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까지만 해도 3D프린터는 ‘일부 애호가들이 취미로 즐기는 것’이라는 인식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3D프린터는 GE를 비롯한 제조기업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며 중요한 의미를 가진 도구로 자리 잡았다.
지난 2016년 9월 GE는 산업용 3D프린터 전문기업인 스웨덴의 아캄(Arcam)과 독일의 SLM을 총 14억 달러에 인수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GE는 이미 항공 엔진용 연료 노즐을 3D 금속 프린팅 기술로 생산하고 있으며, 차세대 보잉 737 MAX에 장착되는 CFM 인터내셔널의 LEAP 엔진 생산에도 이 기술을 적용했다.
SLM의 3D프린터는 하나나 그 이상의 레이저로 매우 미세한 금속 분말을 1인치(약 2.5센티미터)당 약 1,250층씩 쌓아가며 필요한 형태를 만든다. 아캄(Arcam)의 기술은 레이저 대신 전자 빔을 이용하기 때문에, 티탄알루미늄(TiAl)합금처럼 강도가 높아 취급하기 어려운 소재도 적층제조에 사용할 수 있다.
GE는 3D프린팅 기술을 적층제조기술 (Additive Manufacturing Technology)이라 부르고 있다. 그 동안 3D프린팅 기술을 기업 전체의 이니셔티브로 추진해온 GE는 이번 인수를 계기로 적층제조 기술의 핵심 공급업체로 자리잡아, 산업 전반을 대상으로 이 기술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계획을 구체화하기 위해 GE는 GE애디티브(링크)를 새롭게 출범시켰다.
GE는 2016년 4월에 적층제조기술센터(CATA)를 열었다. 약 4천만 달러를 투자한 이 센터는 3D프린팅 기술 활용을 향한 GE의 열정을 잘 보여준다.
벽, 반짝반짝 빛나는 바닥, 레이저 3D프린터가 늘어서서 제트엔진 블레이드부터 오일 밸브에 이르는 수많은 제품들을 차분하게 만들어내고 있다. 온통 새하얀 색의 CATA 내부 모습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세트를 떠올리게 한다. CATA가 위치한 곳은 과거 철강산업으로 번성했던 피츠버그다.
미국 산업의 흥망성쇠를 상징하는 듯한 이 도시는 한때 쇠퇴한 것처럼 보였으나 최근 과학과 연구 및 교육에 주력하는 도시로 다시 태어났다. 로봇공학으로 유명한 카네기 멜론 대학뿐만 아니라 구글, 테슬라 등이 이 도시에 지사를 두었다. 핍스식물원(Phipps Conservatory and Botanical Gardens, 링크)에는 ‘세계에서 가장 지속가능한’ 건물이 건설되고 있다. 피츠버그에는 새로운 활력이 피어나는 중이다.
CATA의 운영을 담당하는 엔지니어인 제니퍼 치폴라(Jennifer Cipolla)는 이렇게 말한다. “금속 부품을 만들 때 보통은 금속 덩어리를 자르고 깎습니다. 날카로운 자투리 조각 같은 폐기물도 많이 나옵니다. 그러나 적층제조 기술은 금속분말이나 모래, 기타 재료를 낭비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으며, 프린터 내부에 남은 재료도 대부분 회수할 수 있어 폐기물이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내부 형상이 복잡해 제조 난이도가 높거나 기존에 가공 비용이 고가이던 제품도 쉽게 제조할 수 있음은 물론, 일체형으로 제작돼 강도와 품질도 향상됩니다.”
예를 들어 GE항공은 제트엔진의 부품을, GE오일앤가스는 밸브를 3D프린터로 생산한다. CATA를 개소할 때 적층제조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GE의 다양한 사업 부문에서는 자금을 모금했다. “CATA의 목표는 적층제조 기술을 GE의 모든 사업에 표준기술로 적용하는 데에 있습니다. 이를 통해 각 사업 부문에서 부담하는 개발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개별적으로 투자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GE 전체 차원의 기술 발전을 촉진할 수 있습니다.”
적층제조 기술은 여전히 해결할 과제가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치폴라는 말한다. “3D프린터로 매우 정교한 연료 노즐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3D프린터가 최종 제품을 만드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GE는 이 분야를 혁신하는 데 앞장서서, 가능성을 넓히고 산업화를 진행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CATA가 일명 ‘산업화 연구소’라 불리는 이유다. GE의 모든 사업 부문에서 3D 설계를 가지고 CATA에 와서 도움을 얻고 시제품 제작부터 본격 생산 개시까지의 과정을 최소화할 수 있다. 치폴라와 연구팀은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3D설계를 최적화하고, 실제 생산을 염두에 두고 시뮬레이션을 지원한다.
CATA의 직접 금속 레이저 소결(Direct Metal Laser Melting, DMLM)프린터는 CAD 설계 파일을 층층이 분석하고, 레이저로 금속 분말의 얇은 층을 차례로 쌓아 정확한 패턴을 형성한다. 각 층의 두께는 20~80마이크로미터로, 1인치에 무려 1,250층을 쌓을 수 있다. 머리카락보다 얇은 층을 대량으로 쌓아 형태를 만드는 것이다. 또 레이저 출력은 400와트~1키로와트로 벽을 관통할 수 있을 정도다. 브라이언 애드킨스 적층제조 엔지니어는 “현미경 수준으로 용접하는 것과 같습니다.”라고 설명한다.
DMLM가 대량생산용으로 이용되는 반면, 모래 접착제 분사형 3D프린터는 혁신적인 쾌속 조형도구(RP)로 활용되고 있다. 모래 접착제 분사 시스템은 레이저 대신 화학 접착제를 사용해 고운 모래로 주형(鑄型)을 만드는 기술로서, 적층제조 기계에서 280마이크로미터 두께의 각 층에 촉매를 첨가한다. 두 종류의 화학 물질을 결합하면 발열반응이 일어나 원하는 형상으로 모래가 굳어지는 원리다. 이 기계를 담당하는 엔지니어 데이브 밀러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Jell-O(미국 가정에서 사랑 받는 과일 젤라틴 믹스)’를 넣는 틀을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모래로 만든 형태는 점점 단단해집니다. 콘크리트처럼 말이죠.”
밀러 씨는 “복잡한 주형도 단 하루에 만들어 다음날 공장에 전달합니다. 이 기술로 쾌속 조형은 급격히 진화하고 있습니다. 같은 일을 하는 데 지금까지는 수천 달러의 비용이 들고 몇 주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제는 이 3D프린터 덕분에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제작 시간도 단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폴리머 소재를 이용하는 3D프린터도 있다. 액체 수지로 층을 만들고 UV에너지로 소재를 경화시키는 원리다. 이 기계는 지지재(Support) 하나를 포함해 네 종류의 폴리머를 동시에 출력할 수 있다. 각 폴리머를 결합해 형태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소재에 다양한 질감과 색상을 적용할 수 있다. 시스템 담당 엔지니어 에드 로울리(Ed Rowley)는 “소재를 잘 활용하는 ‘레시피’가 있습니다. 엘라스토머(상온에서 고무 같은 탄성을 지닌 물질)부터 경질 플라스틱까지 어떠한 소재로도 만들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이 프린터는 시제품부터 마무리 작업까지 사용할 수 있습니다. 로울리 씨는 최근 GE의 스타트업인 GE커런트(Current)가 디자인한 LED 샹들리에를 이 3D프린터로 제작했다. 이 샹들리에는 현재 CATA 로비에 전시되어 있다.
CATA의 내부를 사진으로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