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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정부의 안보정책 우경화와 한미동맹

숙명안보학연구소 및 (사)한국국방정책학회 공동논문집 '안보학 저널 수록 논문'



이 논문은 숙명안보학연구소와 (사)한국국방정책학회와의 협의에 따라 게재됨을 알려드립니다.


                                                                              김주홍 (울산대학교)


Ⅰ. 문제의 제기


Ⅱ. 아베 정권의 급격한 우경화와 집단적 자위권 주장


Ⅲ. 미국의 대일정책 변화

1. 미국의 ‘신국방전략보고서’의 내용

2. 미국 패권의 쇠퇴 논란

3. 중국의 대두와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Re-balancing) 정책

4. 미‧일 안보협의


Ⅳ. 한‧미동맹에의 영향

1. 한‧미동맹의 성격과 현실

2.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의 관계

3. 한‧미관계와 한‧중관계


Ⅴ. 결론


                                         <논문 요약>


이 논문의 목적은 일본 아베정부의 안보정책 우경화와 미‧일동맹 변화가 한‧미동맹과 어떠한 함수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한국 정부의 정책대안이 무엇인지를 연구하는 것이다. 아베 정부의 ‘보통국가론’과 ‘적극적 평화주의’는 일본 군사대국화의 저의를 숨기고 있으며, 그 안보정책은 친미 일변도의 양상을 나타낸다. 


미국의 ‘재균형정책’ 또는 ‘아시아회귀정책’은 미국 경제력의 한계와 중동에서의 상황변화, 그리고 ‘신형대국관계’를 주장하는 중국의 의도에 대한 불신이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는데, 미국 정부는 일본의 군사력을 재균형정책의 유용한 자원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향후 일본은 방위비가 GDP 1% 상한을 넘어설 것이고, 보수우파가 결집하여 헌법 제9조를 개정함으로써 소위 ‘보통국가화’에 성공할 것이다. 


한편 주한미군을 포함하여 한‧미동맹 전반에 대한 재평가가 내려질 것이며, 한‧미동맹의 미‧일동맹에대한 연계성 강화 요구가 높아질 것이고, 특히 북핵문제와 관련하여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에 대한 편입 요구도 높아질 것이다. 그리고 한‧미동맹과 한‧중관계의 비대칭적 딜레마 속에 한국 정부는 전략적 선택을 강요받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정부는 외교정책의 푸르던스(prudence)를 강화해야 한다. 한국 정부의 등거리 외교는 미국에게 친중국 정책으로 인식될 우려가 있으며, 아베 정부의 외교적 도발로 인한 한‧일관계 경색은 한국의 반일정책의 결과로 오해될 수 있다. 한‧미동맹을 외교안보정책의 기반으로 하고,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를 심화시켜 가면서, 일본의 수구우경화에 대하여 국제사회 및 일본 내 양심세력과 연대한 차분한 대응을 지속해 가는 것이 한국 정부에게 바람직할 것이다.



I . 문제의 제기


일본의 아베신조(安倍晋三) 총리는 2006년 9월 26일부터 2007년 9월 26일까지 제90대 일본 총리를 지냈으며, 2012년 12월 26일에 제96대 총리로 재당선 되었다. 2009년 8월 총선에서 민주당에게 정권을 빼앗겨 소위 ‘55년체제’에 종말을 고하는가 했으나, 민주당 정권의 잇단 실정과 도후쿠 지방의 핵재앙으로 인하여 국내적으로 일본 국민들의 불안감이 팽배하는 가운데 아베가 이끄는 자민당이 2012년 말 중의원 총선거에서 재집권하게 되었다. 


아베 정권은 공약한 대로 소위 ‘아베노믹스’(Abenomics)로 불리는 경제정책으로 일본 국내의 경제침체를 극복하고, 또한 ‘집단적 자위권’을 중심으로 미국과의 방위지침을 개정함으로써, 소위 ‘보통국가’로 나아가려는 시도를 노골화하고 있다. 특히 아베 정부가 중국과는 센카쿠열도(尖閣列島, 중국명 釣魚臺)를 둘러싼 동중국해에서의 영토분쟁으로, 동해에서는 한국과의 ‘독도’ 영유권 문제로 충돌하면서, ‘위안부문제’에 대한 소위 고노담화1)까지도 수정하려 하는 등 소위 보수화를 넘어서서 극우를 지향하는 듯한 우경화를 나타내고 있어서, 주변국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아베정부는 2006년에도 정권을 담당하면서 소위 ‘평화헌법’이라고 불리는 현행 일본헌법의 핵심적 조항을 개정함으로써, 일본 자위대의 국방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소위 ‘보통국가’로의 행보를 계속하려는 속내를 내비친 적이 있다. 일본의 보수세력 입장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으로서 전후 미국의 도움으로 경제를 부흥시키면서 경제대국을 이룩하기는 하였지만, 국제정치와 안보의 영역에서 그에 상응하는 대접을 받지 못했다는 점을 아쉽게 생각해 왔다.


그리하여 경제대국에 상응하는 국제정치군사대국화라는 목표가 일본 보수세력이 집권할 때마다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그 동안 일본 국내정치에서의 소위 ‘보통국가’ 논란이나 ‘평화헌법’ 개정 논란은 일본 정파들 간에 찬반논쟁이 있어 왔지만, 미‧일동맹의 틀 내에서, 그리고 국제관계의 맥락에서 어느 정도 확실하게 견제되어 왔다. 


그리고 또한 그러한 견제가 있다는 것이 일본제국주의의 침탈을 겪었던 주변국들에게 안도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했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그러한 견제장치가 미‧일동맹의 틀에서나 국제관계의 맥락에서나 모두 완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소위 ‘집단적 자위권’ 회복에 관하여 미국이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나섰고, 유럽국가들이나 러시아, 심지어 동남아 국가인 필리핀까지도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이 논문의 목적은 일본 아베정부의 안보정책 우경화와 미‧일동맹 변화가 한‧미동맹과 어떠한 함수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그러한 변화 속에서 한국이 처하게되는 입장의 어려움은 무엇이며, 이러한 어려움에 대한 대안은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등에 관하여 연구하는 것이다. 그 간 한국의 학계에서는 미‧일동맹과 한국의 안보 또는 미‧일동맹과 한‧미동맹의 관계를 중심으로 연구되었던 업적들이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일본의 국내적 변화가 그 동안에는 미국의 대일정책이나 국제사회의 틀 내에서 견제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이러한 견제장치가 풀리고 있다는 점에서 새롭게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될 시점이 되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일본 국내정치에서의 움직임과 국제관계에서의 변화가 서로 어떻게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살펴야 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이러한 움직임과 한‧미동맹과의 상관관계를 면밀하게 검토해야만 향후 대안에 대한 모색이 가능하리라고 판단된다.



