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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 러시아의 딜레마, 마피아는 실존했나

[기획특집] 최후로 향하는 사회주의: 소비에트 역사로 전망하는 북한의 몰락


마피아의 제국으로 알려진 1990년대 러시아. 러시아 경제 및 정치와 사회를 구조적으로 왜곡시켜놓은 장본인으로 회자되는 러시아 마피아. 이들의 존재는 언제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을까. 


이들 러시아 마피아의 존재가 처음 세간에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공교롭게도 고르바초프의 개방 및 정보공개를 표방한 글라스노스치 그리고 재건 및 개혁을 내건 페레스트로이카 이후다. 2011 11월 미국 국무부는 러시아 마피아를 미국을 위협하는 범죄조직 1순위로 꼽았다.


필자가  러시아 유학을 시작한 90년대 초반까지만해도 러시아에서 마피아라고 하면 거의 불량배,깡패, 폭력배, 불법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로 통용되었다. 그러나 어느 시점부터인가 이들의 정체가 점차 거대해지면서 구체화되고 표면화되기에 이르렀다.


당시 러시아는 자본주의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예비지식이나 적응훈련 또는 그를 지탱할 만한 하부구조가 전혀 없이, 옐친 등을 중심으로 하는 급진개혁파들에 의해 전격도입됐다. 기존 사회주의 배급체계가 급격히 무너지면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및 물자부족현상이 심각해졌다. 그리고 이것은 부패한 관료와 경찰을 매수 결탁한 일단의 무력조직의 등장으로 더욱 심화되었다이들은 밀수와 매점매석 등을 통해 급격히 지하경제를 장악하면서 금권력의 실체로 급성장했다


과연 이들은 누구였을까. 놀랍게도, 그들은 개혁개방으로 실업자 신세나 나름없어진 KGB 요원들, 퇴출된 공산당 간부, 급격한 물가상승 등으로 생계에 위협을 느낀 전직 운동선수들, 그리고 아프가니스탄과 체첸전쟁 등에서 돌아온 퇴역군인 등이 대거 포함되어 있었다. 이들을 포함한 위협적인 힘을 가진 폭력조직들이 통칭 마피아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러시아 정부 혹은 언론자료에 따르면, 러시아 마피아 조직은 1991 785개로 파악되고 있다. 이것이 1993년에는 5700개 수준으로 폭증하고, 10년이 지난 후인 2006년 경에는 1만여 개로 늘어나 소속 행동대원들도 50만 명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러시아 마피아는 이미 1993년에 러시아의 거의 모든 은행들을 소유했고, 러시아 비즈니스의 80%를 차지했다고 한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러시아 마피아의 조직 구성이,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은 이탈리아 시칠리아 마피아 등과는 또 다르게, 전직 공조직 종사자들이기 때문에, 인적 커넥션이 고위 정부관료 및 당관료 등으로 이들 러시아 마피아가 개입하는 범죄사업의 레벨은 상상을 초월하게 만든다.


, 거대한 이권사업의 하나로 알려진 무기 밀매는 물론이고, 이들 마피아의 가장 규모가 큰 사업대상은 러시아라는 세계 최대 영토를 가진 국가의 국유재산이었다. 이들은 러시아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것들인 석유, 가스, 석탄, 목재 및 펄프, 철강 구리 니켈 등 천연자원 개발 및 판매사업, 그리고 가장 대표적인 군산복합체였던 소련의 제조업 등이 사유화 및 민영화 되는 과정은 이들 마피아들의 대활극이 벌어지는 이권 쟁탈전의 무대였다.


러시아 마피아들은 이를 통해 신흥 러시아인, 즉 노브이 루스끼, 또는 과두재벌로서 올리가르히 등으로 불리거나 그 후견인이 되어 세계 무대에 등장했다. 물론 이들 중에는 합법적으로 사업을 한 사례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소위 러시아 마피아가 개입하는 큰 비즈니스에는 청부살인이나 폭탄테러 등 폭력으로 점철되기 십상이었다.


이런 형태의 마피아 범죄들은 1990년 소련 붕괴 직전 3500건 수준에서, 2000-2008년에 이르면 약 3만 건 수준으로 늘어나, 10배 가까운 증가세를 보인다. 90년대 초반에 벌어지는 길거리 총격전들은 바로 이들에 의한 것으로 이권쟁탈전이 원인이었다.


러시아는 2007년 소형무기 보고서에   의하면, 세계 9위의 민간인 총기보유국으로 1200만 정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총기소지가 어렵지는 않았으나, 미국처럼 자유롭지도 않아, 이 당시만 해도 개인총기 소지가 흔한 일은 아니었기에 이런 일은 상당한 사회적 스캔들의 대상이었다. 러시아에서 기존 사냥 및 스포츠로서의 사격을 위한 목적 외에, 호신용으로 총기소유를 허가한 것은 2014 11월로 비교적 최근의 일임을 감안하면, 이들 총기 보유자들은 상당히 불법조직 소속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들 마피아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은 2000년 대통령이 된 블라디미르 푸틴이다. 그는 법의 독재라는 특유의 역설적 논리로 부정부패 및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연방금융위원회에서 부정부패를 전담했던 주코프를 총리로 임명하고, 자신의 권력기반인 KGB의 후신 FSB를 이용해 부패한 경찰 2만명을 견책하고, 17천명을 해고하는 대대적 인적 숙청작업을 벌였다. 2006년에는 마피아 조직원 14천명을 검거했다. 숨겨진 목적이야 따로 있다하더라도, 표면상 그의 정책은 옐친시대 90년대 부정부패에 지친 러시아인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다.


