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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對中 전략의 음흉한 민낯

- 최근 방중한 블링컨 국무장관 "미국은 대만 독립 지지 안해"
- 중국과의 관계 개선 의지도 없이 가짜 친선 외교 추구하는 미국
- 대중국 봉쇄정책은 정권과 무관한 오래된 미국의 대외기조
- 정부는 친중 정책 펴는 척하며 뒤로는 주변국에 반중 강요
- 미, 러시아에 보다 더 심각한 중국 경제 제재 및 군사 조치 준비

지난 6월 18일에 이뤄진 블링컨의 방중 분위기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 기조가 친중 외교로 바뀐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화기애애했다.  과연 그럴까?  지난 4일 방글라데시에서 활동중인 지정학 전문가 브라이언 베를레틱은 이번 미 국무장관의 對中 유화 제스처는 또 하나의 미국의 기만적 대외 정책일 뿐이라고 일갈했다.  다음은 러시아 매체 [신동방전망]에 실린 그의 칼럼 전문이다.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려는 미국의 끈질긴 노력, 특히 대만 섬에 대한 미국의 간섭 때문에 벌어진 미중간 격화된 긴장 고조 이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소위 <너덜너덜해진 미중 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베이징을 방문했다.  


이 과정에서 블링컨 장관이 미국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천명함으로써 미국의 <하나의 중국(One China)>정책 지지 입장을 공개적으로 낭독하기도 했다. 



그러나 블링컨 장관은 대만에 대한 중국의 주권을 인정하면서도, 일방적인 대만관계법에 입각해서 "대만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을 갖도록 만들" 미국의 "책임"을 거듭 강조했다. 말인즉슨, 중국이 승인을 하든 말든 대만에 무기를 팔아넘겨 중국의 주권을 짓밟겠다는 것이다. 이어 백악관 공식 웹사이트에 실린 한 연설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독재자'라고 지칭한다. 며칠 후 미 정부에서 자금을 지원해주는 매체인 [Voice of America]가 보도한 "미국 관리들이 동의하는 것: 중국의 시진핑은 독재자"라는 기사에도 나타나 있듯, 블링컨 장관 역시 바이든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을 확인해주고 있다.


미국은 왜 미-중 관계 개선을 고의로 방해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외교를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려고 할까?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미국의 중국 봉쇄 정책이 실로 얼마나 오래 지속 중이며, 오늘날 이를 바꾸기 위해 그 어떤 진지한 노력도 기울일 가능성이 얼마나 희박한지 아는 것이 필요하다.



수십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미국의 중국 봉쇄 정책


수십 년 동안 지속되어 온 미국의 대중국 외교 정책은 여전히 포위와 봉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블링컨 장관이 베이징을 방문하는 동안에도, 민주주의를 위한 국가기금(National Endowment for Democracy. 러시아에서는 금지됨)과 주변 조직들이 주도하는 수많은 미국 정부 지원 프로그램들이 동남아시아 지역에 반중 연합 전선을 형성하기 위해 중국의 주변국 정부들을 윽박지르고 불안정하게 만들며 교체까지 시켰다.


미국은 또한 두 개의 주요 반중 동맹인 Quad(미국, 인도, 일본, 호주)와 AUKUS(호주, 영국, 미국)의 활동을 확대하기 위해 여전히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미국은 미군의 필리핀 주둔을 확대하고 중국 해안에서 미국 전함을 지속적으로 항해하는 등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군사력 증강을 계속하고 있다.


또한 미국 정부 및 외교위원회(CFR), 전략및국제연구센터, 대서양위원회와 같은 기업 자금 지원 싱크탱크들은 현재 중국에 부과할 경제 제재 뿐만 아니라 각종 제재를 강화·심화시킬 군사 개입까지 계획하고 있다.


오늘날 중국에 대한 미국의 호전적 자세는 수십 년 전 미국 정부 문서에서 분명히 밝힌 대외정책의 연속이다. 미 국무부 역사관실 산하 공식 웹사이트에는 워싱턴의 대중국 봉쇄 정책을 설명하는 문서와 각서가 많이 올라와 있다.


2월의 북베트남 폭격 결정과 7월의 1단계 배치 승인은 

미국의 장기적인 대중공 봉쇄 정책을 지지하는 경우에만 의미가 있다.

