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패권이 끝나간다.”는 뉴스들이 온 사방에서 넘쳐난다. 전
세계 산업계의 근간인 석유를 사기 위해선 달러가 필요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세계 기축통화 달러를 휘두르며
미국은 세상 구석구석을 지배했다. 나중에는 화력무기까지 얹어 여러 주권국가들을 역내 평화 유지라는 명분
하에 침입하며 마지막 선을 넘고 말았다. 국제 무역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달러를 주고받아야 하던
모든 나라들의 피로감은 극에 달했다. 게다가 실물 경제가 받쳐주지 않는 종이 쪼가리에 불과해진 달러는
이제 그 명을 다했다. 과연 달러의 거대한 거품이 터져버린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다음은 미제스 연구소가 발행한 최근 보고서에 실린 패트릭 배런의 달러 패권 이후에 관한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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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달러 패권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는데도 미국 정부 누구도 그것이 의미하는 바에 주목하거나 이해조차 못하고 있다. 1944년 브레턴우즈 회의
이후, 달러는 국가간 국제무역 결제수단으로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유일한 통화가 됐다.
1944년
이전까지는 국가간 결제를 위해 실제 금이 사용됐다. 예를 들어, A국가의
수출업자가 B국가의 수입업자에게 물건을 팔 때, B국은 자국
통화로 돈을 낸다. 그러나 A국은 자국 수입업자들에게 필요한
만큼의 B국 화폐 이상을 금고에 쌓아 두는 데 관심이 없다. 따라서
A국은 B국에게 자국 화폐 대신 금으로 바꿔 달라고 요구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B국이 실물 금을 A국으로 실어 보내거나, 제3국에서
보관중인 금을 A국의 소유로 지정하는 장부 거래를 하기도 한다. 이는
물리적인 이동보다 훨씬 편리하다.
브레튼우즈 협정과 그 소멸
브레튼우즈 협정은 온스당 35달러의 물리적 금에 해당하는 가치로 달러를 추가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2차 세계 대전 말, 미국은 더 많은 금을 비축했다. <민주주의의 무기> 역할을 한다는 것이 주된 명분이었다. 따라서 물리적 금의 소유권을
이전하거나 재지정하는 대신 중앙은행들은 달러를 결제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 시스템의 약점은
온스당 35달러의 금으로 상환가능한 달러보다 미국이 더 많은 돈을 찍어내지 않으리라고 신뢰해 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각국 중앙은행들에게는 항상 미국에 실물 금을 요구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온스당 35달러라는
금액에 대한 그들의 신뢰는
철저히 보장됐다.
이
협정 체결 약 20년 후, 시장은 미국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우려하게 됐다. 이러한 걱정의 뿌리는 사실 프랑스에서 비롯됐다. 샤를 드골 대통령이 확고하게 지지한 것은 그의 재정 고문인 자크 뤼에프의 조언대로 고전적인 금본위제였다. 1960년대 후반부터 드골은 프랑스 은행에 자국이 보유하고 있는 막대한 달러의 80%를
금으로 상환하라고 명령했다. 다른 중앙은행들이 그 뒤를 따랐고, 전형적인
뱅크런(대량예금인출사태)이 시작됐다.
미국의
금 보유고가 극도로 떨어지자, 닉슨 대통령은 1971년 가을, 중앙은행 상환 시스템이라 불리는 달러의 금태환 체제에서 미국을 제외시켰다. 그러면서도 달러는 금값에 맞춰서 평가절하하지 않았다. 할 수 있었음에도 말이다. 게다가
달러 팽창을 중단하겠다는 약속도 없었다. 대신, 미국은 간단히
금에 대한 달러 상환을 중단했다. 여차하면 달러라는 종이 쪼가리 대신 금덩어리를 내줘야 한다는 부담감조차 떨쳐버린 미국은, 이제 세계 시장이 허용하는 만큼의 법정 달러를 제맘대로 찍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닉슨 쇼크)
결국 세계
시장은 어마어마한 법정 달러를 받아들였다. 이유는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자국의 석유판매 대금을 달러로 받는 데 합의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달러 수요가 생긴 것이다.
브레튼우즈
대체한 페트로 달러 시대, 가까워진 파국
이 "페트로 달러" 협정은 계속 가속화되고 있는 달러
가치 하락으로 인해 현재 무너지고 있다. 하락의 원인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미국 중앙은행, 미국 정부의 불성실한 동맹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정부가 거대하고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지출 적자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모든 달러를 실물경제가 받쳐주지 못하는 허공에서 찍어낸다. 이렇게 누적된
적자를 메우기 위해 더 많은 달러를 찍어내며 달러의 구매력 하락은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을 설명하는 목적은 현재 진행 중인 상황에 대한 배경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거의 80년 동안 연방정부는 원하는 만큼 돈을 써 댈 수 있었다. 온 세상이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나, 연준이 (실물을 뒷받침하는
진정한 의미의 돈 대신) 시장에서는 받아주지도 않을 무언가(지금의
달러)를 찍어낼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정부 부채 자체를 연준에서 사들이는 대신 재무부에 줄 돈을 (그림으로) 인쇄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 다음 연준은 부채를 자체 회계장부에
올려놓을 것이다. 연준의 개입 규모는 실로 충격적이다. 2008년
연준의 총자산은 8800억 달러를 약간 밑돌았다. 현재 가치로
8조 8160억 달러(한화
약 1경 3천조)에
해당한다. (연준 자체 웹사이트에서 그래프 참조)
그러면, 연방정부는 새로 찍어낸 돈으로 뭘 했을까? 물론 전쟁과 복지에 썼다. 린든 존슨의 위대한사회(Great Society: JFK 사후 극도로 분열된 미국을 통합하고자 후임 존슨 대통령이 제안한, 루즈벨트의 뉴딜정책과 트루먼의 페어딜을 심화한 거대한 사회복지 혁신 플랜. 역자주*) 복지국가는 이제 확고하게 자리 잡았고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미군은 세계 구석구석까지 개입해왔다. 미국의 군사 개입에 필요한 것은 오로지 지구 반대편에 있는 일부 지역의 말썽쟁이들이 자국의 주권 영토를
침략하여 잔혹 행위를 저지른다고 우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미국인들은 의(righteousness)의 광기에 휩싸여 팀북투(과거 말리제국의 우수한 이슬람 문화로 유명한 아프리카 말리공화국의 옛 수도로,
내전으로 인해 유네스코에 의해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으로 등재. 역자주*)까지 들어가고 있다. 그 결과 수천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수십억
달러가 허비됐으며 지역 상황은 이전보다 훨씬 악화됐다.
