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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회 그들의 잃어버린 실락원 무상복지, 복낙원은 없다

[기획특집] 최후로 향하는 사회주의: 소비에트 역사로 전망하는 북한의 몰락 -5회-


영국 처칠 수상의 지시로 옥스퍼드 대학 경제학 교수인 베버리지가 만든 보고서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민의 건강과 복지에 대해 책임지는 국가라는 제목으로 가난한 사람들이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국가가 도와주어야 한다고 했다.

영국 사회복지제도를 상징하는 요람에서 무덤까지그리고 북구 스웨덴의 태내에서 천국까지라는 복지 개념의 원조는 사실상 소비에트 연방의 출생과 교육, 의료와 주거에 대한 무상제도에 있다그들이 자신들이 사회를 지상낙원이라고 미화하기도 했던 것은 여기 근거한다.

그러나 소비에트 사회주의 국가의 무상복지는 그들 사회의 우스개소리처럼 살라고 주는 것이 아니라 죽지 말라고 주는 것이상의 수준을 넘지는 못했다. 무료 복지 서비스의 질은 필요한만큼 높지 못했다. 게다가 늘 물자부족이었다. 그나마도 소련이 붕괴되면서 더 부실하거나 유명무실해졌다.

자본주의 도입에 따라 출산부터 의료 및 교육과 주택 그리고 장례식까지도 유료 시장이 생기기 시작했다. 지식층과 전문인력들이 유료 시장에 뛰어들수록 무상복지제도는 점점 더 붕괴됐다. 유료서비스의 질은 향상되어갔지만, 상대적으로 빈곤층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무너졌다. 그러나 차라리 돈을 내고 제대로 된 의료 및 교육 혜택을 받겠다는 목소리도 점점 높아졌다.

소련 붕괴 후 10년간 사망률 증가로 인한 소련 인구의 감소로도 증명되었다. 심지어 1991-1994년 사이 러시아인의 기대수명이 5년이나 줄었다는 통계를 보더라도 이것이 얼마나 소련 대중들의 생계와 생명에 위협적이었는지 입증된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체제전환기 당시 러시아의 영유야 300만을 포함해, 1000만 명 이상이 직접적 원인 규명이 어려운 사망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러시아 연방이 독립한 후, 러시아 사회에는 신빈곤층과 신흥 부유층으로 계층 분화가 급속히 진행됐다. 90년대 초반 2500%에 달하는 인플레이션은 교사, 의사, 과학자 같은 지식엘리트층의 임금 상승률이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나마 임금도 상습체불되기 일쑤였다. 그들 고학력 인력들이 외국인 집 가정부나 운전기사 등으로 취업해서 300-500달러라도 벌려고 한 것은 루블화의 폭락으로 상징되는 경제붕괴가 초래한 재난적 풍경이었다.

한편, 국유재산의 민영화 과정에서 정보와 권력에 대한 접근권이 있던 계층은 일확천금의 부를 획득하는 기회를 가졌다. 그들만의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와 병원, 고급주택과 별장, 메르세데츠 벤츠 등으로 상징되는 고급 승용차와 전용기 등을 보유하고 향유하며 빈부격차의 골을 깊게 했다.

현실이 이렇게 변하자, 사람들은 모두 돈 버는 것을 최우선에 두고 추구하게 된다. 이는 지식층과 전문인력들의 해외로의 대량 이탈을 초래했다. 이른바 두뇌유출의 러시였다. 이러한 상황은 푸틴 집권 후 그리고 국제유가 인상으로 인한 오일머니의 유입으로 러시아 경제가 호흡을 하기 시작한 후 둔화되기는 하지만 근절되지는 않는다.

유엔인간개발계획에 따르면, 푸틴이 집권하던 2000년에 러시아의 GDP8395달러로 미국의 1/5 수준이었다. 2012년에는 미국의 1/3 수준인 14461달러로 나타난다. 그러나 2009-2012년의 레바다 센터 여론조사 결과는, 여전히 인플레이션과 실업과 빈곤이 러시아인들의 걱정거리 1-3위에 올라있음을 보여준다.

임금과 연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인들은 인플레 등으로 인해 4명 중 한 명 만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12년 대선에서 푸틴은 2020년까지 젊은 가정과 공무원들을 위한 담보대출 지원금을 60%까지 올리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이는 주택 문제의 당면성을 말해준다.



