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3국 군사 동맹을 주축으로 한 아시안 나토의 결성이 왜 지지부진하게 됐는지에 관해 재미있는 분석이 지난 5일 러시아의 독립매체 [신동방전망]에 게재됐다. "아시안 나토: 워싱턴의 또 다른 실패한 계획 (Asian NATO: another failed plan by Washington)"이라는 제목의 이 칼럼은 <미국의 헤게모니가 더 이상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작동하지 않는다>고 역설한다. 자세한 내용을 들어보자.
미국 주도의 NATO 군사 동맹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확대될 계획이라는 세계 언론 보도가 늘고 있다. 이 계획이 소개된 것은 2021년 10월 27일 바이든 미 대통령이 동아시아 정상 회의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면서다: "우리는 개방적이고, 상호 연결되어, 번영하고 있으며, 탄력적이며, 안전한 인도-태평양 지역을 구상 중으로, 이를 달성하기 위해 여러분 각자와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 백악관은 이후 2022년 2월 11일에 나온 [미국의 인도 태평양 전략] 보고서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재구축하려는 바이든 대통령의 전략을 요약했다.
이중 <중국과의 경쟁>이라는 '시급한(urgent)'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은 아시아 국가들과 유대를 강화해야 한다는 선언이 눈에 띈다. 그러나 이 보고서의 저자들에 따르면, NATO가 날조된 소련의 위협으로부터 유럽 방어를 위해 결성된, "평화를 사랑하는(peace-loving)" 연합체라 주장한다. 실제로는 북대서양 지역에서 지배적인 입지를 가진 군사적으로 공격적인 블럭으로 발전했는데 말이다. 이 "평화를 사랑하는" 연합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초의 전쟁이 유럽에서 터질 정도로 그 대륙을 군사화시켰다.
일본 닛케이신문에 따르면 나토는 2024년 도쿄에 연락사무소를 설립해 호주·일본·뉴질랜드·한국과의 협력 거점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이들 4개국은 중국 및 이 지역의 다른 나라들과 지리적으로 가깝다. 이들 국가는 모두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전략적으로 배치되어 있으며, 미국 및 NATO와 공통의 이해 관계를 가지고 있거나, 혹은 충실히 봉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의 타겟이 중국이라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지난 5월 26일 언론 브리핑에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NATO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 동쪽에 개입하려는 시도는 필연적으로 지역 평화와 안정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정확히 지적했다. 일례로 일본은 오는 7월 리투아니아에서 열리는 NATO 정상회담에 참석할 예정이며, 여기서 군부 연락 사무소 개편 논의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분명 일본 지도부는 자국의 2차 세계 대전 참전으로 빚어진 비극적인 사태와 그것이 일본 국민에게 끼친 끔찍한 결과를 이미 잊은 것 같다.
나토와 마찬가지로 아태지역에서 군사 동맹을 구축하려는 미국의 계획은 참담한 결과를 낳을 것이다. 이 교활한 계획은 미국과 NATO의 이러한 모든 책략의 목표가 자기네 나라의 자유와 안보를 제한하려는 것이라 여기는 많은 아시아 국가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 미국은 페르시아 만에서 나토의 복제품을 만들려 했지만 실패했다. 아랍 지역 국가들은 그러한 움직임으로 인한 불안정성을 금세 깨닫고 현재 자국 지역의 안보를 되찾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 적어도 BRICS에 합류하여 갈등과 전쟁 없는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려는 많은 걸프 국가들의 열망이 이를 증명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아무리 고집을 부려도 <아시아의 NATO 복제품>이라는 아이디어는 역내 다수 국가들의 지지가 부족하기 때문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아시아 국가들은 이 지역에 군사 블록을 만들고 불화와 갈등을 조장하려는 행동에 강력히 반대한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5월 초 “대부분의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은 NATO의 아시아 진출을 환영하지 않으며 냉전이나 열전이 발생하는 것을 확실히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지역 대부분의 국가들이 취하는 입장은 매우 분명하다. 그들은 역내 군사 블록 출현에 반대하고, 아시아에서 NATO의 확장을 환영하지 않으며, 아시아의 블록 대결 반복도 원하지 않으므로, 확실히 아시아에서 냉전 또는 열전의 반복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 주도의 NATO 같은 연합체가 아시아에서 결성되면, 이 지역은 동맹과 군사 블록으로 분열되어 불안정해지고 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시안 NATO를 창설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에 또 다른 걸림돌은 프랑스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아시아 최초의 NATO 사무소 창설에 대해 “큰 실수(big mistake)”라며 반대했다. 최근 마크롱은 양국의 관계 강화를 위해 중국을 공식 방문한 뒤 중국과 같은 주장을 펼치기 시작했다. 부수적인 얘기지만, 미국 주도의 NATO 활동에는 블록의 범위를 북대서양으로 명확하게 제한하는 조항이 있다. NATO를 북대서양 너머로 확장하려면 동맹국들 전체의 동의가 필요하며, 엄밀히 따져서 프랑스가 그런 움직임을 거부할 수도 있다.