II. 아베 정권의 급격한 우경화와 집단적 자위권 주장 


일본 자민당은 2012년 12월 16일 총선거에서 압승을 거두고 재집권에 성공하였다. 민주당에게 정권을 내주고 거의 회생가능성이 없다는 2009년 총선거의 평가를 뒤로 하고, 아베 신조 전 총리를 간판으로 일본 자민당이 화려하게 부활한 것이다. 


그 이후 아베 정부는 소위 ‘아베노믹스’를 앞세워 국내경제 활성화를 통하여 일본 내 국민여론 

악하면서, 신사참배를 강행하고, 위안부 여성 피해자들에게 대한 배상책임을 외면하면서 정신대

강제동원에 대한 일본의 책임을 인정했던 소위 ‘고노담화’까지도 폐기하려는 움직임을 나타내기도

하였다.


특히 아베 정부는 방위력 강화와 영토 및 영해 수호 의지를 강하게 주장하였다. 방위력 강화의 구

체적인 내용은 ‘국가안전보장기본법’을 통해서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과 방위력증강 차원에서 자위대를 인원,장비, 예산의 모든 면에서 증강시키는 것이다. 아베 정부는

궁극적으로는 헌법 9조2)를 개정하여 기존의 평화헌법을 폐기하고 평화국가에서 보통국가로 국가

의 성격을 바꾸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피력해 오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입장은 아베 총리에 의하여 소위 ‘적극적 평화주의’3)로 포장되었다. 아베 정권은

2006년 제1차 집권 당시 작성된 ‘안전보장의 법적기반의 재구축을 위한 간담회’ 보고서를 바탕으

로 집단적 자위권 행사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한 바 있다. 아베 정권의 이와 같은 행보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일본 정부가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승격시킴으로써 일본이 전쟁을 할 수 있는 군대를

보유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는 사실이며, 나아가 군사력을 질과 양 모든 면에서 강화시키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베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가지고 있다.4) 첫째,자민당 정권의 외교

안보적 우선순위는 당연히 미국과 중국이다. 그 중에서도 미‧일동맹의 심화가 가장 중시된다. 즉,

아베 정부는 미‧일동맹의 강화 및 구체화를 통해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대한 억지력 제고를 도모하

고 있다. 


아베 정부는 민주당 정권이 미국과 합의한 미‧일 방위협력지침(신가이드라인)의 개정을 적극 추 

하여 미‧일 양국의 공통전략목표를 수정·보완하는 데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아가고 있다. 둘째, 대

중국정책과 관련하여 아베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 방침을 표명한 바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주권 및 영토·영해의 수호, 방위예산의 증액, 영해 경비의 강화, 해상보안청의 기능 강화’ 등을 정

권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중‧일관계는 1990년대 중반 이후 미‧일 동맹과 상호 비대칭적 역행의 방향성을 보여 왔다.5) 미‧일

양국은 1996년 이후 미‧일동맹을 재확인하고 강화하는 제반 정책조치를 취했다. 따라서 일본은 중

국과의 실질적인 ‘전략적 호혜관계’를 구축하는 동시에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대해서는 강경히 대

처하겠다는 의지를 고수하고 있다.6) 특히 중국에 대해서는 소위 ‘중국위협론’을 과장하는 태도를

보이기까지 하고 있다.7)


셋째, 대북 정책은 민주당 정권과 비교하여 큰 변화가 없다. 그 동안 민주당 정권은 한‧미 양국과

공조하면서 강경한 대북정책을 전개해 왔다. 자민당 정권 역시, 기본적으로 이러한 대북정책 기조

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발사 시도 등에 대해서는 UN안보리 결의안에 입각한 제

재, 한‧미‧일 공조 및 단독 경제제재 등 강경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넷째, 아베 총리의 보수적인 정치성향을 고려할 때, 당초 예상대로, 한‧일 관계는 역사문제로 인해

갈등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아베 정권은 북한의 핵·미사일문제와 중국의 패

권주의적 군사행보를 보다 직접적 안보위협으로 판단하여 한국과의 협력기조를 유지하는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치 역사문제와 안보문제를 분리해 대응하는 태도이다. 논란은 아베 정부가 제기하고 있는 집단

적 자위권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제1차 아베 내각(2006년 9월∼2007년 9월) 시절에도 집단적

자위권을 주장하면서 4가지 유형을 제시한 바 있다. 


즉 당시 아베 정부는 미국으로 향하는 탄도미사일 요격, 공해상에서의 미국 함선 보호, 유엔 평화

유지활동(PKO) 등에서 행동을 같이 하는 타국 군대에 대한 경호, PKO 타국 군대의 후방 지원 등의

상황에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러한 내용은 2012년 12월 27일 기

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장관 회견 시 재차 언급되었다.


8)문제는 이러한 일본의 주장이 미국에 의하여 지지되고 있고, 또한 한반도가 그 대상이 될 가능성

이 매우 크다는 데 있다. 이러한 우려에 대응하여 한국 측에서는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미

국을 방문하여 한국의 입장을 강력하게 전달하기도 하였고, 미국 또한 미‧일동맹의 범위 내에 그것

을 한정하기로 하였지만, 이는 논리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현실에서는 분명 크게 달라질 수 있

문제이다. 


특히 한국 박근혜 정부의 외교적 입장9)에 대하여 언젠가부터 약간 사시로 보기 시작한 감을 주고

있는 오바마 행정부가 한국 정부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본 아베 정권의 이중적 태도는 한국 정부에게 전략적 선택을 강요하는 구도를 고착화 시키

고 있다. 한편으로는 미국 일변도의 편향적 입장을 강하게 나타내면서 집단적 자위권 회복이라는

략적 이익을 취하고, 한국 정부에 대해서는 계속적으로 관계개선을 위한 정상회담을 요구하는

치적 제스쳐를 보임으로써 아베 정부가 한국에 대하여 타협적 태도를 보인다는 인상을 각인하는

전술이 미‧일 관계에서 제대로 먹히고 있는 것이다. 


반면 박근혜 정부는 동북아차원에서는 과거사 문제나 역사교과서 문제에 있어서 친중 행보 속에서

일본과 대립각을 세우는 양상을 나타내고, 특히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회복문제에 관하여 부정적

태도로 예민하게 반응하였다. 이러한 상황이 미국의 입장에서는 한‧미동맹의 정체성에 대하여 의

문을 갖도록 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2012년 12월 출범한 자민당 아베 정부는 외교안보정책 성향 면에서 일본의 안보체제 및 미‧일동맹

태세를 강화하여 국제적 안보역할을 확대하자는 보통국가론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역사문

제에 관해서는 종군위안부 문제의 강제성을 부정하려 하거나, 교과서 검정기준이 되어온 근린제국

조항을 폐기하려는 수정주의적 경향을 보인다. 