2005년 푸틴은 건강, 교육, 주택, 별장과 같은 분야 국책사업을 전개한다. 교사 및 의사의 임금을 20% 내외 수준에서 인상하는 등 교육과 의료 같은 공적 분야에 관심을 기울인 데는 국민의 건강과 교육이 최소한의 사회안전판의 역할을 한다는 인식을 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2008년에 국민의료 발전계획 2020’ 공표도 그 차원에서다. 여기에는 러시아인의 평균수명을 66세에서 75세로 연장하는 계획 등이 포함되어 있다.

세계 1위의 낙태율 등 저출산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러시아 인구현황은 경제난과 무관하지 않다. 2000년대 들면서 1990년대 400만 건이 넘던 낙태가 120만건으로 대폭 감소하는 등 적극적 인구정책은 어느 정도 효과를 나타낸다. 2010년에는 인구가 이민 등에 영향으로 증가세로 전환되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저출산 문제는 아직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 남성의 평균수명은 2013 64세로 국제적 기준보다 현저히 낮으며, 러시아 여성의 76세에 비해서도 뚜렷이 낮다. 물론, 이는 2008년의 59세에 비해서는 크게 개선된 것이기는 하다. 비교를 위해 미국과 영국의 평균수명을 살펴보면, 러시아인들보다 10년 가량 길다. 사망의 주원인으로는 알코올과 폭력을 꼽는데, 러시아인은 매년 4만 명이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19세기 문호, 의사 출신의 안톤 체홉이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은 상놈이라고 한 것처럼 흡연을 고상한 취향으로 인식하고 그에 관대했던 러시아러시아 흡연인구는 유럽 대비 2배 이상 많다. 그 러시아가 2013년에는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을 금지하는 금연법을 채택한 것만 보아도 건강 이슈는 사회적 문제다.


그럼 교육은 어떨까. 소련 공교육은 소비에트형 인간을 양성하는데 주력했다. 마르크스 레닌주의가 필수과목이었고노동자 계층 자녀들에게 고등교육의 우선권이 주어졌다. 그러나 당과 특권층 앞에서는 이 원칙도 후퇴하곤 했다. 즉 교육계도 부정과 부패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푸틴 집권 초기부터 교육개혁은 핵심 정책이었다. 2001년 설립된 국가회의는 교육개혁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푸틴은 무상교육을 공교육제도의 초석이라 하면서도 정돈된 사교육 제도로 얻을 수 있는 장점도 긍정적으로 보았다. 교육비에 대한 투자가 국가적 우선 순위였다. 그에 따라 교사들의 임금이 두배로 오르기도 했다. 2004년에는 교육 예산이 군수산업에 대한 지출을 앞섰다고 러시아 정부가 발표했다.


새로 도입한 대입국가시험은 한국의 입시시험제도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져 우리의 관심을 모은다. 이는 부자와 권력층에 유리하게 부정부패의 대상이 되어온 고등교육의 기회를 평등하고 공정하게 관리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물론 러시아에 맞는 방식이 아니라는 비판도 적지 않았으나, 이미 정착한 제도가 되었다.


소련 붕괴 후 10년간 약 2백만 명의 학령 아동이 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지만,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2010년경에는 고등교육 수혜자가 3배로 증가했다. 현재 러시아는 세계 최고의 고등교육 근로 인구 비율을 보유하고 있다. 17-22세 청년들의 70%가 고등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원하든 그렇지 않든 이제 그들 속담대로 공짜 치즈는 쥐덫 위에만 있다는 것도 러시아의 현실이다. 러시아는 아직 사회주의 무상제도를 완전히 청산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자본주의 자유경쟁시장의 원리도 동시에 작동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인간사회의 복잡성은 하나의 유일한 해법을 불가능하게 한다. 다양한 층위의 접근법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러시아 독립 후 30년 가까이 지나도록 복낙원의 길은 멀기만 하다. 어쩌면 과거의 낙원은 존재 의미를 상실하고 이미 버려진 폐허일 뿐이다. 과거로 가는 길은 더이상 없다. 출구는 새로운 미래에 있을 뿐이다. 북한 체제를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인식하는 우리 사회 과거지향자들에게 주는 말이다.


< 맹세희 글로벌디펜스뉴스 편집위원 약력 >


- 고려대학교 영어교육과 졸업                                  

모스크바국립대학교 언론대학 방송학 박사 수료


주요경력


- 모스크바국립대학교 아시아아프리카대학 한국어과 강사

- '러시아의 소리' 한국어 방송부 아나운서

- KBS 라디오 방송작가

- KBS 모스크바 통신원

- '미국의 소리' 한국어 방송부 모스크바 통신원(필명 정여경으로 활동)

- 뉴스타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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