중국은 우리(미국)의 세계적 중요성과 유효성을 깎아내리고,

아직 멀긴 하지만 더 위협적으로 우리에게 맞서

아시아 전체를 조직할 위협적인 강대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메모에는 또한 <장기적으로 중국 봉쇄를 위해 움직일 3개 전선> 이라는 언급이 있는데, 여기에는 “일본-한국 전선, 인도-파키스탄 전선, 동남아 전선”이 포함된다.


베트남과 소련에 대한 언급이 생략되긴 했지만, 이런 메모가 작성될 수 있었던 것은 백악관에 상주하는 자가 누구든, 미 의회를 통제하는 자가 누구든 관계없이 수십 년간 지속된 중국 봉쇄를 추구하는 미국의 외교 정책이 반영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제재와 전쟁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위한 위장 외교


미국이 수십 년 동안 중국 봉쇄를 추구하며 멈출 생각조차 없다면 미 국무부는 왜 중국과의 외교를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려는 걸까?


답은 간단하다. 스스로는 "외교적"이며 "합리적"이라 미화하고, 상대는 호전적이고 비합리적으로 폄하하는 워싱턴의 원래 (위장)패턴에 들어맞기 때문이다. 제재를 가하고 전쟁을 벌여야 할 때가 되면, "별수 없이 미국이 또 나서는 것 뿐"이라는 인식은, 세계 경제 전반을 틀어쥐고 전쟁터에 미군을 내보내는 데 꼭 필요한 미 동맹국간 합의 구축에 도움이 되면 됐지 손해볼 게 없는 것이다.


2009년 당시 미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데 대한 미국의 징표로 실물 "리셋" 버튼을 러시아 외무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에게 건네주었다. 그러나 힐러리가 이런 가증스러운 제스처를 취하는 동안에도 미 국무부 및 관련 기관과 조직들은 2011년 <아랍의 봄>과 리비아·시리아 등 아랍 세계 전역의 여러 러시아 동맹국에서 폭력 전복을 계획하고 있었다. 이는 후에 뉴욕타임즈에서도 시인한 바 있다.


또 다른 예는 <이란 핵 합의> 알려진 2015 포괄적 공동 행동 계획(JCOPA)이다. 이 협정은 2013년까지 비밀에 부쳐지다 2015년에야 날인됐지만 미국 기반 싱크 탱크들은 수년 전부터 계획했던 일이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페르시아로 가야할 길은? 미국의 대이란 전략 방안]보고서에서 정책 입안자들은 이 제안이 본질적으로 테헤란의 궁극적인 정권 교체를 겨냥한 함정이었음을 시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인정하고 있다.


이 경우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미국과 국제사회에서 긍정적인 유인책 패키지를 제시해 이란 시민들은 협정을 지지하게 만들지만 정권으로서는 거부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이란에 대한 모든 군사 작전은 전 세계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에 작전에 필요한 병참 지원을 확보하고 그에 따른 역풍을 최소화하기 위해 적절한 국제적 맥락이 필요하다.


국제 사회의 맹비난을 최소화하고 지원을 최대화하는 최선의(그러나 마지못한 척 혹은 은밀한) 길은, 이란이 최상의 제안(핵보유와 그 명분이 옳지 않다고 결론 난 정권인 만큼, 거절하는 게 맞다는 측면에서)을 받았음에도 이를 거부했다는 광범위한 확신이 있을 때만 공격하는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는 미국(또는 이스라엘)이 분노가 아닌 비통한 심정으로 작전을 수행한 것처럼 묘사할 수 있으며, 적어도 국제 사회의 일부는 이란이 아주 훌륭한 거래를 거부함으로써 "스스로 화를 자초했다"는 결론을 내릴 것이다.



미-러 외교 "리셋"은 분명 거짓이었지만, 브루킹스 보고서는 <미국이 제재와 군사개입까지 미리 결정해 놓고도 실행에 앞서 합의 구축 수단으로 겉으로는 선의와 외교를 사용한다>는 문서화된 증거를 보여준다.


이란 핵 협정이 체결되고 발효된 지 몇 년이 지나자, 미국은 일방적으로 협정에서 탈퇴하고, 이란이 협정을 "위반"했다고 비난하며, 이란에 대한 제재를 다시 부과하는 것과 동시에, (브루킹스 보고서의 다른 부분에서 계획된 대로) 미국이 후원하는 이란 내 전복 작전과 이란의 동맹국에 대한 중동 전역의 대리 전쟁을 추진하기 시작한다.


