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외교문제 전문지인 THE DIPLOMAT 은 카일 페리어(Kyle Ferrier) 한미경제연구소 연구국장의 "한국의 COVD-19 백신 찾기 (South Korea’s Search for a COVD-19 Vaccine)" 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여기서 페리어 국장은 한국이 민관 합동으로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후보물질을 개발 중이며, 심지어 영국 및 미국과 생산∙판매 계약까지 마쳤고, 전세계적으로 빌 게이츠의 코로나바이러스 백신개발 및 강제접종에 얽힌 여러 잡음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SK바이오사이언스가 공급업체로 선정되기도 전에 이미 빌&멀린다 재단의 지원까지 확보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기고문 전문 번역이다.
기사출처: https://thediplomat.com/2020/08/south-koreas-search-for-a-covd-19-vaccine/
지금까지 한국이 기울여온 테스트 중심의 COVID-19
확산방지 노력이 성공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신규 확진자 급증 추세는 이러한 접근법이
그저 단기적 미봉책일 뿐이었다는 사실을 부각시키고 있다. 8월 1일, 30명에 그쳤던 한국의 신규 감염자수가 지난 토요일 단 하루 만에 397명으로
보고되자, 2월 말 이후 공중 보건 및 내수 경제에서 거둔 중요한 성과를 물거품으로 만들 수도 있는
2차 발병 방지를 위한 새로운 정부조치를 촉구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 속에서 불거진 지금의 2차 코로나 파동으로 인해 새삼 백신 생산이 다급해진 것으로 보인다.
다른 많은 주요국들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연초부터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찾기에 급급해 왔다. 정부는 결국 5천만
명의 모든 한국인들, 최소한 인구의 70%만이라도 집단 면역력을
갖추는 데 필요한 백신 확보 목표 달성을 위해 양면 접근법을 추구해왔다. 첫 번째는 국내 기업 활동을
촉진시키는 것이고, 두 번째는 국제사회 진출에 대비를 하는 것이다.
현재 한국 업체 세 곳에서
COVID-19 백신을 개발 중이며, 이미 모두 임상실험 중이거나 늦어도 연말까지는 시작할
수 있는 단계다. 바이오기업 제넥신(Genexine)이 국내
최초로 인체 임상실험을 시작했는데, 이 프로젝트에는 국내 기업 및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연구기관들과의 협업이 포함되어 있다. 제약회사인 진원생명과학㈜과 SK바이오사이언스도 자체 백신개발에 나섰지만 아직 동물실험 단계다. SK 또한 다른 주요 백신 후보물질 공급업체로 선정되기 위해 신청한 상태지만, 이미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으로부터의 지원을 얻어낸 상태다.
8월 13일 SK바이오사이언스는
미국 바이오기업 노바백스와 백신의 핵심 항원 제조 계약을 체결했는데, 2단계 임상실험에 돌입해 이미
미국 및 영국 정부와 구매협상까지 마쳤다. 게다가 SK는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학에서 진행중인 가장 강력한 또 다른 백신 후보 개발에도 직접 관여하고 있다. 지난달 SK와 보건복지부, 아스트라제네카는 안동에 있는 SK 공장에서의 백신 핵심물질 생산 협상을 타결했다. SK와 문재인 정부는 이번 협업을 통해 두 백신 모두 한국에서 확보할 수 있는 길을 마련했다.
국제협력이라는 측면에서, 문재인
정부는 일단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이 확보되면 신속하게 이를 보급하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와 기타 백신접종을 전담하는 주요 국제기구들이 주도하는 COVAX 이니셔티브에
대한 관심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주로 개발 도상국들의 백신 확보를 보장하기 위해 설립되었지만, 적어도 계획대로라면 한국의 백신 생산공장 지원은 접근이 제한될 때라도 여전히 백신에 대한 조기 접근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그러나 가장 유망한 백신 후보물질을 확보한 일부 국가에서 이 계획을 공개적으로 지지하지
않고 있다는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물론, 그것이 지니는 중대한
지정학적 의미로 인해 COVID-19 백신 찾기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현재 참여업체들이 자리한 위치를 보면, 비교적 빠르게 백신에 접근하기 위해 한국이 추진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책은 백신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3개 기업체 중 어디도 아닌, SK가 협업 중인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 레이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누가 먼저 백신을 확보하고, 어떻게
높은 수요를 충족시키며, 얼마나 빨리 다른 백신 후보들이 시장진입에 따라갈 수 있는지가 이 경쟁의 나머지
부분이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결정하는 데 핵심이 될 것이다.
미중 관계 악화와 민족주의 대두의 배경은 한국의 백신 찾기에도 분명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COVAX가 추적하고 있는 백신 9종(우수 후보로 간주됨) 중 3종은
미국에서 유래한 반면 2종은 중국에서 유래한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은 가장 큰 무역 상대국이자 가장 중요한 동맹국인 중국과 미국 사이에 갇혀 있는 불편한 입장에 점점 더 빠져들고 있다. 중국은 이미 필리핀과 파키스탄 등 전략적 파트너에게 완성된 백신 접종을 약속하며 손을 내밀고 있다. 미 백악관은 공개적으로 백신을 해외에 보낼 계획을 논의하지는 않았지만, 미국
내 바이러스의 심각성뿐만 아니라 행정부의 논평은 백신이 외교적 수단만큼 심각하게 고려되고 있지 않음을 시사한다.
한국은 궁극적으로 어떤 중국 백신도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중국과 실질적인 양자간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미국과는 이것이 걸림돌로 드러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11월에 있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논란의 여지가 될 수도 있다.
더 광범위하게, "백신
민족주의(vaccine nationalism)"는 훨씬 더 문제가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 일부 국가들은 전염병 초기 단계에서 인공호흡기와 수술용 마스크와 같은 필수 의약품을 비축해 놓았듯 백신도 마찬가지다. 사재기 없이 우리는 일단 백신이 시장에 출시되면 엄청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생산량을 늘리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에 꽤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예상을 해야 한다. 만약 첫 번째 성공적인 백신 후보를 보유한
국가가 가정에서 복용량을 늘리기로 결정한다면, 이것은 다른 모든 사람들의 필수적인 접근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내 기업이 관여하는 백신 후보가 시장에 가장 먼저 풀리지 않더라도 이들
개별 기업의 결론이 어떻게 나든 생산을 빠르게 추진할 이유가 있다. 게다가 SK바이오사이언스가 미국 최고의 백신 후보들과 맺은 합의는 한국이 원하는 것보다 미국이 한국을 덜 우선순위로
만드는 것에 대해 효과적으로 보장할 수 없다. 이럴 경우 이 시나리오는 피하는 것이 더 이상적이겠지만
한국 주도의 세 후보는 안전장치 역할을 할 수 있다.
팬데믹 내내 서울은 다자주의의 가장 열렬한 지지자 중 하나였으며, 성공적인 백신의
생산∙유통에 있어 지속적으로 국제협력을 잘 추진해나갈 것이다. 한국 기업체들이 자체 백신 후보물질 개발에 상당한 진전을 이뤄냈고 다른 백신 공급망에도 깊숙이 자리잡고 있지만
여전히 알 수 없는 많은 것들이 앞에 놓여 있다. 이러한 리스크를 피하고 현재의 절실한 필요를 충족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COVAX와 같은 글로벌 이니셔티브를 통해
COVID-19 백신에 대한 보다 개방적인 접근을 촉진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라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