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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장애를 앓고 있는 '한국 외교'



2017년 12월 15일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 베이징 대학생들을 상대로 강연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A4를 보지 않고 연설한 몇 안되는 연설 중의 하나로, 눈에 띄는 부분을 추려보았다. 아래는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문이다.

중국몽이 중국만의 꿈이 아니라,아시아 모두 나아가서는 전인류와 함께 꾸는 꿈이 되기를 바랍니다.”
한국도 작은 나라지만,책임 있는 중견국가로서 그 꿈을 함께 할 것입니다.

높은 산봉우리가 주변의 많은 산봉우리와 어울리면서,더 높아지는 것과 같습니다. 그간 전통적 제조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온 양국 간 경제 통상 협력을 ICT, 신재생 에너지,보건의료, 여성,개발, 환경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해야 합니다.

우리는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과 우리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북방 정책’과 ‘신남방정책’ 간의 연계를 희망합니다. 양국 간의 경제 협력만큼 정치, 안보분야의 협력을 균형 있게 발전 시켜 나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제가 도착한 13일은 ‘난징대학살’ 80주년 추모일 이었습니다.이러한 불행한 일이 다시 되풀이 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 과거를 직시하고 성찰하면서 동북아의 새로운 미래의 문을 활짝 열어나가야 할 것 입니다.” 

이 연설이 있은 후 국내 언론에서 한국을 너무 격하시킨다는 논란이 일자, 청와대는 중국을 치켜세워 북핵 등에서 실질적 협력을 끌어내려는 실용적 외교 전략이라고 해명했다.

‘중국몽’은 ‘중화주의를 부활시키겠다’ 는 시진핑 집권 2기의 핵심 슬로건으로써,경제적 부상을 넘어서 국제적 패권을 잡겠다는 선포이기도 한 것이다. 여기에 실리 외교 명목으로 자발적 저자세로 남의 꿈을 지지하겠다는 것은 중국의 패권을 찬성하고 받들겠다는 외교적 노선을 선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안보상의 이유로 동맹국 및 우방국들에게 화웨이와 거래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화웨이는 중국공산당의 스파이 활동에 이용될 수 있는 통신장비회사이다. 일본과 호주는 일찍이 화웨이와 ZTE를 5G이통통신 사업에서 전면 배제했으며, 갈팡질팡하던 영국은 최근 화웨이의 신규 장비 구매를 올 연말 까지 모두 중단하기로 결정하였고, 캐나다의 1위 통신사 밸캐나다(BCE)도 5G파트너로 화웨이가 아닌 유럽의 에릭슨을 선택했다.

그러나 한국은 화웨이 자체 공급망을 구축하는 큰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이다. 작년 한해 만 해도 화웨이에서 구매한 규모는 13조원이다. 국내 LG유플러스를 통해 기지국 1만 8천 여개를 구축하여 중국의 5G망 선도에 한국이 혁혁한 공을 세워주고 있다.

2020년 초부터 코로나 확산으로 세계 경제가 흔들리고 있을 시점에도, 중국은 공장을 돌리고 있었고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되는 디지털 사회의 패권을 잡기 위한 플랫폼 구축에 집중하고 있었다.

중국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통해 얻으려고 하는 기회는 디지털 일대일로를 통한 세계 경제와 안보의 패권인 것이다.  그러므로 미중무역전쟁의 일환으로 화웨이를 저격하는 미국의 의도가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중국몽은 디지털 시대를 주도하는 차이나 플랫폼으로,미국으로 대변되는 자유무역지대와 달러화 패권에 도전한다. 여기에 한국 정부는 ‘화웨이망은 민간 기업의 선택이며, 일대일로에 참여하는 것은 한국의 신남방 정책과 연계된다’는 방침으로 일관하며 미국의 반중 경제블록 EPN(경제번영네트워크) 참여 결정을 늦추고 있다.

현재 미중 무역전쟁이 진행되는 시점에서 미국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거절하지도 않는 기회주의적 행동은 동맹국에 대한 배신으로 비춰질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은 수십년 전 권위주의를 버리고 민주주의를 받아들였을 때 이미 어느 편에 설지 선택했다(The ROK already chose side when it abandoned authoritarianism and embraced democracy several decades ago).”

이수혁 주미한국 대사가 ‘한국은 이제 미중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는 나라’ 라는 발언(2020.06.03)에 대하여, 미 국무부 관계자는 한국은 이미 수십 년 전에 어느 편에 설지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이것은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로 이미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 편에 서기로 오래전에 약속했음을 상기시켜 준 것이다. 