푸틴은 당근과 채찍을 모두 사용했다. 정치와 관계 마피아는 채찍으로, 그러나 기업 마피아에게는 당근을 내밀었다. 정부에 협조하고 합법적 비즈니스로 전환한다면 사면하며 나아가 기득권도 인정하겠다는 거였다.


푸틴에 협조한 대표적 사례가 있다. 러시아 제지가공업의 60%를 차지하는 기업 일림펄프의 소유자로, 포브스 선정 러시아 100대 갑부 59위에 랭크되었던 보리스 진가레비치(그의 아들 안톤 진가레비치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레딩FC’의 소유주로 유명하다). 그는 푸틴계 알루미늄 재벌 데리파스카에게 지분의 상당부분을 양보(혹은 빼앗김)하고, 나머지는 국제적 기업 인터내셔널 페이퍼와 합작하는 식으로 합법화 과정을 거쳐 면죄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첼시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도 옐친 시대의 총아 보리스 베레조프스키가 푸틴과의 대결에서 몰락하는 걸 보면서, 스스로 조용히 외국으로 몸을 피해 기득권을 유지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푸틴의 부패와의 전쟁은 일정 정도 성공을 거둔 것으로 자평되고 있다. 물론 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독재체제를 갖춘 푸틴 정부 하에서 이뤄진 평가들이라 객관성을 온전히 인정받기엔 아직 이른 감이 있으나, 2012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위해 서방이 내건 조건에 부합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서의 선의적 개혁과 성과도 전혀 없었다고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러시아 마피아가 은행들을 장악하고 있는 동안 러시아 은행들은 공식적으로 돈세탁 기구로 전락한 경우가 많아, 불신의 대상이었다. 그러던 것이 푸틴 시대의 통제를 통해 합법적 금융기관으로 탈바꿈했고, 마피아들도 국회의원이 되거나, 지방의회 의원 및 기업가로 새롭게 태어난 것으로 일정 정도 인정받고 있다.


2011년 러시아 경찰에 따르면, 러시아 내 마피아 큰 조직은 여전히 450개 가량 존재하며, 이들 범죄조직 산하의 기업이 2천개가 넘는데, 그 중 20%가 지방 행정 예산과 일자리 창출을 부담하고 있어 이들의 처리가 용이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들 러시아 마피아들의 경우, 해외에도 활발히 진출해 200여개의 국제적 러시아 마피아가 악명을 떨치며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자주 영화에서도 다뤄진다. ‘투어리스트’, ‘이스턴 프라미스’,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 ‘로드 오브 워등이 그렇다. 잔혹하거나 아니면 거대 비밀 밀수 조직에 대한 이야기들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실존인물과 실화를 모티브로 한다.


또 우리에게 잘 알려진 드라마 모래시계의 테마 음악 백학을 노래한, 러시아 국회의원이자 국민가수인 이오시프 코브존이 2012년 미국 비자 발급이 거부당한 일이 있다. 그가 해외 러시아 마피아들의 불법자금유출과 관련되었다는 의혹 때문이었다고 한다.


정치권력과 행정관료조직과 기업계와 한 덩어리가 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 마피아. 불법과 합법의 경계가 모호한 지점에 러시아 마피아는 존재한다고들 말한다. 이래서 러시아 비즈니스를 두고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다는 말이 지금도 통용된다. 이들에 의한 요인암살 혹은 정치적 경제적 이권에 의한 살인 등은 여전히 사회적 골치거리이다.


러시아 마피아의 존재와 그들의 과거 현재 미래를 보면, 북한의 사회상도 어느 정도 유추해 볼 수 있다.


오래전 공개된, 1949년 작성된 미국 CIA 비밀자료에 의하면, 북한 김일성은 독립운동을 했던 김일성 장군이 아니라, 김성주라는 인물이 중국 공산당 관계자 리리싼의 도움으로 '진치첸'에서 '김일센'으로, 그리고 다시 '김일성'으로 둔갑, 변신했다는 것이다이런 마피아적 신분세탁 수단으로 탄생한 북한 정권. 권력 자체가 마피아인 북한 내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 지, 그 동토의 땅, ‘암흑의 장막북한을 가늠하는 일은 쉽고도 지난한 일일 수 있다


더구나 그들은 '거짓도 1백번 반복하면 진실이 된다'고 믿는 사회주의 선전선동가들의 후예들이기에 더 이상의 선한 기대는 접는 것이 상식일 것이다.



< 맹세희 글로벌디펜스뉴스 편집위원 약력 >


- 고려대학교 영어교육과 졸업                                  

모스크바국립대학교 언론대학 방송학 박사 수료


주요경력


- 모스크바국립대학교 아시아아프리카대학 한국어과 강사

- '러시아의 소리' 한국어 방송부 아나운서

- KBS 라디오 방송작가

- KBS 모스크바 통신원

- '미국의 소리' 한국어 방송부 모스크바 통신원(필명 정여경으로 활동)

- 뉴스타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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