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블룸버그 통신의 지난 2월 19일자 보도에 의하면, 이란이 미국 정부의 유럽 내 금융기관들에
대한 對이란 제재 강화를 회피할 목적으로 불법자금 창구를 한국과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의 금융기관들을 활용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미 정부의 유럽 내 금융기관들에 대한 이란 제재 조치가 강화됨에 따라, 이란이 불법무기개발자금 등 금융제재 회피를 목적으로 개설한 창구들이 아시아 국가들로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는 조사 결과를 인용하여 보도했다. 이 중 국내 주요 은행 두 곳인 IBK 기업은행 및 우리은행이 미화 1백억 불 규모의 불법자금 세탁을 위한 에스크로 계좌 (Escrow Account)를 개설한 혐의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금융청은 지난 2년간 기업은행과
우리은행 이외에도 중국농업은행, 한국의 농협은행 및 대만 자오펑 국제산업은행에도 이란에 대한 국제제재 이행 미흡을 사유로 경고 및 징계조치를 단행한
바 있다. 2013년 및 2014년에는 두 차례에 걸쳐 일본의 동경-미쯔비시
UFJ 은행이 이란 금융제재조치 위반으로 총 56억 달러의 합의금을 뉴욕 금융당국에 배상했다.
이러한 이란의 불법자금 거래창구가 아시아로
넘어온 배경에는 해당 아시아 국가들이 이란을 상대로 석유 및 가스 등의 에너지자원 수요국이라는 점이 꼽힌다. 前 미 재무부 수석고문을 지낸 엘리자베스
로젠버그 新미국안보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이란은 자국의 경제기반을 석유 등의 에너지 자원에 의존하고 있으며,
해당 아시아 국가들은 이란의 에너지 자원 주요 수요국으로서 안정적 시장"이라고 밝혔다.
대 이란 제재는 이란의 핵 협정 의무
위반을 이유로 시행되었지만, 이란의
석유 등 천연자원은 국제거래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물론 석유 등의 에너지원으로부터 발생하는 수익금은
해당 국가들의 임의지정 거래계좌를 통해서만 출납이 가능하며 출금 시에도 제한적인 목적으로만 허용된다.
이란은 이러한 제재의 허점을 이용하여 해당 제한적 목적으로 일부 기업들이 대이란 거래자금을 합법적으로 출금할 수 있도록 서류내역을 위조하는 등의 수법을 동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하여 총 2조 달러에 달하는 이란 석유 판매대금이 일부 금융기관들의 에스크로 계좌로 흘러들어갔으며, 이 중 최소 5천억 달러 규모의 자금이 세탁되어 이란 정부에 유입된 것으로 조사당국은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란 정부가 한국 기업은행 및 우리은행 계좌를 통해 자국으로 불법자금을 들여오는데 소요된 시간은 6개월이 채 되지 않았다.
또 이 과정에서 미국 알래스카에 본부를 두고 이란 불법자금세탁 과정에 연루된 재미교포 출신 기업인 케네스 정은 2013년 외국환거래법위반 및 관세법위반 혐의로 수감 중이며, 이미 미 당국 관계자들은 케네스 정에 대한 미국 송환 조치를 신청한 상태이다.
문제는 기업은행 및 우리은행이 불법자금의 흐름이 있음을 알고도 묵인했을
가능성에 미 금융당국이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 국세청 수사과정에서 케네스 정이 한국 주요 고위당국
관계자들과 해당 2개 은행 간부들에게 "우리가 진행 중인 거래내역들
모두 허위로 작성되거나 임의로 조작된 것" 이라며 이러한 위험행위에 상응하는 보상
(pay kickbacks to bankers and authorities)을 약속하는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제제재 이행에 대한 소극적 태도 때문에 이란이 비교적 수월하게 자금세탁에 활용할 수 있는
창구로 아시아를 지목했다고 서구권 언론은 보고 있다.
이러한 이란 불법자금 거래조성에 한국은행
및 금융기관이 이용되었다는 점은 미국 정부가 대북제재에 대한 한국 정부의 진정성을 의심하도록 만드는 요인일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언급한다. 1990년대부터 이란과 북한이 미사일
개발, 대량살상무기(WMD) 및 핵개발 등과 관련하여 깊은 관계를 유지해
온 것은 이미 사실로 확인되었다. 미 재무부는 2014년 북한과 이란을
돈세탁과 테러자금지원 위험국으로 지정했으며, 2016년 북한에 대해 해당 조치를 재발령했다.
자금세탁방지 국제기구 (FATF)도 프랑스 파리에서 작년
10월 북한을 '불법자금거래위험국'으로 지정했다.
당시 이란은 '대응 조치' 대상국가에서
'고도 주의' 대상국가로 제재 수위가 한 단계 낮아졌지만, 여전히 북한과 함께 자금세탁 위험국의 오명을 쓰고 있다.
(번역 : 글로벌디펜스뉴스 외신번역기자 한명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