요컨대 자민당 아베 정부는 ‘수정주의적 보통국가론’ 성향의 대외정책을 전개할 것으로 보이며, 부

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에 대해서는 관계 개선을 추구하는 모양새를 나타내고 있다.10)

아베 총리는 북한문제와 관련해서도 한국 정부를 곤란하게 만들었다. 아베 일본총리는 비밀리에

북‧일교섭의 전문가 이지마 특별보좌관을 평양에 보냈다. 


는 평양에 3박4일 머무르는 동안 북한제2인자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나서 납

치문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전후보상과 국교정상화까지 포괄하는 광범위한 대화를 나눈 것으

로 알려졌다. 한국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개시와 북한의 개성공단 폐쇄 등의 도발 강

화, 북한미사일 발사에 대한 미국과 유엔의 대북 비난과 제재가 강화되던 시기에 아베 정부는 정반

대 방향으로 움직였던 것이다. 


시진핑 집권 이후 더욱 중국과 관계가 소원해진 북한이 이 때를 한‧미‧일 대북공조를 흩뜨리는 절호

의 기회로 보고, 이지마의 방북사실 공개에 열을 올렸다. 한국과 미국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일

본의 아베정부가 사전통고도 없이 일방적으로 한‧미‧일 대북공조를 깨뜨린 것이다.11)



III. 미국의 대일정책 변화


1. 미국의 ‘신국방전략보고서’의 내용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로 널리 알려진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정책은 2011년 11월 호주를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이 호주에 미국 해병 2,500명을 주둔시키겠다고 밝히면서 처음으로 구체화

되었다.12) 미국은 또한 싱가포르는 물론 필리핀과도 군사협력을 강화해 동아시아에 대한 군사적

영향력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경제적으로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가입하고 중국을 제외한

태평양 국가로 구성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력체(TPP)’도 주도하고 있다. 특히 힐러리 클린턴 국

무장관이 이 정책에 열정을 갖고 매달리면서 아시아 중시 기조는 더욱 힘을 받았다.13)


그런데 이러한 미국의 움직임은 2010년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2010년 7월 23일 힐러

리 클린튼 미 국무장관이 베트남 하노이의 동아시아정상회의 참가 시 언급한 소위 하노이선언에서

해양의 자유, 동지나해‧남지나해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 등을 주장하면서, 특히 남사군도와 서사군

도에서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이 충돌하고 있는데, 이 문제를 다자간 대화를 통하여 해결하는 것을

미국이 지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14) 그런데 중국이 이를 거부하게 되었고, 이에 대한 응답으로 미국이 중국에 대한 재균형정책으로

전환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15)그리고 2012년 1월 5일 미국 국방부는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 21세기 미국 국방의 우선순위」16) 라는 새로운 국방전략지침(이후 신국방전

략보고서)을 간행했다. 현재 진행 중인 미‧일동맹의 재조정도이 전략지침에 의거하여 진행되고 있

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이 전략지침은 미국 정부가 2011년 의회와 행정부가 합의한 예산통제법에 따라 10년간 거의

1조달러의 국방예산을 줄여야 한다는 소위 예산절감법(Budget Control Act of 2011)이 가장 커다

란 영향을 준 결과이며, 동시에 이라크 전쟁의 종식, 오사마빈 라덴 제거, 아프간에서의 전쟁종식

가능성 등과 같이 중동지역에서의 전략적 부담이 줄어들게 된 것이 그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미국은 그 국방정책의 중점을 중동에서 아시아-태평양으로 옮기겠다는 의사를

이 전략지침을 통하여 명백히 밝히고 있는 것이다. 파네타(Leon Panetta) 미 국방장관은 2010년

현재 태평양과 대서양에 50:50으로 배치된 미국 해군력이 2020년까지 태평양에 60, 대서양에 40

의 비율로 재배치될예정이라고 했다.17) 그 목표는 압도적으로 경제발전의 힘을 군사력 증강, 특히

해군력 강화에 투입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견제이다. 


미국의 15대 교역국 중 7개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몰려 있고, 미국의 수출액 중 60%가 이 지

역을 상대로 한 것이고 보면,18)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미국의 사활적 이익이 걸려있다 해도 과언

이 아니다. 신국방전략보고서는 미국 군사력의 사명을 10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그것은 동시에 두개의 전쟁 수행, 거부전략을 넘어서는 군사력 투사, 테러리즘과 비정규전에 대한

대비, 대량파괴무기에 대한 대비, 사이버스페이스와 우주공간에서의 효율적 작전, 안전하고 효과

적인 핵 억지 상황유지, 본토 방위 및 요인 경호, 안정적인 미국 군사력 주둔, 안정화 및 폭동진압

작전, 인도주의적 재난구조 작전 등이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이 어느 한 지역에서 대규모 전쟁을 치르는 도중에 다른 지역에서 전쟁이 발발하는 경우 이를 억지하거나 격파하겠다는 것(동시에 두 개의 전쟁 수행)19)과 어느 국가가미국의 접근을 거부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해도 미국이 이 지역에 군사력을 투사할 것(거부전략을넘어서는 군사력 투사: Project Power Despite Anti-Access/Area Denial Challenges)등 두 가지다.


대체적으로 보자면 미국의 전략적 변화는 경제적인 이유가 물론 있지만 보다 역사적이고 정치적인

요인에 기인한다고 하겠다.20) 신국방전략보고서는 미국이 비전통적 도전인 ‘테러와의 전쟁’을 약

10년 만에 종결하고, 보다 전통적인 국제정치적 도전으로서 급부상하는 신흥 강대국 중국의 도전

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고민 중이며, 특히 미국 군사력의 초점이 국제정치상 보다 전통적인 위협

인 패권 도전국 중국에 대한 대응에 맞추어 질 것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 미국이 발표한 '신국방전략보고서'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다. 첫째 미국의

전략적 변화는 경제위기로 인한 부담감, 아시아 시장 개척, 이라크와 아프카니스탄에서의 군대 철

수, 중국에 대한 견제 등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둘째 미국의 전략적 비중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으로 복귀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셋째, 특히 중국에 대한 재균형의 의미를 신국방전략보고서에서 분명하게 하고 있다.21)



2. 미국 패권의 쇠퇴 논란


1970년대 월남전 패망 이후 미국의 패권적 능력에 대한 회의가 팽배했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 그

것은 1980년대 중반 ‘미국 패권의 쇠퇴’라는 학문적, 정책적 화두로까지 이어졌다. 탈냉전 과정에

서 동유럽 공산권이 붕괴하고 소련이 해체되면서 세계는 경제적으로는 미국, 일본, 유럽 등 다수의

중심이 인정되었지만 군사적으로는 미국이 절대적 우위에 있는 소위 단다극체제(unimulti-

polar system)가 형성되었다는 것이 통설이었다. 