1953년 10월 1일조약에 서명함으로써 이미 끝난 사건이다.이 조약을 통해 가능해진 번영을 누리고 이제 와서 약속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이미 결혼한 남자가 좋은 부인을 만나 여러 이득을 얻었는데 다른 여자를 만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고 해서 특별히 부인을 놓고 이혼할 거리가 없으니 양자택일에 빠지지 말고 가정을 유지하면서 불륜을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을 부인이 알았다면, “이미 너는 나만 사랑하기로 약속 했잖아.” 라고 말할 것이다. 

지금의 문재인 정부의 외교 라인은 미국이냐, 중국이냐의 갈림길에서 뱡향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데,한국은 이미 한미수호방위조약을 통해 방향성을 확정한 국가이다.

그러므로 한국의 외교와 안보는 이 조약을 충실히 염두 해 둔 정책을 펴는 것이 마땅하다. 베이징 대학교에서 난징대학살에 대한 위로를 전하면서 과거를 직시하자고 했던 문재인 대통령께서 세계적인 공산주의 물결속에서도 6.25전쟁을 겪고 한미수호방위조약을 통해 자유를 지켜낸 대한민국 건국 초기의 역사는 왜 직시하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다. 기억하고 싶은 과거만 취사 선택하는 데에는 장애가 없는 것 같다.

한미수호방위조약은 이승만 대통령이 휴전협정에 반대하지 않는 조건으로 타협한 정치적 창조물이다. 이승만 대통령은 휴전협정을 본래 반대했었다. 그것은 공산치하에 고통받을 동포들의 운명을 내버려두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38선을 넘고,반공포로를석방한 것이다.

끈질긴 노력에도 휴전협정은 현실적으로 이뤄질 수 밖에 없었고 그 대신 얻어낸 것이 ‘한미상호방위조약’이라는 것이다. 

이를 추진했던 건국대통령 이승만은 한국의 최초의 국제정치학 박사이지만, 국제관계의 매너나 규칙을 초월한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그것은 지금의 문재인 대통령과 같은 실리외교를 내세우며 슬그머니 중국패권에 손을 들어주는 ‘정신 분열적 선택’이 아니라, 자유를 수호하는 대한민국 주도로 통일하고자 하는‘사활적 사명(vital mission)’을 걸었던 것이다.

38선에서 머뭇거리는 군인에게 ‘38선이 원래부터 있던 선이냐’ 호통을 치며 북진을 명했던 것은 자국의 땅을 되찾고자 하는 모든 것을 건 행동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사령관이 가지 말라고 할 수 없으며, 불법이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인 것이다. 마땅히 취해야 할 우리의 것을 찾으려는 이승만 대통령의 사명감이 휴전협정에 동의 하지 않게 하였고 미국은 한국 정부가 휴전협정을 방해하지 않는 조건으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해 주게 된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 누구도 문재인 대통령에게 베이징에 가서 중국몽에 동참하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자발적으로 선포하고 온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요구되는 기본적인 조건을 외면하고 있다.

언행일치가 되지 않는 정치인은 행동을 보면 그 본심을 알 수 있다. 현재 북한 급변사태가 제기되는 시점에서 대북정책은 어떠한 길로 가야 하는 것 인가? 답은 이미 나왔다. 

“한국은 이미 수십년 전에 선택했다” 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주도적 통일의 주체자이며 대한민국 영토는 북한 지역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므로 미국-북한 간의 관계를 조율하겠다는 운전자론은 대한민국 헌법 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원천적으로 성립될 수 없는  '중국몽'이라는 불륜을 끝내고 북한지역을 수복하기 위해서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  마땅히 해야 할 우리의 몫인 것이다. 

외교는 술책(trick)이 아니라 신뢰(trust)이며, 속이는 것(fool)이 아니라 지키는 것(fulfill)이다. 신뢰를 구축한 뒤,  교묘한 속임수로 상대를 속이는 것보다 서툴더라도 성실한 자세로 외교에 임하는 것이 옳은 자세일 것이다.

지금의 대한민국의 외교는 마키아벨리적 처세술이 아니라, 사활적 사명을 띤 이승만적 결단력이 필요하다.  

“자유와 공산주의는 반대되는 개념이다. 이 둘은 결합될 수 없다. 공산주의와의 타협은 불가능하다.그것은 물과 기름을 혼합하려는 것과 다름없다.판문점에서 시도되고 있는 휴전은 본질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 (이승만, 1953.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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