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항공 선진국과의 치열한 수주전에서 미 공군이 운용하는 F-16 전투기 파이팅 팰콘(Fighting Falcon)의 창정비를 책임지게 됐다. KAI는 31일 “미 공군과 태평양공군 소속 F-16 90여대에 대한 창정비 및 기골보강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금액은 4880만 달러로 계약기간은 지난 10월부터 2022년 9월까지다.
창정비 및 기골보강은 항공기를 정비고로 가져와 검사한 후, 이상이 발견되면 수리·보강·성능개선 등을 수행하는 사업으로 항공기의 완벽한 성능유지를 위한 높은 기술력과 품질관리 능력이 요구된다. KAI가 미군이 운용하는 항공기의 정비를 맡은 것은 2006년 F-16 수명연장과 2010년 H-53 헬기 창정비에 이어 세 번째다.
KAI 관계자는 “국제경쟁 입찰을 통해 일본 등 항공선진국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 끝에 수주했다”며 “KAI의 항공기 정비 기술력과 사업관리 능력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다시 한 번 입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KAI는 고등훈련기 T-50, 기본훈련기 KT-1 등 KAI가 개발·생산한 항공기는 물론 A-10 주익교체, P-3 해상초계기 성능개량, E-737 개조 등 다양한 군용 항공기 정비 및 개조개량 사업을 수행하며 관련 기술력을 축적해 왔다. 이번 수주는 단순한 전투기 정비를 넘어 KAI가 미래 전략사업으로 추진중인 항공 MRO사업과도 연관성이 높다.
항공 MRO사업은 지난 2015년 1월, 정부가 늘어나는 항공 정비 수요의 증가에 따라 MRO 사업자 선정에 나섰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이 항공기를 대거 들어오면서 수요는 늘어나는 반면 자체 정비 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중국·대만·몽골 등 해외에서 정비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이에 KAI는 미래전략산업으로 MRO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사업비 7000억원을 들여 사천 본사 인근 31만㎡ 규모의 MRO클러스트 조성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지난 7월14일 방산비리 혐의로 검찰로부터 수사를 받으면서 이 사업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에 있다.
KAI 관계자는 “항공MRO 산업 육성을 통해 연 1조원 이상의 외화유출을 방지하고 8000명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국내 MRO 시장 규모는 약 3조5000억 원(군수 2조원, 민수 1조5000억 원)규모이며 2020년에는 4조2000억원 규모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