2009년 브루킹스 정책 입안자들이 언급한 것처럼, 미국은 앞에서는 평화와 화해를 제시하는 척 하지만, 뒤로는 자신들이 이란에 대해 미리 다 준비해 놓고는 필연인 척 늘 써먹는 제재와 군사행동을 정당화하면서 이란이 핵 거래를 악의적으로 위반한 것처럼 묘사하려 든다.


최근 블링컨 장관의 베이징 방문으로 미국은 중국에 대해서도 이와 비슷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제재와 중국과의 전쟁은 이미 진행 중


러시아나 이란과 마찬가지로 미국은 직접, 그리고 대리를 통해 중국에 대한 경제 제재와 군사 공격을 확대하는 일종의 <전쟁(campaign)>을 이미 계획하고 실행 중이다.


미국은 수년 동안 파키스탄의 발루치스탄 지역에서부터 동남아시아의 미얀마, 태평양의 솔로몬제도에 이르기까지 중국인 외교관, 민간인, 기간산업 프로젝트 및 기업들을 공격하는 무장단체를 후원해 왔다.


미국은 이미 중국의 경제 활동에 제재를 가했다. 미국 정부와 CFR 같은 서구 산업계 싱크탱크를 통해 2022년 2월 특수 군사작전이 시작된 이후 러시아에 부과된 것보다 더 큰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


CFR 보고서 [새로운 시대의 미국-대만 관계, 보다 적극적인 중국에 대한 대응]은 대만에 대한 중국과의 협정을 계속 훼손시키는 미국의 계획을 상세히 설명하면서, 대만 섬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과 마찬가지로 아시아에서 중국에 대한 미국의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수많은 정치· 경제· 군사 조치를 권장하고 있다.


미국이 대만을 추가로 무장시켜 중국의 기타 지역과 경제적으로 분리하며, 이 지역에 미군 주둔을 구축하는 등의 조치는 모두 본질적으로 중국의 정치적 대만 점령 방지가 목표이다. 대만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하는 것은 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과 "접근성"을 유지하는 광범위한 정책의 핵심이다.


1965년 문서와 마찬가지로 미 국무부가 자체 공식 웹사이트에 게시한 CFR 보고서는 "대만의 미래 뿐만 아니라 제1도련선의 미래 및 서태평양 전역에 걸친 미국의 접근성과 영향력 보존 능력까지 위태로워졌다"고 결론지었다.


이 보고서에는 대만이 확실히 중국을 에워싸고 위협하는 네트워크인 "미국의 동맹 네트워크"를 고정시키는 방법을 알려주는 지도까지 포함되어 있다.


미국이 중국을 포위하고 견제하려는 것은 분명하다. 중국의 성장하는 힘 때문에 워싱턴 혼자서는 쉽지 않을 뿐이다. 떠오르는 초강대국을 굴복시키려는 시도에서 점점 더 극단적인 경제 제재와 군사 공격이 필요하며, 긴장이 확대됨에 따라 미국과 동맹국 및 전 세계 국가 간의 합의가 필요하다.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이 이란에 대해 언급한 것처럼, 중국의 경우에도 "국제적 비난을 최소화하고 지원을 극대화하는 최선의 (그러나 내키지 않는 혹은 은밀한) 방법은", 오로지 미국은 친중 외교를 맺기 위해 <노력했다> 광범위한 확신이 있을 때 공격하는 것이고, 미국으로서는 경제 제재와 군사 개입 외에 다른 선택지가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호전성을 추구하기로 결정했으며 이는 <중국>이 선택한 결과로 비치게 하는 것이다.


러시아와 이란 모두 미국의 이중 외교를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 역시 모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중국도 마찬가지로 미중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세계적 지원을 구하고 있지만, 인내심과 끈기를 통해, 그리고 나머지 세계 국가들과 건설적 관계를 맺음으로써 그렇게 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단극 '국제 질서'의 쇠퇴 속도와 중국 뿐 아니라 러시아·이란이 주창하는 다극주의의 부상 속도로 보건대 중국의 전략은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 같다. 중국을 봉쇄하는 장기 정책에 있어서 워싱턴이 의지하고 있는 점점 더 위험하고 절박한 조치가 결국 성공할지, 아니면 궁극적으로 이 정책을 구상하고 영속시킨 워싱턴과 월스트리트의 현재 권력에 역효과를 내고 사장될지는 시간만이 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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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의 국제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