이는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여러 가지 자료에 의하여 뒷받침될 수 있다. 그런데 이제는 군사적

으로도 미국의 패권이 흔들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겨나고 있다. 물론 미국이 2030년경

이면 경제적으로도 중국보다 시장규모가 적어지면서 2위국가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세계은행

보고서에서 지적된 바도 있고, 또한 총체적으로 미국의 패권이 2025년이면 몰락의 길로 접어든

다는 비관적 견해22)도 있다. 


즉, 신국방전략보고서가 발표된 배경에 미국의 경제적 어려움이 작용하게 되었고, 그로 인하여 동

아시아에서 일본의 군사적 강화를 묵인 내지 조장하는 것이 바로 미‧일 방위치침 변경이 아닌가 하

는 것이다.


미국은 2008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였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증권으로 인한 월가의

금융위기가 전세계로 확산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은 그 간 재무장관회의 차원에 머물고

있던 G20 회의를 정상회의로 격상시켜 글로벌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회의로 확대하였으

며, 2013년 현재는 G7과 임무를 분담하는 경제회의체로서 G20의 위상이 인정되어 가고 있는 추세

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하여 세계 주요국들은 경제를 살린다는 명분 하에 통화증발을 통하여 경기부양

에 나서게 되었으며, 인플레이션의 위험에 대비하여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미국이

주도적으로 달러를 풀어서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국채를 사들이는 양적 완화(QE: quantitative

easing)를 계속하는 ‘웃기는’ 상황을 지속하고 있다. 물론 다른 국가들도 통화를 증발하여 경기를

떠받치는 정책을 지속함으로써 언제 터질지 모르는 초인플레이션이라는 폭탄을 돌리는 데 참여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적 어려움은 국내적으로도 가중되어 소위 ‘오바마케어’(Obama Care)라는 의료보험

정책을 둘러싸고 의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쟁으로 연결되었다. 오바마 행정부와 공화당이 벌이는

이 정쟁은 연방정부의 기능을 정지시킬 정도로까지 치닫게 되었으며, 결국 국제적으로 안보부담을

동맹국에게 떠넘기는 정책적 전환을 모색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결국 세계경찰국가이면서 서방자본주의진영의 맹주인 미국은 경제적으로 뿐만 아니라 군사안보적

으로도 패권적 지위를 유지할 능력도, 그럴 의사도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에서의 골육지책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주장을 수

용하는 방위지침 개정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적어도 미국이

보이고 있는 모양새는 그러하다.



3. 중국의 대두와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Re-balancing) 정책23)


21세기에 들어와서 겪게 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한 상황은 1980년대의 상황과는 질적으로 다

른 양상을 나타내게 되는데, 이는 중국이라는 분명한 비교 상대가 부상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중국은 1980년부터 추진했던 개혁‧개방정책에 힘입어 경제발전에서 커다란 성과를 내기 시작하였

다. 


소득이 높아지고 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중국 지식인들의 민주화 요구

결국 6.4 천안문사태로 연결되어 중국이 국제적으로 고립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하지만

1992년 8월 한국과의 수교를 돌파구로 국제사회로 복귀한 중국은 미국과의 파트너쉽을 이용하여

경제발전을 구가하게 되는데, 그러한 모멘텀이 21세기에도 계속되어 2012년 말 기준으로 외환보

유고 3조 달러 (2013년 9월 말 기준으로 3조 6,600억 달러)에 이르는 경제대국이 되었으며, 국내

시장 규모도 일본을 추월하여 단일국가로는 미국 다음으로 큰 경제를 가지고 세계의 생산공

장으로서 그 국제적 힘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경제적으로 성장한 중국이 그 힘을 정치적, 군사적 영역으로 확장시키고 있다는 점

이다. 24) 제2세대 지도자인 덩샤오핑 이래 중국은 자국의 의도를 모호하게 하면서 경제발전에 매

진해(韜光養晦) 왔다. 하지만 제4세대 지도자인 후진타오 시기에는 부국강병을 내세우면서도 조화(和諧: 허시에)를 중시하였고, 제5세대 지도자인 시진핑 시대에는 하고자 하는 바를 이루고 대국의 면모를 과시하며 우뚝 일어서려는 의도(有所作爲, 大國崛起, 主動崛起)를 감추지

않고 있다.


즉, 중국은 동북아에서 영토문제로 일본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을 피하지 않고 있다. 현재 중국은

일본이 점유하고 있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따오)를 둘러싸고 일본 해양순시선과의 충돌도 마

다하지 않고 있으며, 전투기나 함포 등 을 동원한 시위를 주저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공중급유기

를 통하여 전폭기의 작전반경을 연장하고, 항공모함(랴오닝함)을 진수시켜 원양해군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우주에서의 군사적 능력을 우주선 선저우(船舟) 개발로 과시해 왔다25). 


그 결과 중국은 지상, 공중, 해상, 우주 등 모든 차원에서 미국의 작전과 접근을 거부하는 반접근거

부(A2/AD)전략을 천명26)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군비를 차근차근 준비해 가고 있다. 특히 미국

의 정책을 중국에 대한 포위전략의 일부로 보고27) 있는 중국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전략적 선택이

불가피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은 이제 더 이상 덩샤오핑의 유언대로 자국의 의도를 모호하게 숨기는 존재가 아니라, 자국이

원하는 바를 군사력을 동원해서라도 관철할 준비가 된 강대국이 되었다. 중국을 미국과 함께 G-2

로 인식하는 것이 국제적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이러한 현실에 대한 인정에 기인하는

것이다.


이러한 중국의 변화는 소위 중국의 ‘신형대국관계론’에 기초하고 있다. 사실 중국의 대미외교정책

에 있어서 스스로에 대한 인식은 시기별로 그 내용을 달리해 왔다. 2005년에는 ‘이익상관자’로 인

식하다가, 글로벌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을 계기로 소위 G-2로 바뀌었고, 2012년 시진핑 체제

로 들어와서는 신형대국관계론으로 변하였던 것이다. 


이익상관자와 G-2가 미국에서 먼저 제기하고 중국이 수용했던 것이라면, 신형대국관계론은 중국

이 주동적으로 제기한 것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신형대국관계는 향후 시진

핑 체제 10년 간 중국이 계속 주장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28)


중국은 후진타오 주석 재임시절인 2010년부터 미국과의 각종 고위급 접촉 시 ‘신형대국관계’를 본

격적으로 주창하기 시작하였고,29) 특히 시진핑 국가주석은 2013년 4월 존.케리 미 국무장관에게

“양국은 평등‧상호신뢰‧협력‧공동이익 등에 기초한 ‘신형대국관계’를 열어가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30) 즉 신형대국관계는 상호존중과 협력, 윈-윈에 기초한 새로운 국제관계 개념으로서, 중국

의 국가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인식되고 있다.31)


이렇듯 중국은 이제 미국에 대한 또 다른 대안으로 인정받기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대미관

계가 평화로운 관계로 될 것인지는 미지수이다. 미국은 이러한 중국의 존재가 어색하고 부담스러

우며 위험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매년 자원수요 증가분의 3분의 2 정도를 독식하고 있는 중국

의 엄청난 경제잠재력과 그에 기반한 막강한 군사력은 미국에게 많은 부담이 된다. 하지만 이것이

미국으로서는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다. 


