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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기 소년이 된 김정은, '대화공세'의 속셈은(?)

북한, 스스로 핵 보유국 천명하고서 대화를 통해 지원을 이끌어 내겠다는 위장전술 구사 '안 속는 한·미'


                                                
이민룡 숙명여대 안보학 교수

김정은 정권의 대외전략 구상이 그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제7차 노동당대회를 기점으로 김정은은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로 천명했으며, 이제부터는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략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대외적으로 대화공세를 펼치며 유화적 모드로 국면전환을 꾀하고 있다. 

핵보유국 지위를 전제로 삼아 전략적 대상국과 흥정 (bargaining)을 시도하는 것이다. 여기서 전략적 대상국이란 미국을 지칭하며 한국과 중국은 미국과의 흥정을 촉진하기 위한 전술 대상국으로 간주한다. 한국과 중국 두 나라는 이러한 북한의 전략구상에 대해 불만을 제기할 수 있지만 북한은 오래 전부터 미국과의 양자간 빅딜을 통해 한반도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는 전략을 목표로 설정했다. 

그것을 입증하는 증거로는 한국과 중국을 배제한 채 북미간 평화조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사실, 6자회담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북미간 양자협상을 주축으로 간주했던 사실, 핵무기 개발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중국이 제공할 수 있는 핵우산에 의존하지 않고 미국의 핵위협에  핵무기로 직접 맞서야 한다는 논리를 강조해 온 사실, 등을 제시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전략 및 전술 대상국에 대해 북한이 설정하는 흥정 목표는 어떻게 설정할까? 일반적으로 어떤 나라가 다른 나라와 협상에 나설 때에는 흥정할 수 있는 기대치를 설정한다. 여기서 기대치란 자국이 얻을 수 있는 최대치와 결코 넘어서는 안 되는 마지노선, 즉 최저치 두 가지이다. 

이 최대치와 최저치 사이가 바로 흥정이 이루어지는 구간이 된다. 먼저 북한이 미국에 대해 설정하는 최대의 기대치는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고 평화협정을 체결한 후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는 것이다. 최저치는 현재까지 개발한 핵무기를 보유하는 대신 추가 핵실험을 동결하고 미국과의 외교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이다. 

전술 대상국 한국에 대한 최대치는 핵이슈를 배제한 가운데 남북교류협력을 재개하는 것이고, 최저치는 추가 핵실험을 동결하는 대가로 남북한대화를 재개하는 것이다. 전술 대상국 중국에 대한 최대치는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고 북중 동맹관계를 복원하는 것이며, 최저치는 추가 핵실험을 동결하는 대신 북미대화의 중재역할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흥정 기대치를 가지고 추진전략을 구성할 때, 우선 전술대상국 한국을 상대로 대화공세를 펼친다. 한국이 대화에 응하면 여기서 얻은 성과를 가지고 중국을 움직인다. 중국은 남북대화의 성적표에 근거하여 미국에게 북미협상을 중재한다. 미국은 북한이 주도하는 유화적 제스처와 분위기를 거부하지 못한 채 북한과 협상에 나오게 된다. 이러한 시나리오가 북한이 당국이 추구하는 협상전략의 실체이다. 

실제로 북한은 노동당대회를 마친 후 한국을 상대로 전면적인 대화공세에 나서고 있다. 노동당, 국방위원회, 인민무력부 등 주요 권력기관 명의로 김정은 지침을 언급하며 한국에게 군사회담에 나서라고 압박하고 있다. 한국정부는 북한의 대화공세에 응할 생각이 없다고 표명했다. 핵무기 포기를 전제로 하지 않은 대화 제의는 북한의 정치적 술수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북한은 이미 한국의 신뢰를 너무 많이 잃었고, 정치전략의 속내도 너무 노출당했다. 북한이 한국을 기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중국 역시 북한의 이러한 기만전략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 북한이 추구하는 최종 흥정 대상국은 미국이라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만일 중국이 북한의 유화 제스처에 넘어간다면 대국으로서의 체면을 구기는 결과로 이어진다. 그 자체로 중국이 북한의 전술 대상국이라는 사실을 재확인해주기 때문이다.    


                                                < 필자 약력 >
 
이 민 룡 (李珉龍) 교수 

정치학 박사
숙명여대 전 안보학연구소장
(사) 한국국방정책학회 부회장
한국국제정치학회 명예이사
민주평통 상임위원 (안보국제분과 간사 역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자문위원 역임 (2012-2013.2)
육군사관학교 교수부장 역임
세계 3대 인명사전의 하나인 Who’s Who 2016년 판에 등재

육군사관학교 졸업
고려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석사
미국 University of Maryland at College Park 정치학 박사



                                                        < 주요저서 >

-Min Yong Lee, &amp;quot;Coercive Diplomacy Really Worked in the Crisis of North Korea&#39;s Third Nuclear Test?&quot; The Journal of Security Studies, Vol.2, No.1 (Sookmyung Institute of Security Studies, February 2014).

-Min Yong Lee, Unveiling North Korea&#39;s Crisis provocations: A Garrison State Hypothesis Revisited, The Journal of Ease Asian Affairs, Vol. 26, No.2 (Fall/Winter 2012).

-Insoo Kim and Min Yong Lee,&quot;Predictors of Kim Jong-il&#39;s On-the-Spot guidance under the Military -First Politics&quot;, North Korea Review, Vol.8, No. 1 (Spring 2012), SSCI 등재학술지

- Insoo Kim and Min Yong Lee, &quot;Has South Korea’s Engagement Policy Reduced North Korea’s Provocations?&quot;, North Korea Review, Vol.7, No.2 (Fall 2011) SSCI 등재학술지

-김정은 통치의 북한과 한반도』 (숙명안보학연구소), 2014

-국제위기와 한반도 위기관리』 (양서각), 2013

-에너지 위기의 정치생태학』 (양서각), 2006

-김정일 체제의 북한군대 해부』 (도서출판 황금알), 2004

-한반도 안보전략론』 (봉명출판),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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