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란 무엇인가? 여러 가지 담론이 있겠지만 교육기본법에 의하면 ‘인격도야’, ‘자주적 생활능력’, ‘민주시민의 자질’을 갖추게 하는 것이라고 교육의 이념을 밝히고 있다.
인간으로 태어나서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데는 내적 성숙과 함께 외부 환경과의 상호작용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인류가 이제까지 쌓아올린 지식과 문명을 전수하는 것도 교육 본연의 목적 중 하나임을 부인할 수 없다. 교육의 이념을 서술하면서 인격도야만으로 그치지 않고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의 자질을 설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여겨진다.
그렇다면 교육은 미래를 재단하기보다 현재의 모습을 제대로 이해하게 하여 학생 스스로 미래를 대처하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 교육은 학생의 미래를 미리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미래를 스스로 개척할 수 있도록 그 기초를 닦아주는 것이어야 한다. 교육자가 미리 재단하여 ‘너희들의 미래는 이러해야 한다’고 종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교육은 사회 각 분야의 진보적 발전단계보다는 조금 뒤에서 늦은 걸음으로 따라가는 것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자세라 할 것이다.
근래 서울시교육청 민주시민생활교육과는 6.25 발발 70주년을 맞이하여 일선 중고교에 ‘동아시아, 평화로 다시 읽는다’라는 약 190쪽 분량의 계기수업 자료를 배포했는데 베트남 전쟁에 대한 편향된 시각을 담아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군인들이 베트남 파병을 지원한 가장 큰 이유는 “금전적인 이유, 즉 가족의 경제적인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기술하였고, 또한 “한국군이 이동하던 도중 부비트랩이 터지거나 공격을 받으면 인근 마을을 베트콩이 있는 마을로 간주했습니다. (중략) 주민 모두가 베트콩으로 보이기도 했습니다. 병사들도 긴장과 공포가 극도에 달해 무차별 사살을 저지르는 경우가 발생했습니다”라며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을 기정사실로 기술하였다.
이 자료는 이어서 “1968년에 있었던 ‘퐁니·퐁녓’ 마을 사건 피해자 103명이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에 대하여 2019년 4월 청와대에 공식사과를 요구하는 청원을 제출했지만 우리 정부는 국방부 보유 자료에 의거 학살 관련 내용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답변하여 기대에 어긋났다”고 구체적인 사례를 기술함으로써 한국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은 사건을 역사적인 사실처럼 확인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교육감 조희연)은 미래세대의 평화를 위해 필요한 교육 자료를 만들었을 뿐이라고 강변한다. 평화를 가르치는 것이 사실관계의 확정과 무관하게 학생들에게 해로울 리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교육 본연의 역할이 아니다.
첫째는 그 기획의도에서부터 교육의 정도를 벗어나 있다. 미래세대가 평화세대가 될지 전쟁세대가 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그것은 그들 스스로가 감당해야할 몫이다. 교육은 과거의 역사적인 교훈을 통해 전쟁과 평화의 모든 교훈을 함께 가르쳐야 한다.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평화만을 가르치는 것이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인식은 교만일 뿐이다.
둘째는 사실관계를 교육 자료로 사용함에 있어서 학계에서도 논란 중인 사안에 대해 교육이 앞서 결론을 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성장하는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지식과 경험은 충분히 검증된 것이어야 한다. 이를 넘어선 이번 계기수업 자료는 학생들을 사상적인 도구로 활용하려는 불순함이 엿보인다.
교육학자들은 좌파 교육을 정의하기를 “교육을 사회변혁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좌파 교육관은 그들이 이상적이라고 꿈꾸는 사회상을 실현하기 위해 학생들을 자신들의 사상에 맞추어 개조하려는 것이다. 과거 일본 군국주의가 국민학교라 하여 국가가 요구하는 인간상을 만들기 위해 교육을 이용한 것이나 오늘날 좌파 교육감들이 추구하는 교육의 목표가 다를 바 없다.인간의 본성을 계발하여 성숙한 인간상을 갖추게 하고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여 자주적인 생활 능력을 갖추게 하려면 자율과 창의가 교육의 화두가 되어야 한다. 그러자면 교육은 학생들에게 전쟁과 평화라는 과거의 두 가지 경험을 모두 가르쳐 주고 그들의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미래를 설계하도록 하면 될 일이다.
전쟁도 평화도 앞선 세대가 미래세대에게 정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정해준다고 해서 그렇게 되는 것도 아니다. 어떤 과거 세대도 스스로 좋아서 전쟁을 선택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우리의 미래세대가 전쟁을 다시 겪을지 아니면 평화시대를 구가할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어떤 경우라 할지라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한 선택이 중요할 뿐 전쟁과 평화 자체가 우리의 선택에 의해 좌지우지 되지는 않는다. 그것이 과거의 교훈이며 그 교훈을 우리는 교육해야 한다.
이번 서울시교육청의 계기수업자료 배포는 그 기획의도에서부터 정도를 벗어났으며 그 내용의 사실관계 확인에서도 섣부른 것이어서 부적절하다고 해야 하겠다. 일선 학교에서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고려하여 계기수업자료로 사용하는 것을 지양하기 바란다. 교육의 미래를 걱정하는 수많은 학교장과 교사들의 올바른 판단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