중국이 미국 정부채권을 상당히 많이 보유해 주면서 미국인들의 경제활동을 떠받치고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나 구조가 필요한 것도 미국의 정책적 현실이다. 여기서 소위 ‘재균형’의 논리가 생겨나게 되는 것이며, 일본이 바로 그러한 용도에 딱 들어맞는 자원이 되고 있는 것이다.



4. 미‧일 안보협의


미국은 일본과 2013년 10월 3일 안보협력위원회 회의를 갖고 그 합의문을 발표하였다. 미‧일 양국은 먼저 양국이 지향하는 가치를 ‘민주주의, 법의 지배, 자유롭고 개방적인 시장 및 인권의 존중’이라고 규정하고,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평화‧안전‧안정 및 경제적 번영을 촉진하기 위한 전략적 구상을 명확히 한다’고 했다. 



그리고 합의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 1997년 미‧일 방위협력지침의 개정


- 지역 및 세계 평화와 안전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일본의 공헌 결의 환영


-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를 괌으로 이전하는 등의 주일미군 재편


- 우주 및 사이버 공간에서의 안보협력 강화.


- 일본이 추진하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포함한 자국의 안전보장을 위한법적 재검토, 방위예산의   증액, 방위계획대강 재검토, 주권 하에 있는 영역의 방위를 위한 능력 강화, 그리고 동남아시아     국가를 포함한 지역적 공헌의 확대 방침에 대한 미국의 환영


- 지역적 평화와 안전을 위한 미‧일동맹의 역할 확인(cornerstone)


-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계획, 해양에서의 위협적이고 안정을 저해하는 행위, 우주와 사이버공간에  서 일어나는 파괴적 행위, 대량살상 무기의 확산, 자연 및 인위적 재해에 대한 대응능력 강화 합의


- 지역의 안정 및 번영과 관련, 중국의 책임 있고 건설적 역할, 국제적 행동규범 준수, 급속히 확대   되는 군사력 현대화에 관한 개방성과 투명성 향상 촉구


- 탄도미사일방위협력: ‘SM-3블록IIA' 공동개발사업을 포함한 MD 분야의 진전 환영, 2기 째의 엑   스밴드 레이더32)의 일본 항공자위대 기지 배치 계획 확인


- 우주상황 감시 및 우주를 이용한 해양감시에 관하여 정보의 수집과 공유기능 강화


- 공동의 정보 수집 감시 정찰 활동 강화


- 일본의 남서제도를 포함한 지역에 있어서 미국과 일본의 시설 공동사용


- 일본기업의 최신 전투기 F-35 제조 참여를 통한 장비 및 기술에 관한 협력 심화


- 비밀정보 보호에 관한 정책 강화


- 동남아시아 및 세계의 안보능력 강화를 위한 상호협력 강화


- 미‧일 양국과 호주 및 한국 사이에서 정기적 대화 성공에 대한 유의


- 미 해병대 MV-22 헬리콥터 2개 비행대대 일본 배치; 미 해군 P-8 대잠초계기 해외 최초 일본 배   치; 미 공군, 2014년 봄부터 글로벌 호크 무인비행기 배치; 미 해병대 2017년부터 F-35B 전투기   미국 외 최초로 일본배치 등



이러한 미‧일 안보협의에 대한 평가는, 2년 만에 열린 이번 회의결과를 담아 채택한 공동성명을 보면, 대체로 미국이 전후체제를 탈피하여, ‘보통국가’로 나아가길 원하는 아베 신조 정권의 희망사항을 상당부분 수용했다는 것이다.33) 


선 첫째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아베정권의 헌법해석 변경노력에 대하여 미국 측이 ‘환영’과

‘협력’의 뜻을 밝힌 것이다. 또 일본 및 주변지역에서의 유사시 자위대와 미군의 역할 분담 등을 정

한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 작업을 1997년 1차 개정 이후 16년 만에 착수, 내년 말

까지 마무리하기로 한것도 아베 총리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다.


현재 가이드라인은 평시와 일본에 대한 무력공격사태, 한반도 및 중국-대만 간에 일어난 위기 등

을 상정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 개정판에는 중국과 북한 위협에 대한 공동대응, 센카쿠 열도 방어

와 동지나해‧남지나해 해상교통로 확보 협력문제가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미국의 이러한

입장변화는 일본을 또 다시 불침항모(invincible carrier)로써 동북아에서 재균형을 위한 유용한 자

으로 활용하기 위하여 아베 정권이 원하는 ‘집단적 자위권’에 대하여 인정하면서 동시에 이를 통

하여 미‧일 동맹을 미‧영 동맹 수준으로 격상하려고 시도하는 것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는

기존의 동북아 정세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

올 수 있다.



IV. 한‧미동맹에의 영향


1. 한‧미동맹의 성격과 현실


한‧미동맹은 6.25 한국동란의 막바지에 이승만 대통령이 국제정치적 감각과 배짱을 발휘하여 미국

으로부터 얻어낸 안보동맹조약으로부터 출발하였다. 비록 조약문에서는 조약당사국 쌍방의 관계

로 규정되고 있지만, 출발은 미국이 한국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동맹조약이었던 것이다. 그 이후

한국의 국력이 신장되고 국제적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한‧미동맹은 명실공히 파트너쉽에 의한 동맹

으로 성격이 바뀌게 되었다. 하지만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레버

리지가 약하여 북한을 통제하지 못하게 되면서 한‧미동맹은 또 다시 미국의 억지력에 의한 한반도

평화 보장이라는 성격으로 변하게 된다.


하지만 미국의 세계전략과 무기체계 기술의 변화에 따라 한‧미동맹은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기

반으로 한 대중국 견제장치의 일부로 작동될 개연성이 높아졌다. 한‧미동맹은 특히 한반도와 동북

아에서 현상(現狀)을 힘에 의하여 변경하려는 세력에 대한 강력한 견제수단이 될 수 있는 동맹이라

고 할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현재의 시점에서 냉정하게 보면 한‧미동맹은 북한을 억지하고 북핵을 견제하는 장

치로서 의미가 강한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특히 북한이 자행해 온 핵실험과 미사일발사에 실질적

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군사력은 한‧미동맹뿐이다. 


