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의 두 엔지니어, 크리스토퍼 프로츠(Christopher Protz)와 폴 그래들(Paul Gradl)은 구리로 로켓 엔진 부품을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은 괜한 시간낭비를 할까 걱정이 되었다. 당시만 해도 구리는 3D 프린팅에 적합하지 않은 물질로 여겨졌고, 실제로 프린팅에 사용된 적이 없었다. 특히 구리의 입자가 3D 프린터의 레이저 빔을 반사해 구리의 일부만 녹고, 레이저의 일부도 역시 태워버렸다. 프로츠는 초기의 프로토타입을 “시커먼 액체괴물” 같았다고 회고한다.
2004년 입사 이후 NASA에 일생을 바치고 있는 이 둘은 이런 문제를 의연하게 받아들였다. 프로츠는 공군 조종사의 아들로 어릴 때부터 모형 로켓을 만들었다. “수많은 담대한 아이디어를 시도해 보는 것”이 그의 어린시절 취미였다.
그래들은 이렇게 말한다. “로켓 엔진의 경우, 개발 주기가 굉장히 긴 편이에요. 몇 달에 걸쳐 부품들을 설계하고, 이후 몇 달(혹은 몇 년)에 걸쳐 제작을 하고 나서야 성능 입증을 위한 연소시험(hot-fire test)를 할 수 있죠.”
“우리는 적층제조의 잠재력을 알아챘어요. 며칠 혹은 몇 주 만에도 부품을 만들 수 있죠.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그리고 NASA는 기꺼이 위험을 감수해보기로 했죠.” 그가 이야기를 덧붙였다.
위험을 감수한 결과, 5년이 지나고 드디어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NASA의 저비용 상단부 추친체(Low Cost Upper Stage-Class Propulsion, LCUSP)를 제작하기 위해 NASA의 “획기적인 개발”(Game Changing Development) 펀드를 통해 예산을 편성했고, NASA 연구센터 3곳을 아우르는 대규모 팀이 엄청난 성과를 이뤄냈다. 그 결과 구리 니켈 합금 기술에 큰 발전을 이뤄냈고, 이 기술을 통해 연소시험까지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인류가 구리를 쓰기 시작한 것은 약 12,000년 전부터다. 고대 인류가 처음 천연 구리를 발견했고, 이 독특한 금속을 곧 도구와 무기, 보석으로 가공하면서부터 인류의 구리 사용이 시작됐다. 이후 대장장이 기술이 발전하면서 구리의 중요성도 높아졌다. 구리는 연성과 전성이 높아 가공하기 쉽고 열과 전기의 전도성이 좋기 때문에 실용적인 도구를 만드는 데 적합했다.
열 전도성이 높은 구리의 특성때문에, NASA 과학자들은 로켓의 연료가 연소되는 연소실을 구리로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보통 쉐프는 바닥이 구리로 이뤄진 프라이팬을 선호하는데, 이유는 열이 고르게 분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소실의 경우 열이 고르게 분산되면서도, 연료가 연소되며 발생하는 화씨 6,000도(섭씨 약 3,315도)의 열기를 견뎌야 했다. 프로츠는 이렇게 설명한다. “그 어떤 물체도 그 정도 온도에서는 기화할 것입니다.”
구리의 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로켓 엔지니어들은 연소실에 작은 통로를 만들었다. 그곳에 냉각수를 흘려 엔진에 손상을 입히지 않을 만한 적정 온도를 유지시킬 수 있도록 설계했다.
전통적인 금속 가공 기계를 이용해서 냉각수 통로를 만드는 건 시간이 오래 소요될 뿐더러 비용도 많이 들었다. 또한 만들 때마다 균일하지 못한 품질이 나오는 것도 문제였다. 하지만3D 프린팅(적층제조)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NASA팀은 현재 GE가 인수한 독일 3D 프린터 제조사 컨셉 레이저(Concept Laser)에서 만든 선택적 레이저 용융(selective laser melting machine) 기계로 내부 구리 연소실을 프린팅했다. “우리가 이 기술을 사용하기로 한 핵심적인 이유는 복잡한 내부 통로를 만들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들은 말한다.
하지만 아직 과제는 남아 있다. 연소실 벽과 냉각수 통로 내부가 여전히 프로츠의 마음에 들 정도로 매끈하지 않았다. 거친 표면은 열 전도율을 높이고 냉각수의 흐름을 저해한다. 이에, 프린팅 과정을 개선하거나, 프린팅 후 표면을 매끄럽게 만들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을 찾는 등의 여러 가지 실험을 현재 진행 중이다. 프로츠는 재료와 로켓 과학이 복잡하게 뒤섞인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에 NASA는 가장 적합한 곳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미국 오하이오 주에 있는 NASA 글렌 연구 센터에서는 재료과학자들이 보다 나은 구리 합금을 만들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구리에 크롬과 니오븀(niobium)을 살짝 섞으면 강도가 높아지고 금속피로에 대한 저항성이 커진다. 한편 미국 버지니아 주에 있는 NASA 랭글리 연구 센터에서는 또 다른 팀이 시아키 전자빔(Sciaky Electron Beam) 용접기의 전자빔 자유형 가공 방식으로 더 강한 재료를 이용해 구리 연소실에 결합할 “재킷”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프로츠와 그래들은 미국 앨라배마 주의 NASA 마샬 우주비행 센터의 팀과 함께 다양한 합금과 부품을 조립해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
그래들과 프로츠는 현재 나사의 신속분석 및 가공추진 기술(Rapid Analysis and Manufacturing Propulsion Technologies, RAMPT) 프로젝트의 공동 대표 연구원이다. 이 프로젝트는 LCUSP에서 개발한 기술을 바탕으로, 추진 분야에서 제조기술을 더 발전시키고 추진 기술 적용 부문을 확대하기 위해 진행되고 있다.
최종 목표는 구리 기술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기술은 민간기업이 위성을 발사하고 태양계를 탐사하기 위해 필요한 엔진 제작에 소요되는 경비를 낮추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들은 이렇게 말한다. “최종 목표는 로켓 개발 비용을 낮춰 로켓을 더 많이 발사하고자 하는 데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