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파키스탄 의회에서 임란 칸 총리에 대한 불신임 결정이 내려지기 전부터, 칸 총리 스스로 이번 사태가 비동맹국가의 정권교체를 노리고 미국이 흔하게 써먹는 쿠데타로 보인다는 주장을 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지난
4일 신흥경제강국인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5개국을 지칭하는 브릭스(BRICS) 그룹이 운영중인 정보 포털인 InfoBrics.org에는 리우데자네이루 지방연방대학교
사회과학 연구원의 지정학 컨설턴트인 루카스 레이로스가 쓴 [칸에 대한 쿠데타 시도는 미국의 정권교체를 위한 작전이었을 수도 있다]는 제목의 칼럼에서도 근거 있는 주장으로 여겨졌다. 다음은 그의 칼럼 전문이다.
아리프 알비 파키스탄 대통령이 4월 3일
일요일 임란 칸 총리의 요청으로 파키스탄 의회를 해산시켰다.
이번 결정은 야당이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시작하려는 시도에 맞서 내려진 것으로, 일종의
쿠데타 미수로 간주되고 있다. 아마도, 서방을
기쁘게 하지 않았던 이슬라마바드의 최근 국제적 위치를 고려해 보면, 이 사건 배후에는 외국의 간섭이
있을 것이다.
야당에서 칸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법안을 준비했다. 파키스탄
국내 여론에서 칸 총리의 인기가 매우 높음에도 불구하고, 의회 내부 동맹을 고려해 볼 때, 이번 불신임안은 통과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칸의 동맹인 카심 수리 의회 부의장의 발의로 투표가 저지되고 위헌으로 선언되자, 반대파 의원들 사이에 불만이 제기되면서, 이들은 결정에 승복하기를
거부하고, 이슬람 지도자이자 총리 해임 조치가 승인될 경우 칸을 대신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바즈 샤리프
무슬림 연맹 총재가 주축이 되어 투표를 요구하며 국회의사당 건물에 남아 버텼다.
야당의 압력이 높아지자 정부는 이들 의원들의 태도를 쿠데타 위협으로 인식해 예외적인 조치를 취한 것이다. 칸 총리는 전국에 생중계된 텔레비전 연설을 통해, 쿠데타
시도가 진행 중이며, 반란이 성공하는 것을 막기 위해 대통령에게 의회 해산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총리는 국제 요원들이 자신을 전복시키기 위해 파키스탄 내부의 무력을 동원하는 등 의회 내에 외국의 간섭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칸 총리는 심지어 미국이 그를 공직에서 해임하는 과정의 배후에 있다고 비난했다.
며칠 전 그는 미국이 파키스탄 문제에 간섭하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그는 워싱턴 주재 파키스탄 대사로부터 총리가 물러나면 양국 관계가 더 좋아질 것이라는 미국 고위 관리의 녹취록 파일이 있다는 보고를
받기까지 했다. 미국은 그 말의 정당성을 부인했다.
미국의 간섭이라는 주제를 파고 들며 양국간 경쟁 관계에 대해 설명하면서, 칸은
지난 일요일, 미국이 파키스탄 "정권을 교체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슬라마바드가 서방세계에
대한 지지 정책을 고수하고 러시아와 중국에 대해 미국의 입장에 동조하라고 요구하지만 이를 총리가 거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연설을 마치면서 칸 총리는 야당의 태도를 <미국에 의한 노골적인
내정 간섭>이라고 정의했다.
전 세계적으로 정권교체를 부추기는 미국의 관행은 새로울 것도 없다. 미국의
외교 정책에 있어 색깔 혁명, 제도적 쿠데타, 그리고 다른
하이브리드 전쟁에서 사용되는 전술들은 이미 상식이 되어버렸으며, 이를 사용해서 비동맹 정권은 서구의
이익에 동참하는 꼭두각시 정부로 대체된다. 임란 칸 총리는 외교정책에 있어 파키스탄의 이익에
따라 기꺼이 세계 강대국들과 협력하거나 경쟁하며 주권주의 이데올로기 정부를 유지해 왔다.
이는, 예를 들어, 두 나라가 몇
년 전 거대한 군사적 격화에 직면했음에도 불구하고, 칸 총리가 인도와 자국간 관계를 어떻게 개선해냈는지
분석해보면 알 수 있다. 칸은 양국간 경쟁에도 불구하고 외교적 평화 촉진에 성공했는데, 이는 양측 모두에게 안정을 가져오고 발전 가능성을 높였다. 같은
맥락에서 칸은 파키스탄과 역사적인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 뿐만 아니라 미국과의 외교적 긴장이 고조되기 시작한 지난 2월 모스크바를 방문하며 러시아와의 관계도 개선했다.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인도와 경쟁하면서도 동시에 러시아 및 중국과의 광범위한 협력을 이뤄내며 파키스탄
정부가 안정되는 것이다. 또한, 아프가니스탄의
현 탈레반 정부가 워싱턴과는 반목하고 있지만 이슬라마바드와는 좋은 관계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 시나리오는
더 섬뜩해질 것이다. 더구나 인도가 이미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 중립을 유지하면서 미국의
이익에 봉사하기를 꺼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지금, 이슬라마바드의 친 러시아적 태세 전환은 서방에게는
재앙처럼 들릴 것이다. 그 지역에서 설 자리를 완전히 잃고, 한
번 더 후퇴해야 할 테니 말이다.
따라서, 모든 분석가들이 칸에 대한 쿠데타 시도가 실제로 있었다는 증거는 충분하지 않지만, 지정학적 시나리오는 워싱턴이 그것에 지대한 관심을 가질 만하며, 최근의 역사는 의회 행동을 통한 그러한 쿠데타가 전 세계적으로 "부드러운(soft)" 비폭력적 정권교체 작전을 촉진하기 위해 미국 정보기관에 의해 일반적으로 육성되는 관행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파키스탄 정부는 의회를 해산함으로써, 신흥
강대국들의 편에 서서 서구의 패권적 이익에 반하는, 매우 분명한 지정학적 입장을 취했다. 더욱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파키스탄과 군사적 긴장 고조는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은 다시 한번 "세계 경찰"이라는 시대착오적인 역할에서 물러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