왜냐하면 비대칭전력을 개발해 온 북한의 군사력에 대하여 한국의 재래식 군사력만으로 대응한다

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미동맹 60주년을 맞으면서, 한국에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다. 한‧미동맹은 포괄적 전략동맹으로의 발전, 북핵문제에 있어서의 공조, 중국문제로 인한

동맹의 정체성 문제 등의 커다란 과제를 갖고 있다.34) 


그리고 최근 들어 한‧미 간 현안이 처리되는 과정에서 보면 상당한 긴장과 부담요인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미 간에는 최근 전작권 전환, 방위비 분담, 원자력협정 개정 등과 관련하여 협상이

있었다. 과거 참여정부는 자주국방 논리를 앞세워 2007년 2월 미국과 전작권 전환(2012년 4월 17

일까지)에 합의하였으나, 이명박 정부 들어 북한의 천안함 폭침(2010년 3월 26일) 등 악화된 한반

도 안보상황을 고려하여 한‧미 합의로 전환 시기를 2015년 12월 1일로 연기키로 결정한 바 있다.


2013년 들어 우리 정부는 북한의 3차 핵실험(2013년 2월 12일) 등 한반도 안보상황이 전작권 전

환 연기 당시보다 악화됨에 따라 한국군의 전작권 전환 이행조건 충족여부를 점검하여, 전작권 전

환 여부를 재검토할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하여 미국은 ‘전략동맹 2015’에 따라 계획대로 전작권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조건 충족’이 전작권 전환의 중요요소라는 데에 공감하면서 전환시기 조정 가능성을 시사하였다. 여기서 조건충족이란 한국군의 무기 및 정보‧감시‧정찰 시스템 획득 등 전력 강화를 의미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전작권 전환은 기본적으로 2015년에 이루어지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한‧미 양국은

주한미군 주둔비용 분담문제와 관련, 1991년 이래 8차에 걸쳐 인건비ㆍ군사건설비 및 군수지원비

등 3개 항목으로 구성된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의 8차협정 내용은 협상비용

절감과 안정적 방위비분담 지출 등을 위해 적용기간을 5년으로 늘렸으며,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되

간 상한선(4%)을 설정함으로써 한국 측의 부담을 완화하는 것이었다.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은 2009년 7,600억 원에서 2012년 8,361억 원으로 증가했다. 2014년부터

적용되는 9차 방위비분담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은 원래 10월 말까지 결론을 도출한다는 계획이었

으나 11월 말까지도 결론이 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 2014년 분담금 총액을 8,000억원 수

준으로 제시한 가운데 군사건설분야 이월액 과다 발생 및 미군기지 이전사업 전용 등이 국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음을 들어 분담금 제도 개선 필요성 지적하였다. 


반면 미국은 분담금 총액을 2013년(8,695억원)보다 증액된 1조원 수준으로 상향조정을 주장하면

서 군사건설분야 제도개선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은 한‧미 간에

이견만 노정되고 합의의 가능성은 완전히배제된 분야이다. 한‧미는 2010년 10월 이래 한국이 원자

력 후진국이었던 1956년 2월 체결되고 1974년 6월 개정된 원자력협정(2014년 3월 만료)의 재개

협상을 30년 만에 추진했다. 


한국의 입장은 현재 세계 5위의 원자력 선진국으로 도약한 만큼, 미래 발전적으로 원자력협정을 개

정하자는 입장인 바, 현 협정이 우리의 원전 수출 및 농축‧재처리 등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제약

하는 불평 등 요소를 포함하고 있고, 국내 원전 폐기물 처리의 시급성, 원전 연료의 안정적 확보,

한·미 원자력 협력 강화 등을 위해 원전 폐기물 신처리 공법 (파이로프로세스) 및 저농축 권리 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였다.35)


하지만 미국은 한국의 원전 수출ㆍR&D 협력에는 동의했으나, 농축‧재처리 허용문제에 대해서는

국제 비확산 차원에서 허용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이며, 특히 우리에게 농축‧재처리를 허용하는 것

은 북핵문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난색 표명하였다. 한‧미 양국은 현격한 입장차로 협상

진전이 어려워짐에 따라 협정 공백상황 방지 및 추가협상 시간확보를 위해 현 원자력협정을 2년 연

장 (2016년 3월까지)하는 방안에 합의하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렇듯 한‧미 관계는 한국의 높아진 위상을 반영하고자 목소리를 높이는 과정에서 마찰이 노정되는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의 친중국 정책처럼 보이는 외교적 행보가 한‧미 동

맹에 보담을 주는듯한 국면도 있다. 


히 일본과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는 개인적 친분을 과시하며 벌이는 박근

혜 대통령 외교의 일거수일투족이 오바마 미 대통령의 동아시아 재균형정책과 괴리되는 인상이 강

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한‧미 동맹의 원활한 관계설정에 부담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히 이 문제는 동맹의 정체성과 관련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한‧미 간에 신중하게 다뤄져야 한다.

국의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중심으로 중국과의 유연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며, 불필

한 갈등을 최소화함으로써 관계를 강화해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36) 한국이 미‧중 갈등의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적극적이고 다양한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특히 북핵문제 해결을 위하여 한‧미‧중 간 긴밀한 협의를 유지해야 한다. 



2.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의 관계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이 1990년대 이후 그 응집력에 있어 정반대 방향으로 전개되었던 적이 있는

데, 한 연구37)에 의하면 그것은 국제체제의 대립구도 내지 동북아 안보환경의 변화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정권교체에 따른 집권세력의 성격변화, 동맹정치에 대한 인식, 그리고 동맹의 딜레마 등이

중첩하는 과정에서 최고 정책결정자 및 집권세력의 정치적 결정에 의해 발생하였던 것이라고 한

다.


따라서 향후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의 동향은 한‧일 양국이 처한 안보환경과 미국의 국익이라는 외

적요인 속에서 국가주권과 안보를 최적화시키기 위해 합목적적으로 행위하는 한‧일 양국의 최고 정

책결정자 및 집권세력의 동맹인식과 동맹의 딜레마에 대한 대응방식에 따라 결정된다고 할 수 있

다.


한‧미동맹이 한국의 안전보장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군사동맹이라면, 미‧일동맹은 이보다는 더 포괄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하겠다. 우선 미‧일동맹은 냉전 당시 소위 남방삼각의 주축으로서 북방동맹을 견제하는 성격이 강했다. 특히 미국의 입장에서는 일본이 소위 ‘불침항모’로서 동북아시아에서 전략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보았을 것이다. 또한 역사적으로 일본은 미국에 의하여 개국된 매우 특이한 경우에 해당하고, 전후에도 미국에 의하여 일체성(영토의 보존과 정치적 공동체 유지)이 보존되는 상황에 있었다.


미‧일동맹의 경우는 일본이 평화헌법을 채택하고 있었기 때문에 동맹의 쌍방성에 한계가 있었다.

미‧일안보조약(1960) 제5조에는 미‧일 양국이 일본의 영역 및 재일 미군기지의 ‘어느 한 쪽에 대한

무력공격’이 있는 경우 ‘자국의 헌법 상의 규정 및 절차에 따라 공통의 위험에 대처하도록 행동할

것을 선언한다’고 기술되어 있다. 