이 모든 혼란에 필요한 돈을 댈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전 세계적으로 명목 달러가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온 세상이 이 달러 패권에 넌덜머리를 내고 있다. 국제 무역 정착에 필요한 달러의 대안 개발을 위해 협력하는 조직들이 여럿 있다.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상하이협력기구(SCO:미국 견제를 위한 중국과 러시아 중심의 8개국 정치 경제 안보 협의체),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러시아,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키르기스스탄 국가연합)은 국제 무역 정착의 주요 수단으로 달러를 대체할 상품 기반 교환 수단을 개발하기 위해 실무그룹을 구성했다. 골드머니사의 알라드데어 맥클레오드 수석연구원은 이 프로젝트에 대해 광범위한 보고서를 쓴 바 있다. 더 많은 나라들, 특히 현재 달러를 사용하고 있는 사우디같은 나라들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 의사를 표했다. 점점 더 많은 국가들이 사우디를 따를 것이다.
이
(달러 대안) 개발의 중요성을 일반 대중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모든 것이 복잡해 보인다.아마도 수년 후가 될 것이다. 게다가, 안 될 수도 있다. 그것이
바로 다음 내용의 목적이다.
마법의
수표책
모든
사람들이 그 완전한 의미를 파악할 수 있도록, 이것을 개인 차원으로 나눠보자. 수표책을 받고 원하는 액수만큼 쓸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도 수표를 받아가는 것을 거절하지 않고, 그
누구도 그 수표를 현금으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예금계좌에는 어차피 돈이 없기 때문이다. 수표를 받는 사람은 보통 거래를 통해서만 수표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다.
우선, 이 돈은 일단 만들어지면 결코 파괴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수표를
새로 쓸 때마다 그것은 계속 커질 것이다. 즉, 화폐 공급은
사람들의 소비 성향에 따라 증가할 것이다. 이제 이 마법의 수표책이 주어졌을 때, 여러분이 검소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이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것이
애초에 당신에게 주어졌던 이유 중 하나이다. 한동안은 계속 검소하게 살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자제력이 무너지고 소모되기 시작한다.
양심에
거리끼지 않기 위해, 당신은 그 돈의 일부를 다른 사람들, 즉
가난한 사람들, 노인들, 장애인들 등에게 쓴다. 하지만 결국 당신은 온갖 재난의 희생자들에게 보상하기 위해 계속해서 늘어나는 돈에 굴복하게 된다. 고통받는 대중들에게 돈을 보내지 않으면 모든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는다.
그래서, 돈을 쓰는 것이다. 그리고 나면 당신은 인간성을 회복하고, 태양계를 탐사하고, 고등교육에 투자에 돈을 쓰겠다고 결심한다. 당신의 마법 수표책에서 나오는 돈에 대한 요구가 점점 커지는 것이다. 지출을
줄이려 한다면, 국제적으로 망신살이 뻗칠 것이라고 위협까지 당한다.
일이
걷잡을 수 없어진다. 그래도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마술
수표책의 지출은 엄청난 가격 상승을 만들어냈고 아첨꾼, 게으름뱅이, 과대망상증
환자 등에게 돈을 줬다. 분열된 집단은 마술 수표책에서 수표를 받기를 거부하고 새로운 교환 수단을 개발하기로
결정한다. 그것은 쉽지 않고, 꽤 오래 걸린다. 계속해 나가다 보면 긴축할 때도 있겠지만 결국 정직한 돈이 다시 등장한다. 드디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마법 수표책에서 당신의 수표 받기를 거부하고 있다.
경쟁중인
준비 통화의 등장
이것이 세계가 향하는 방향이다. 미국이 주권국들에게 달러를 받아들이라고 강요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다른 더 나은 선택이 있다면 더욱 그렇다. 미국은 공급을 통제함으로써 달러의 구매력을 보호해야 할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액튼 경의 경고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요하다.
권력은 부패하는 경향이 있고,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
새로운 SCO(상하이협력기구) 통화는 주로 상품들에 의해 상당 부분 뒷받침될 것이다. 세계 최고의 준비 통화로 달러를 대체할 것이다. 국제 무역과 지불의 자유로운 흐름을 보장하는 데 있어 통화 건전성에 전념하는 단 하나가 아닌 다수의 주권국가 통제 하에 있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달러와 미국에도 손실이 되겠지만, 솔직히 전 세계가 전반적으로 이익을 볼 것이다.
필자: 패트릭 배런
은행업계 개인 컨설턴트. 아이오와 대학교에서 오스트리아
경제학 입문 과정 강의. 25년 이상 위스콘신 대학교 금융대학원에서 강의. 유럽 의회에서 많은 프레젠테이션 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