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4일 FOX 뉴스에는 “도대체 미국과 스페인은 왜 다른 사람들의 자유를 위해 끔찍한 위험을 무릅쓴 우리 탈북자들을 벌하려 드는가?" 라는 제목의 인터뷰 기사가 올라왔다. 이는 지난 2019년 3월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습격사건으로 그 존재가 세상에 널리 알려진, 북한의 반정부 비밀단체이자 임시정부인 자유조선에서 탈북 구조활동을 돕던 조직원과 가진 첫 미국 주류언론 보도인 셈이다. 다음은 기사 전문이다.
2019년 2월 22일, 나는 마드리드 주재 북한 대사관에 있었다. 나는 탈북자다. 어려서 부모를 잃고 매일매일 반복되는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십대에 중국으로 탈출했지만 결국 붙잡혀 수용소로 끌려갔다. 공개처형, 자살, 기아 등 악질적인 독재 체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들을 일상처럼 여기며 살았다.
북한의 공개처형장이 수 백 개에 달한다는 것은 보도를 통해 확인되었을 것이다. 수용소에서 죽음을 간신히 피한 뒤, 나는 일꾼으로서의 가치가 없어지자 석방되었다. 나는 한번 더 탈북에 성공했다 - 이번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난민으로써 말이다. 나는 내가 얻은 자유와 풍요를 감사한다.
고국에 있는 나의 친구와 가족들은 이를 경험해보지 못했다. 세상은 그들의 존재조차 잊어버렸다. "자유조선임시정부"라는 반북 조직을 접하고 기쁨과 안도가 몰려왔다. 드디어 조국이 자국민들에게 저지르는 극악무도한 만행을 막아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낀 사람들과 만난 것이다.
우리 조직은 지난 세기의 한국 독립군 같이 세계 각국에서 사활을 걸고 나와 같은 탈북자, 특히 북한 입장에서는 탈주시킬 바에야 차라리 죽여 없애버리는 편이 나아 보이는 고위 관료들을 구출하고 있다. 자유조선 임시정부를 알고나서야 비로소 나는 “나의 사명: 내가 받은 특권으로, 내가 도망쳐 나온 그 지옥에서 아직도 살아남은 사람들을 구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2019년 2월로 돌아가보자.
2월 22일,
나는 마드리드 북한 대사관의 정문에 서있었다. 내가 도착했을 때, 다른 조직원들은 이미 방안으로 들어가 있었다. 난 벨을 누르고 문이 열리는 것을 봤다. 감정이 복받쳐왔다. 북한에서의 고통의 시절, 모국을 다시 볼 수 있을까 가슴졸이던 세월, 교차하는 악몽과 기대심 끝에, 문지방을 넘어 인공기를 마주했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손이 떨리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조직원들은 실내 보안을 확인했고, 다른 방에선 외교관들과 대화 중이었다.
우린 그날 북한 외교관 출신 변절자를 도우러 갔었다. 대사관 안으로 들어서자 마치 북한에 있던 시절로 되돌아간 듯했다.
벽엔 북한 지도자들을 찬양하는 선전들로 가득했다. 벽면 가득히 내 모든 행동과 생각을 하나하나 샅샅이 감시라도 하듯, 북조선 지도자들의 초상화가 하나씩 걸려있었다. 북한엔 비밀이 없다. 비밀은 반역이다. 비밀은 죽음이다.
나는 이 외교관들이 가여웠다. 북한 체제 내 최고위층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냉장고는 텅 비어 있었으며 처소는 휑하기 그지 없었다. 수 백만 명의 시민들이 쓰레기통과 변기통을 뒤져야 할 만큼 기아에 허덕여도, 북한은 수천억을 대량학살무기에 쏟아 붓는다. 탈북자로서 북한 영지 안으로 들어가는 게 어떤 심정인지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것이 나로 하여금 무엇을 하고 싶게 만드는 지는 말해줄 수 있다. 난 휘황찬란한 초상화로 가득한 방에 들어갔다. 자기 시민들을 기아, 폭정, 빈곤에 빠뜨린 지도자들의 얼굴이었다. 세상을 핵폭탄으로 인질 삼으며, 부귀영화에 취해 짐승이 된 놈들 말이다.
난 의자에 올라 김일성과 김정일의 초상화를 땅바닥에 집어던졌다. 거기 있던 누구도 나를 막으려 들지 않았다. 오히려 격려했다.
그게 어떤 느낌인지는 설명할 수가 없다. 마치 내가 죽은, 살아있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수억 명의 북한사람들을 대표해 이 악인들에게 일격을 가한 기분이었다. 깨지는 유리소리가 마치 내 마음속의 족쇄까지도 부숴버리는 것 같았다.
우리 조직원들은 영웅들이다. 그들과 그들의 가족들에게 이런 처우는 부당하다. 그럼에도 어찌된 일인지 미국은 평양을 대신해 이들을 사냥하고 다닌다. 내가 북한에 있었다면 이런 행동은 공개처형감이다. 용서가 불가능하며, 상상도 불가능한 행위다.
내가 한 행동들에 대한 소문이나 동영상을 접했다면, 난 그 이미지만으로도 머리가 하얘졌을 것이다. 이 독재자들이 신이 아니라니, 대적하는 게 가능하다니, 더 나은 삶이 있다니,
김씨 왕족은 우리가 주는 권력을 휘두르는 것 뿐이라니..
이 모두 북한인들은 상상도 못하는 사실이다. 난 내 행동을 촬영한 동영상이 평양의 호텔에서 BBC를 통해 보도되었다고 나중에야 들었다. 얼마나 많은 고위관료, 웨이터, 요리사, 잡역부들이 봤을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목격담을 퍼뜨렸을까?