일본이 미국 본토의 방위에 대해서는 공동 대처할 의무를 지고 있지 않다는 의미에서는 편무적(쌍

무적이 아니라는 의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해당하는 사태를 ‘5조 사태(事態)’라고 하고, 이는

미‧일 동맹조약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제5조에서 말하는 공동방위는 다른 동맹과 비교하여 특이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첫째, 미

국은 집단적 자위권에 기초하지만, 일본은 개별적 자위권을 행사하는 형태로 되어 있다. 따라서 지

휘권도 각각에게 있으며 미‧일 공동군 이라는 것도 아니었다. 1975년 미키 타케오(三木武夫) 정권

이 ‘미‧일 방위협력’ 을 제출하여 1978년에 그 '지침’이 만들어지게 된 것도, 그 때까지 미‧일 간에

‘5조 사태’에 대한 정책적 조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방위협력지침이 생겨나게 되었으며, 이러한 방위지침의 변경이 미‧일동맹의 강화

로 연결되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최근 몇 년 동안 미‧일 관계는 그다지 신뢰가 높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잃어버린 20년이라는 경제적 어려움, 일본 민주당 정권 당시 안보현안(오키나와(沖繩) 현의 후텐마(普天間) 비행장 이전 문제와 미‧일 지위협정 개정, 주일미군 주둔비용 조정, 해상자위대의 다국적함대 급유지원 중단38) 등) 관련 미‧일 갈등, 도후쿠 지방에서의 쓰나미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폭발 및 그 이후의 관리실패로 인한 오염 확산의 책임, 정신대 문제나 징용 피해자 보상문제 등 과거사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과도한 강경입장 등으로 미국에서는 일본에 대한 신뢰가 줄어들고 있었다.


그에 비하여 동맹으로서 한국에 대하여 미국의 긍정적인 평가와 믿음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한

국은 이명박 정권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경제를 안정적으로 발전시키고 있으

며, 북한에 대해서도 원칙 있는 대북정책을 추진하면서 북핵 해결을 위하여 공동보조를 맞추어 왔

던 파트너쉽이 성장하면서, 긍정적 평가를 얻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러한 분위기가 역전되고 있는 느낌이 강해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방미 시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신뢰프로세스)을 오바마 미 대통령에

게 제안하였는데,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는 달리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은 별로 환영받지 못하였다.

그런데 그 이유가 최근 들어서 확인되고 있는 느낌이다. 


즉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어차피 한반도에 국한되는 것인 만큼 크게 신경 쓰일 일이 없지만 동북

아의 경우는 중국이라는 존재가 있기 때문에 한국이 나서서 주도권을 행사하는 것이 못마땅하거나

불가능하다고 미국 정부가 판단했을 수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자꾸 제동을 걸거나 무시하는 듯한

분위기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이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에 관하여 사용하는 미국 정부의 표현에 미세

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한‧미 간에는 과거 한‧미동맹이 ‘초석(cornerstone)’으로 표현되어 왔으

나, 최근에는 ‘핵심 축(linchpin)’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한‧미 동맹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고 하지만, 최근 미‧일 간 안보협의 발표문에서는 ‘미‧일 동맹이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한 초석(cornerstone)’이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미국은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의 차별화를 염

두에 두고 있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39) 한국 외교부는 대변인 성명을 통하여 한‧미동맹과 미‧

일동맹 간의 경쟁적 제로섬 관계를 부인한 바 있다.40)


하지만 이러한 맥락에서 아베 정부의 친미 일변도 외교정책이 한‧미동맹을 격하시키고, 동북아에

서 미국의 전략에 협조하는 태도를 명시적으로 과시함으로써, 커다란 안보적 이익을 보고 있는 것

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일본은 이러한 상황이 일본의 국내경제 활성화는 물론 일본인들의 자존심

을 회복하는 데 긍정적 효과를 낼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 한‧미관계와 한‧중관계


60년 간 발전해 온 한‧미동맹은 포괄적 전략동맹 관계로 한·미 양국관계를 심화시켜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한‧중관계가 발전, 심화되면서, 특히 경제관계의 비중이 역전되면서, 한‧미동맹 속에서

어떻게 중국과의 관계를 설정할 것이냐가 과제로 남게 되었다. 한국과 중국의 무역은 2012년 기준

으로 수출 1,343억 달러, 수입 808억 달러로 총규모 2,151억 달러인 데 반하여, 한국과 미국의 무

은 수출 585억 달러, 수입 433억 달러, 총규모 1,018억 달러이다.41) 


상황이 이러하면 중국과의 무역규모가 미국과의 무역규모에 비하여 두 배가 넘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으로서는 안보전략적으로는 한‧미동맹이 매우 중요하지만, 경제에 있어서는 중국을 중시하지

않을 수 없는 구도가 된 것이다. 


중국측 시각에서는 2002년부터 계속되어 온 한‧미 동맹의 재조정 작업을 거치면서 한국과 미국의

관계가 방어지역확장과 함의확장을 통하여 더욱 공고해졌으며, 중국과는 중단기적으로 더 소원해

지고 견제하는 관계가 된 것으로 본다. 


그렇기 때문에 향후 중국은 한국이 전략적으로 미묘한 위치에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한‧중관계의 심

화‧발전을 위하여 한국이 중국에 대하여 오인과 오산을 벗어나서 새롭게 관계정립에 나서주기를

바랄 것이다.42)


따라서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이 중국 포위전략으로도 인식되는 상황43)속에서 우리 정부가

한‧미동맹만을 강조할 경우 중국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질 수있다. 그렇다고 중국 변수로 우리 대외

관계의 핵심축인 한‧미동맹이 약화되거나손상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한다.

대국주의 모습이 강화되고 있는 중국을 적절히 견제하되 중국과의 협력은 촉진될 수 있는 방향으로한‧미동맹을 유연하게 가져가야 한다는 제안이 많다. 


한‧미동맹과 중국과의 관계를 조화롭게 발전시키려면 미‧중 간 협력관계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한국

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러한 입장은 미‧중 관계가 갈등 구조에 있는데, 한‧미동맹

과 한‧중관계가 원만하게 굴러갈 수는 없다는 인식에 근거한 주장들이다.


문제는 한국이 미‧중 양국 사이에서 조정할 수 있는 전략적 공간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중국은 전

략적으로 한국군이나 미군이 중국 국경에 접근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으려고 북한과 같은 비합리적

이고 도발적인 정권을 지지하는 부담을 지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중국은 동북아지역에서 안보적

취약성을 보완하기 위하여 ‘순망치한’(脣亡齒寒), ‘이이제이’(以夷制夷) 등과 같은 세력균형론적 입

장을 견지해 왔다. 


