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항공권을 판매하는 저가항공사(LCC)의 영향력이 세계 시장에서 점점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LCC의 국제선 점유율이 2016년 3분기에 20%를 돌파(링크)했다. 향후에도 저가항공사의 점유율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근거리 및 중거리 노선을 대상으로 하는 LCC는 대부분 기내 통로가 하나인 협동체(狹胴體, Narrow body, 단일통로기) 항공기를 운항하고 있다. 협동체 기종 가운데 최신형인 에어버스 A320neo, 보잉 B737MAX, COMAC(중국 상용항공기)의 C919 모델에 탑재된 엔진이 CFM인터내셔널의 최신 제트엔진인 LEAP이다.
LEAP를 탑재한 첫 A320neo 항공기가 지난 2016년 여름 터키 페가수스 항공에 인도되었다. 이 외에도 말레이시아의 에어아시아, 브라질의 아비앙카 항공, 미국의 프론티어 항공 등의 항공사가 LEAP를 탑재한 항공기를 운항 중이다.
페가수스 항공에 따르면 LEAP를 탑재한 항공기는 노선에 투입된 후 매일 최대 11편의 스케줄로 운항 중이며, 이착륙 회수가 2,500회를 넘겼다. “그 동안 한 번도 고장이 나지 않은 이 엔진에 매우 만족합니다.” 메흐메트 네인 페가수스 항공 CEO의 소감이다. “안정적인 LEAP 엔진 덕분에 운항 일정이 지연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다음 이륙까지 30분간의 여유 시간을 둘 수 있죠.”
에반 하딩 LEAP 마케팅 이사는 “이런 신뢰성이야말로 LEAP의 강점”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LEAP를 설계하기 전, 세계의 항공사에게 차세대 엔진에 필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의견을 물었습니다. 비행 환경과 운항 빈도에 따라 각 회사의 답변은 조금씩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이야기한 요소는 성능, 신뢰성, 내구성이었습니다. 고객은 성능이 뛰어난 엔진을 원했습니다. 단, 이 때문에 CFM이 지닌 최고 수준의 신뢰성(항공기를 이용하고자 할 때 이용할 수 있는 점)과 내구성(즉시 저하되지 않는 점)이 저하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하딩 이사의 설명이다.
이런 고객 니즈에 대응하기 위해 GE와 프랑스 사프란 항공기 엔진(이하, 사프란)의 엔지니어 수천 명이 모였다. 본인도 엔지니어로서 LEAP의 개발 및 제작 과정에 참여한 하딩은 “이 프로젝트는 최근 참여했던 중 가장 거대한 엔진 개발 프로그램이었다”고 말한다. LEAP 엔진을 3개 기종(A320neo, B737MAX, C919)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 단계에서 40개 이상의 테스트 엔진을 생산했는데, 과거 참여했던 엔진 개발 프로젝트에서 이만큼 테스트 엔진을 제조해본 적이 없었다고 하딩은 설명한다.
“보통 엔진 개발 단계에서 부품의 장착 정도, 조립 상황 등의 많은 항목을 검사합니다. 이 결과에 따른 조정은 드문 일이 아닙니다. LEAP 엔지도 몇 가지 개선점을 시행했지만,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하딩은 LEAP 엔진의 마케팅 이사로 부임하기 전, 미국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의 개발 공장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엔진 블레이드부터 연소기, 팬, 저압 터빈에 이르기까지 엔진의 모든 부품을 만지고 조립하고 최종으로 검사하고 엔진을 인도하는 모든 과정에 참여했습니다. 엔진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며 정말 많은 것을 배웠죠. LEAP 개발에 참여한 다른 많은 엔지니어도 이 엔진을 설계하고 완벽하게 마무리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였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것이 LEAP 엔진입니다.”
지금까지 CFM인터내셔널의 주력 엔진인 CFM56와 비교했을 때 LEAP은 연비를 15%나 개선했고, 배출 가스와 소음을 저감하는 등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 이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오랜 세월 쌓아온 GE와 사프란의 기술이 LEAP 엔진에 모두 포함됐기 때문이다.
“LEAP 엔진은 수십 년간 GE가 광동체(廣胴體, Wide body, 이중통로기) 항공기에서 쌓아온 실적과 CFM인터내셔널이 협동체 항공기를 제작하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LEAP를 개발할 때 지금까지 생산한 엔진에서 배운 것을 모두 살려 설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선 이미 검증된 설계 개념을 채택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테스트 단계부터 문제 없는 신뢰성 높은 엔진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LEAP 엔진은 GE와 사프란이 각 사의 강점을 살려 부품 제작에서 책임을 분담했다. GE는 고온부 등의 핵심 부분을, 사프란은 전방 부분, 팬, 저압 터빈의 설계 및 제조를 담당했다.
엔진 고온부에 위치한 슈라우드 부품은 무게가 금속의 1/3 밖에 안 되지만 강도는 2배 높으며 내열성이 뛰어난 CMC(세라믹매트릭스복합소재)가 사용되었다. 상용 엔진으로는 처음으로 이 첨단 소재를 적용했다. 또 저압 터빈에는 합금 무게의 절반인 티타늄 알루미늄이 사용되며, 팬 블레이드와 팬 케이스는 티타늄 무게의 절반인 탄소 섬유로 제작한다. 연료 노즐은 3D프린팅 기술로 제작한다. 이런 모든 요소가 모여 LEAP 엔진의 경량화, 연비 개선, 내구성 향상에 기여한 것이다.
“LEAP는 새로운 엔진이지만, 전혀 새로운 기술만 적용한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탄소섬유는 이미 GE90과 GEnx 엔진에 사용되고 있으며, 티타늄 알루미늄은 GEnx에도 채택됐습니다. LEAP는 수십 년간의 경험 속에서 개량된 기술이 집약돼 완성된 엔진이죠.” 연구진은 이 점을 강조한다.
CFM 인터내셔널은 이미 1만 1,500대의 LEAP를 수주한 바 있으며, 2020년까지는 이 엔진의 연간 생산량을 2,000 대까지 끌어 올릴 계획이다.
전 세계의 많은 고객들은 ‘도대체 어떻게 이처럼 많은 LEAP 엔진을 어떻게 제조하고 공급할 수 있는지 궁금해한다. 이는 LEAP 엔진의 공급망을 확대시키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는 GE의 노력 덕분이다. LEAP 부품 중 3/4은 적어도 두 곳에서 제조하며, 생산 라인이 멈추는 일이 없도록 대비하고 있다.
LEAP 엔진의 최종 조립 작업은 현재 GE의 공장인 미국 인디애나 주의 라파예트, 노스 캐롤라이나 주의 더럼, 프랑스 빌라로슈의 사프란 공장에서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