NATO 회원국을 포함한 많은 이들은 왜 그 계획이 심각한 긴장 고조로 이어질 수 있는지 알고 있다. 미국 때문에 한동안 심각한 위기에 처한 유럽을 포함해서 전 세계가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파괴적인 경제 및 안보 결과까지 덧붙여서 말이다.
아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경제적으로 발전한 지역 중 하나로 유명하다. 사실 미국이 죽도록 두려워하는 바는 바로 아시아가 이제 경제적으로 신흥 거물이 됐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군사력과 경제 확장을 제한하도록 위협을 가할 수 있을 만큼 경제적으로 발전한 새로운 거물이 된 것이다. 미국의 "생각하는(Thinking)" 머리들(씽크탱크들. 역자주*)은 중국이 세계 제1의 경제 대국이자 글로벌 차원에서 기술 및 기타 주요 부문에서 일류가 되었기 때문에 이제 더이상 미국과 경쟁하거나 도전할 의지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미국 정치인들의 편집증과 현대 사회 현실에 거의 적응하지 못해 불안정한 심리가 작동하게 된 지점이다. 워싱턴과 그 주인들은 이제 타이타닉호처럼 세계 정치의 밑바닥까지 내려가, 한때는 막강했지만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세계 패권의 파편을 붙잡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미국 지배 엘리트들은 더 이상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지 않으며, 중국이 미국의 가장 큰 무역 파트너 중 하나로서 다양한 무역과 산업에서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 초강대국으로 부상한 중국과 평화로운 세계관은 점점 더 많은 국가들이 베이징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BRICS에 가입하려는 것을 우려스럽게 지켜본 워싱턴에 극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안보 측면에서 보면 전 세계는 미군의 모험주의(adventurism)와 그로 인한 비참한 결과를 목격했다. 그리고 중국이 현재 자국 국경 밖에서 벌이고 있는 군사 임무는 오로지 아프리카의 UN 평화유지 역할 뿐이다. 본질적으로 중국은 세계의 불안정한 지역에서 평화를 유지하는 반면 미국은 불행과 곤경의 바다에 빠진 세계인들을 낚시질하기 위해 스스로 만들어 놓은 위기 속에서 갈등을 유발한다.
기술 측면에서도 중국이 빠르게 기술 초강대국이 되면서 점점 더 많은 국가들이 중국으로부터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의 이익이 줄어들자 워싱턴은 화웨이, 틱톡, 반도체 같은 이슈를 들고와 전 세계로부터 중국을 왕따시켰다. 사실, 이는 전부 중국의 수출을 제한하려는 미국의 광범위한 시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지금 세상은 2차 세계대전 직후와 달라졌다. 미국의 영향력은 극적으로 약해졌고, 많은 국가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제시한 대로 동의할 수 있는 조건 하에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는 것을 선호한다.
미국의 헤게모니가 쇠퇴하고 그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필사적인 시도로 전 세계에서 위험한 플레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약간의 위험은 존재한다. 우크라이나에 위기를 불러일으켜 우크라이나인과 러시아인 사이에 싸움을 붙였던 미국이 이제 자국의 외교 노선을 따라 다극 세계를 실현하는 대신, 중국· 북한 같은 다른 나라에서 (우크라이나와) 비슷한 위기를 만들려고 든다. 그러나 이 때문에 현 미국 지도부에는 지나치게 많은 질문이 제기되고, 이 질문들은 전쟁에 대해서만 골몰하고 행동하는 데 익숙한 그들의 두뇌로는 너무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