이제 중국이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G-2 국가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전략적 공간

이 넓을 수는 없을 것이다. 더욱이 일본이 우경화하면서 한국에게 전략적 선택이 강요되고 있는 상

황에서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V. 결론


일본 아베 정권의 우경화 정책은 미국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 중시정책(Pivot-to-Asia) 또는 재균형

정책(Rebalancing)과 중국의 "신형대국관계론"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아베 정권의 야심인 소위

‘보통국가론’을 관철하려는 전술이다. 물론 이러한 입장이 아베 정권 1기에도 나타났고, 특히 일본

보수우파의 일관된 입장이었다. 


그러나 현 아베 정권의 우경화가 이전의 그것과 다른 것은, 안보환경의 변화에 정확히 편승하여 주

도적으로 상황을 견인하면서 미국의 안보적 요구에 부응하여 실리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뿐만 아니라 유럽연합도, 러시아도, 필리핀도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회복에 대

하여 거부감 없이 우호적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국은 현재 자국의 재정적 여건이 열악한 상황에서 일본이 잠재적 적국인 중국에 대하여 자

발적으로 견제세력이 되려 한다는 점에 매우 고무된 것처럼 보인다. 현재 진행 중인 미‧일 간 안보

협의가 2013년 말까지 결론을 내리면, 일본의 소위 ‘방위정책대강’이 수정될 것이고, 그래야만 미‧

일동맹의 성격과 일본의 전략적 능력 및 역할에 대한 평가가 내려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을 종합해 보면,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의 대체적 그림은 다음과 같이 그려질 수 있다.


첫째, 미국은 무서운 기세로 경제대국화 하고 있는 중국의 힘이 국제정치적으로나 군사안보적으로

지역패권화하는 것을 경계하려 할 것이고, 일본의 지전략적, 군사안보적 능력이 이에 대한 유용한

자원이라고 판단할 것이다.


둘째, 일본의 방위비가 GDP 1% 상한을 넘어설 것이고, 일본 군사대국화에 대한 주변국들의 우려

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보수우파들이 결집하여 일본 헌법 제9조를 개정함으로써, 소위 ‘보

통국가화’에 성공할 것이다. 그러면 일본은 정책으로서 전쟁에 대한 권리를 회복할 것이며, 일본자

위대는 일본국군대가 될 것이다.


세째, 주한미군을 포함하여 한‧미동맹 전반에 대한 재평가가 내려질 것이며, 한‧미동맹의 미‧일동

맹에 대한 연계성 강화에 관한 미국과 일본의 요구가 높아질 것이다. 특히 북핵문제와 관련하여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MD: missile defense)에 대한 편입 요구도 높아질 것이다.


네째, 한‧미동맹과 한‧중관계의 딜레마 속에 한국 정부는 전략적 선택을 강요받게 될 것이다. 불행

하게도 한‧중관계는 경제‧무역적 측면에서 한국에게 핵심적 이익을 구성하고 있으며, 한‧미동맹은

안보적으로 사활적 이익을 보호하는 수단이다. 이렇게 G2 국가들과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비대칭

적 특성은 한국의 안보정책 결정에 커다란 장애가 될 것이다.


이렇게 상황이 어렵게 된 데에는 한국 정부도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의 소위 ‘아

시아 패러독스’로부터 시작하여 ‘한반도신뢰프로세스’와 ‘동아시아평화협력구상’(동아시아 신뢰프

로세스)로 이어지는 외교정책 구상44)이 어떠한 맥락에 닿아 있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자

은 어떠한 것들이 있으며, 또한 어떠한 방식으로 복잡한 정책복합(policy-mix)을 달성할 수 있는

에 대한 치밀한 계획이나 로드맵을 갖고 있지 못하였기 때문에 현 상황에 대한 처방도 궁할 수 밖에 없다.


혹자는 한국의 박근혜 정부가 미국의 오바마 정부와 중국의 시진핑 정권 사이에서 갈등을 조정하고한국의 입지를 넓힐 수 있는 다방면의 복합적 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쩌면 또 그렇게

원론적 주장을 하는 것 이외에는 딱히 할 수 있는 방안도 없을지 모른다. 문제는 일반적으로 외교

정책의 푸르던스(prudence)가 결여된 담론이나 정책이 가지는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결여되어

있다는 데 있다.


사실 2013년 5월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외교 시 이에 대한 신호가 있었다. 오바마 미 대통령과 정상

회담 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관해서는 전폭적 지지를 받았지만,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에 대해서

는 별다른 지지가 없었다. 오히려 그것은 한국 정도의 나라가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또한 오바마

미 대통령의 아시아 재균형정책과도 거리가 있다는 신호가 있었던 것으로 해석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 이후 박근혜 정부의 외교적 행보는 계속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과 거리를 두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오해를 받을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특히 박근혜 정부의 친중노선과 동시에 반일노선

이 대비되면서, 아베 일본총리의 한‧일 정상회담 개최 요구가 크게 부각되었다. 이 부분은 미국에

게 전략적으로 상당히 불편한 상황을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베 일본총리에게는 한‧일 간 협

력을 시도하려는 노력이 돋보이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함께 한‧미동맹과 한‧중관계의 군사안보와 경제무역 간의 비대칭적 구조를 풀어낼 수 있는 묘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리고 그 출발은 한국의 국제정치적 위상과 동북아 전략환경에 대한 냉철한 인식,

그리고 일본의 아베 정부가 보이는 것보다 더 협상지향적인 외교적 제스쳐, 내실 있는 안보자원 확

충 노력 등으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정책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은 다양한 각도에서 고찰할 수 있다. 첫째, 미국

이 대규모 병력감축을 예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 간 합의된 ‘전략적 유연성’의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짐으로써 한국의 군사안보태세에 유동성이 초래될 수 있다. 둘째, 동북아 안보구조의 중심축

인 미·중 간 세력경쟁이 가속화할 개연성이 있다. 셋째, 미국은 아·태 지역에서의 점증하는 안보비

에 대응하여 한국·일본 등 동맹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 증액요구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응하여 한국은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한‧미동맹의 틀을 유지·발전시켜 나감으로써 한반도 국

방안보태세에 대응하는 한편, 중국과의 ‘전략적협력동반자관계’ 를 내실 있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

특히 군사적 신뢰를 위한 다양한 협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45)


특히 일본과 관련하여 북핵문제 해결 및 동아시아에서의 영토 및 해양 분쟁 완화를 추구해야 할 박

근혜 정부로서는 일본과 성숙한 파트너십 선언에 기반을 두어 전략적 협력관계를 견지해갈 필요가

있다. 


이러한 대응기조 하에서 아베 정부의 헌법 개정을 통한 국방군 구상 추진에 대해서 과민한 반응을

자제하고, 중‧일 간의 영유권 분쟁에 관해서는 중재자적 입장에서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역사문제에 대한 아베 정부의 수정주의적 입장에 대해서는 일본 내 양심 세력은 물론 중국

및 동남아 국가들과 구미 각국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일본의 자성을 압박하는 정책을 구사할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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