우리 조직은 해당 대사관을 “공격”하거나 “습격”하러 간 것이 아니었다. 우린 내부자로부터 부탁 받아, 주요 변절자들을 지원하러 간 것이다. 내가 조직원들과 외교관들 사이에서 몇 시간씩 이어지는 대화를 목격한 것은 아니지만, 늘 하던 대로 북한 정권에 대적할 인재들을 보호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조직원들은 누구도 해치지 말라는 분명한 지시를 받았다. 우린 그 지시를 따랐고. 또한, 우리 조직은 북한군의 급습이나 함정에 대응할 준비도 돼 있었다 (중국의 지하철도에서 자주 있는 일이다). 변절자라 불리는 자들이 왜 완전히 돌아섰는진 불확실하다. 선택의 시간이 임박하니 결정적인 선을 넘는 것이 두려웠을 수 있다.
그러나 자유조선임시정부가 “체계적인 범죄조직”이며, 데이터나 기기를 훔치거나, 하노이 정상회담을 정치적으로 방해하려 했다고 사실인 양 주장하는 스페인 법정의 선언은 거짓이며 억지라 단정지을 수 있다.
왜 스페인 측에서 북한측 증언을 곧이곧대로 믿고 체포영장을 발급하는지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다. 과연 습격이나 공격이 목적인 조직에서 본인 명의 여권으로 입국해서 대낮에 정문으로 출입해서 다섯 시간이나 허비할까?
해치거나 훔치는 것이 목적이라면, 왜 더 신속히 움직이지 않았을까? 습격이 용이한 야밤을 놔두고 왜 대낮에 당당히 들어갔을까? 잘못을 저질렀다면 왜 FBI의 조사를 의연히 받아들였을까? 협박이나 무력을 이용해 외교관들의 반정부행위를 “이끌어내려” 했다면 왜 다섯 시간이나 대화하느라 허비했을까?
체계적인 범죄조직이라면 무력을 쓰거나 외교관들을 납치해서 변절한 것처럼 위조하는 게 낫지 않을까? 다섯 시간이나 탈북 혹은 북한 적대세력과 대화를 나눈 북한 사람이라면 위증을 해서라도 자신들은 결백하다고 증명해야 할 것이다.
자유조선 임시정부의 지도자는 조직 관련 사항들에 대한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마드리드 사건의 전말 공개를 꺼려왔다. 평양으로부터 살해협박을 받는 조직원이 한둘이 아님에도 우리는 견디고 있다.
엄청난 위험을 감수해가며 다른 사람들을 도우려는 것이다. 이런 노력이 무색하게 한국 태생의 미국 해병이었던 크리스토퍼 안은 미국 경찰에게 체포당했다. 우리 지도부 중 한명인 에이드리안 홍은 미국법원 집행관들에게 쫓기고 있다. 그의 얼굴과 정보가 세계 미디어 각국에 떠다니며 평양의 암살을 돕고 있다. 미국법원 집행관들은 우리 조직원의 가족들에게 총구를 겨누며 위협했다.
미국법원 집행관들은 우리 조직원을 체포하기 위해 그의 3살 된 아이의 할아버지에게 손자가 마체테로 자상을 입게 된다고 협박한 다음, 아이를 보육원에 보낸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내게 있어 미국은 이런 나라가 아니었다.
범죄 사실이 입증되기 전엔 자유를 보장하는, 남녀노소 모두 헌법에 의해보호되는 그런 나라라 생각했다. 지금 협박 받는 이 사내들은 모두 영웅들이다. 그럼에도 미국은 평양을 대신해 우릴 사냥하고 있다. 도대체 무슨 정치적 계산으로 인해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진 모르겠지만, 뭐가 옳은진 분명 알 것이다.
이 의인들은 어떤 정부의 지원도 없이 수년간 인류애와 선행을 외치며 싸워온 자들이다. 이들은 김정남이 쿠알라룸푸르에서 화학무기로 암살당했을 때 그의 아들 김한솔과 그 가족들을 구출했다. 그 후, 이들은 수많은 구출작업을 이끌어왔으며 주요 변절자들을 지원하며 북한 내에 반정부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데에 온 힘을 다했다.
스페인 정부에게: 이 사람들의 혐의를 풀어주길 간곡히 요청한다. 미국 정부에게: 범인인도를 취소해주길 요청한다. 그날 마드리드에선 어떤 범죄행위도 일어나지 않았으며,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르면 정치적 행위는 범법행위가 아니다.
이것이 정치적인 행위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반정부 시민들이 독재 체제에 대항하여 임시정부를 세워 구출작업을 하는 이 행위의 무엇이 정치적이지 않단 말인가?
그 어떤 무기도 사용되지 않았다. 테러행위 역시 없었다. 무고한 사람들은커녕, 애초에 사람이 다치지를 않았다. 우리 조직이 서구 민주주의 국가에서 감금과 조사를 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양심이란 게 있는 정치적 지도자들은 이 어이없는 상황을 정상화시키길 촉구한다. 이 사람들을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라.
현대 최악의 독재 체제로부터 더 많은 사람들을 구하게 해달라. 세상이 나 몰라라 하는 사람들을 우리가 돕게 해달라. 돕지 못할 바엔 방해나 하지 마라. 이 사람들을 풀어줘라. 그래야 그들이 자기 조국을 구할 수 있지 않겠는가? 저자는 고아로 탈북한 자유조선임시정부 조직원으로 엄청난 분노를 표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