이다. 아무리 방대하고 긴요한 위기대응 노력이라도, 포스트 코로나바이러스 질서로의 전환과 나란히 보조를 맞출 수 있는 프로젝트의 출범이라는 당면과제가 빠져서는 안 된다.

 

지도자들이 대체로 국가차원에서 이번 위기를 대처하고 있지만, 바이러스가 지닌 사회 해체라는 파급효과에는 국경이 없다. 인간의 건강수호 의지에 가해진 타격이, 바라건대 일시적이긴 하겠지만, 그것이 촉발한 정치적, 경제적 격변은 수 세대에 걸쳐 지속될 수 있다. 어떤 나라도, 심지어 미국 조차도 순전히 자국의 노력만으로 바이러스를 극복할 수 없다. 지금 당장의 필수적인 것들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글로벌 협력이라는 비전과 프로그램이 수반되어야 한다. 우리가 서로 협력할 수 없다면, 우리들 각자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마셜 플랜과 맨하튼 프로젝트의 개발에서 배운 교훈에 비추어,  미국은 주로 세 가지 영역에서 노력을 기울여야할 의무가 있다.

 

우선, 팬데믹에 대한 글로벌 복원력을 강화하라. 소아마비 백신과 천연두 퇴치 같은 의학의 승리나, 의료진단에 있어 인공지능을 통한 경이로운 통계기술의 출현은 우리를 위험한 무사안일주의로 몰아넣었다. 감염통제를 위한 새로운 테크닉과 과학기술을 개발하고, 대규모 인구집단에 적합한 백신을 찾아내야 한다. 도시, 주 및 지방은 과학의 최전선에서 비축, 협력계획 및 탐구를 통해 팬데믹으로부터 자국민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일관되게 준비해야 한다.

 

둘째, 세계경제가 입은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애써라. 글로벌 리더들은 2008년 금융위기로부터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현재의 경제위기는 더욱 복잡하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일으킨 경기위축은 그 속도와 세계적 규모에 있어 역사상 알려진 어떤 것과도 다르다. 그리고 사회적 거리두기, 학교와 기업 폐쇄 등 어쩔 수 없는 공중보건대책은 경제적 고통에 기여하고 있다. 프로그램들은 또한 임박한 혼란이 세계에서 가장 힘없는 사람들에게 미치는 혼란을 개선시킬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셋째, 자유주의 세계질서의 원칙을 사수하라. 현대 정부의 건국 신화는, 때론 압제적이며 또한 자비로울 때도 있는 강력한 통치자들에 의해 수호되는 성벽 도시에서 시작되는데, 이 도시는 언제나 외적으로부터 백성을 보호할 수 있을 만큼 튼튼했다. 계몽주의 사상가들은 합법적인 국가의 목적이 국민의 근본적인 필요인 안보, 질서, 경제복지, 정의 등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이 개념을 재구성했다. 개인은 스스로 이러한 것들을 확보할 수 없다. 이 팬데믹은, 번영이 세계무역과 사람들의 이동에 달려있는 시대에 성벽으로 둘러싸인 도시의 부활이라는 시대착오적 현상을 촉발시켰다.

 

세계의 민주주의 국가들은 그들의 계몽주의적 가치를 옹호하고 유지할 필요가 있다. 정통성을 갖춘 균형 잡힌 권력으로부터의 전세계적 퇴각은 국내적으로도 국제적으로도 사회계약의 와해를 불러올 것이다. 그러나 정통성과 권력이라는 이 만년이슈는 Covid-19라는 역병을 극복하려는 노력과 동시에 해결될 수 없다. 국내정치와 국제외교 모든 면에서 통제가 필요하다. 우선순위가 정해져야 한다.

 

우리는 벌지 전투에서부터 점점 더 번영하며 인간의 존엄성이 증진되는 세상으로 나아갔다. 이제 우리는 획기적인 시대를 살고 있다. 지도자들이 떠안은 역사적 도전은 미래를 건설하는 한편 위기를 관리하는 것이다. 실패하면 세상 모두가 화염에 휩싸일 수도 있다.


키신저 는 닉슨과 포드 행정부에서 국무장관과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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