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위산업학회 채우석 회장
우리 정부는 미국의 패권전략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한국의 해군력 강화가 미국의 동북아시아 패권전략에 얼마나 부합되는지를 미국에게 잘 설명할 필요가 있다. 한국 해군력의 강화를 위해서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데, 미국은 중국이나 일본 제품에 대한 관세를 높이는 방식으로 한국산 제품이 미국에서 잘 팔릴 수 있도록 지원을 하거나, 한국산 고속철도 시스템이나 원자력 발전소 등의 수출이 잘 될 수 있도록 지원해 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 우리 정부도 이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해군력 강화에 대대적으로 투자를 하겠다고 약속을 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 한국 해군력이 대폭 성장한다고 한국 해군이 일본을 넘어서 미 해군에게 도전할 가능성은 0%에 가깝기 때문에 한국 해군력의 성장이 중국과 일본 그리고 러시아까지 견제할 수 있는 묘책이기에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이런 설득을 통해서 국내에서 항모전단 및 원자력 잠수함을 건조한다면 대략 20~30조원 정도의 비용이 조선 산업에 투자될 것으로 전망되기에 침체기에 접어든 한국 조선 산업을 일거에 살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해군 함정의 경우 3척이 1개조로 움직이는 것을 감안할 때, 정상적으로 작전에 투입하기 위해서는 항모전단이 최소 3개는 있어야하기 때문에 실제로 국내 조선 산업에 투입되는 예산은 약 50조 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통일한국의 북한지역에서 벌크선과 같은 저부가가치 선박이 건조되고 남한지역에서 LNG선 및 함정 등 고부가가치 선박을 만들게 되면 한국은 중국의 조선 산업을 제압하는 것은 물론, 고령화로 인력수급에 문제를 겪고 있는 일본 조선 산업도 완벽하게 제압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항모전단을 건설하면서 쌓은 각종 조선기자재 기술을 고도화하여 상선에도 접목한다면 일본이 차지하고 있는 레이더, 통신장비 등 조선기자재 시장도 석권할 수 있게 될 것이므로 일본의 부상을 억제하고자 하는 미국의 입장에도 잘 부합될 것이기에 미국도 싫어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한국이 4만톤급 항공모함·이지스함·원자력 추진 잠수함 등으로 구성된 함대를 보유할 수 있게 된다면 미국은 매번 미 해군 항모전단을 끌고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으로 진출할 필요 없이 한국 해군에게 일정 임무를 부여만 하면 되기에 미국의 아시아 패권전략에 숨통이 트이게 될 것이다.
미국이 평시에 한국 항공모함에 미 해군 함재기를 탑재하고 다닌다면 미국 입장에서는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평시에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국방비를 대폭 아낄 수가 있게 된다. 반면 우리 해군도 우리 항공모함에 미군 함재기나 미군의 군사고문단이 탑승해 있다면 중국이 쉽게 공격하기도 어려워지기 때문에 한국 해군의 위력은 한층 더 높아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한국 해군을 키워서 중국·러시아·일본까지 동시에 견제할 수 있기에 이런 부분을 미국과 잘 협의를 한다면 한국형 항모전단 건설에 있어서 미국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형 항모전단, 일본 자금으로 건설해야
그렇다면 막대한 건조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또 다른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전두환 대통령은 취임직후인 1981년 미국을 방문하여 한국의 대일 안보경협 요구의 정당성을 레이건 정부에 설득하여 레이건 대통령의 긍정적 반응을 얻어 내었다. 이를 바탕으로 전두환 정부는 일본에게 60억 달러의 안보차관과 40억 달러의 경협차관 제공을 요구하였다. 변화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한국이 공산주의 국가들과의 대결에서 군사적 전초기지를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일본을 압박하였으나 일본 나카소네 정부는 이를 거부하였다.
그러나 2년간의 협상 끝에 미국의 압력을 받은 나카소네 정부는 경협차관으로 40억 달러를 한국 정부에 지급하였고, 전두환 정권은 이 자금을 바탕으로 미국산 F-16을 면허생산 방식으로 구매하면서 국내에서 KF-16을 생산한 것이다. 그 당시 투자된 항공산업 기반으로 현재 T-50 및 F/A-50 경전투기를 생산하여 수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정부는 미국과 협상을 통하여 중국의 위협을 최선봉에서 막아내기 위해서는 한국 해군에 항모전단이 필수적이며 한국이 안보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으니 그에 합당한 비용을 일본이 지불하도록 미국을 설득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어차피 항모전단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이지스 시스템 및 함정용 엔진, 그리고 함재기 등 다양한 미국산 장비들이 탑재되기에 한국의 항모전단 건설은 미국의 방위산업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을 잘 설득할 필요가 있다. 이런 식으로 미국에게 설명을 한 뒤 일본에게 약 1,000억 달러 정도를 요구한다면 미국의 입장에서도 상당부분의 금액이 미국으로 흘러들어가기 때문에 한국의 입장에 서서 일본 정부를 압박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어차피 밑져야 본전인데 찔러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일본이 이를 거부한다면 일본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높이고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낮추는 방식으로 항모전단 건설에 필요한 자금마련을 도와줄 것을 미국 정부에 호소한다면 미국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제안이기에 안 들어줄리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일본의 대미 수출을 틀어막고 그 틈을 우리 기업들이 파고들게 되니 일본 자금으로 항모전단을 건설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장 약력 >
- 1972년 육사 28기 졸업
- 1982년 미국 콜로라도주립대학교 경영학 석사학위 취득
- 1988년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경영학 박사학위 취득
- 2001년 준장 예편
주요 군경력
- 육군본부 관리측정장교, 비용분석장교, 전사편찬과장 역임
- 국방부 평가관리관실 지상장비평가과장, 획득개발국 획득 3과장, 획득기획과장
- 국방부연구개발관, 조달본부 외자부장, 조달본부 차장 역임
- 서울대, 한양대, 전경련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 성균관대, 고려대, 전북대, 건국대 초빙교수
- 현 한국방위산업학회장, 현 방산선진화포럼 회장
- 저서 “방위산업, 창조경제 현장을 가다.”(공저)
- 보국훈장 천수장 및 삼일장 수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