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9일 美 타임지가 발표한 2018년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 리스트에 문재인 대통령이 포함되었다는 소식이 발표되면서 한국의 주요 언론들은 한껏 들뜬 모양새다.
타임지는 2018년도 100인 리스트를 발표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미국 트럼프 대통령, 중국 시진핑 최고 지도자, 북한 김정은 등과 함께 '영향력 있는 리더' 부분에 선정했다. 이를 한국 언론은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문재인 대통령을 세계가 인정했다는 뉘앙스의 보도를 내놓으며 현 정부의 남북정상회담, 미북정상회담 논의 예정 등의 성과를 부각시키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문제는 타임지의 영향력 있는 100인 선정 과정이 이전부터 지속적인 공신력 논란에 시달려 왔다는 것이다. 이는 타임지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을 "위대한 리더 50인" 중 4위에 선정한 포춘지 역시 마찬가지다. 논란의 핵심은 두 언론사 모두 리스트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온라인 투표를 진행한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타임지의 올해 100인 선정 온라인 투표에서 1위는 한국 출신의 유명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이었고, 그 뒤를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차지했다. 3위가 버락 오바마 前 미국 대통령이었다. 그런데 방탄소년단의 득표율은 17%, 문재인 대통령의 득표율은 5%, 오바마 전 대통령의 득표율은 3%로 '이것이 과연 미국 언론사가 주도하는 투표가 맞나' 하는 의구심이 들게 만들었다.
물론 타임 100인 선정 과정에서 득표율이 높은 이들이 모두 리스트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방탄소년단은 올해 타임 100인 리스트에 높은 득표율에도 불구하고 아티스트 부문에 선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2009년도 온라인 투표에서 4chan 웹사이트 운영자인 크리스티안 풀 (일명 Moot)이 약 1천6백만표에 달하는 득표율로 1위를 기록했을 때, 득표결과가 해커들에 의해 큰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리스트의 온라인 투표가 과연 공정한가라는 의문을 낳았다. 2010년과 2011년 한국 출신 엔터테이너 비(Rian)가 2년 연속 타임 100인 온라인 투표에서 1위를 기록했을 때도 마찬가지로 공신력 의문이 발생한 바 있다.
온라인 투표의 의미를 크게 부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편집관계자들이 선정하는 타임지의 영향력 있는 100인 선정은 실제로 꾸준히 공정성 논란에 시달렸다. 2004년에는 토니 블레어 당시 영국 총리가 리스트에서 배제되었고, 2007년에는 조지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이 리스트에서 배제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미 상원의원 릭 샌토럼은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얼마나 타임지가 정치적으로 편향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며 "누가 그 자리에 있든 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자리에 앉은 사람이 리스트에서 배제되는 것이 말이 안된다"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이러한 온라인 투표의 맹점은 포춘지의 50인의 위대한 리더 선정에서도 잘 나타난다. 포춘지의 온라인 투표 방식은 타임지의 방식과는 조금 다르게 이미 자체적으로 선정한 리더들을 슬라이드 형태로 보여주며 동의 또는 비동의 두 가지 선택사항 중 하나를 고르게 되어 있다. 자신이 지지하는 리더가 없으면 포춘의 트위터 계정으로 트윗하여 선정할 수도 있다.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있으나 당시 인기율이 높지 않은 후보는 배제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이는 특정 사건에 의해 세간의 관심을 끄는 인물들이 높은 득표율을 기록할 수도 있다는 맹점을 낳는다.
실제로 비즈니스 전문지라는 이미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포춘지의 위대한 지도자 50인 리스트는 현재진행형인 정치적 이슈에 대한 관심이 높음을 방증하는 인물 혹은 그룹들이 대거 선정되었다. 대표적인 그룹이 미국 플로리다 스톤맨 더글러스 고등학교 학생들을 비롯한 고등학생들이다. 플로리다에서 발생한 교내 총기사고를 계기로 미국 내 총기규제 강화를 주장하며 언론의 관심을 받은 이들은, 그러나 세계를 움직이는 리더로 명명되기에는 성격 자체가 맞지 않는다. 3위를 기록한 미투 운동 역시 세계를 움직인다기보다, 현존하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해결을 촉구하는 그룹으로서의 성격이 더 강하다. 31위에 오른 웨스트 버지니아주 교원 총파업을 주도한 교사들 역시 이러한 면에서 논란의 여지가 강하다.
워싱턴 포스트의 제나 맥그레거가 "올해 포춘 50인 리스트에 미국 정부 출신 인사가 단 한 사람도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리스트의 맹점을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해당 리스트는 매년 그 선정기준이 임의적일 수 밖에 없다"고 전제한 맥그레거는 "특히 올해 선정된 리스트를 보면 포춘지의 에디터들이 얼마나 최근의 현안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는지 알려준다. 포춘 선정 100대 기업을 이끄는 수장들 중 리스트에 들어가지 못한 이들이 대학 총장, 건축가, 혹은 여배우들과 상대해야 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정작 미국의 경제회복과 실업률 극복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시리아 사태에 대해 극적인 리더십을 발휘했던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아예 후보로조차 언급되지 않았다. 유일하게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국가의 수장으로 리스트에 오른 사람은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뿐이다.
게다가 포춘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선정사유를 밝히는 과정에서 "공정한 경제구축을 위한 재벌개혁, 최저임금 인상 등을 소신있게 진행했다"고 언급했다. 이미 경제대국 대열에 동참한 국가들 중에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16.4%의 높은 최저임금 인상률로 인하여 국제금융기구로부터 우려를 샀던 한국의 경제정책을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적인 업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게다가 재벌개혁은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외유성 출장 및 셀프모금 의혹으로 인한 사퇴 논란으로 현 정부의 경제개혁에 큰 타격을 입혔다. 블룸버그 통신이 "경제활동의 주축인 기업 및 중소상인들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은 위험한 정책"이라고 꼬집었던 최저임금 인상을 문재인 대통령의 업적으로 추켜세운 포춘지가 과연 기업경제 대표 언론사로서 경제구조에 대한 이해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는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타임 100인 리스트에 선정된 시진핑에 대해 타임지 컬럼니스트 이안 브레머는 "워싱턴의 혼란을 틈타 시진핑 주석은 현재의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잠재력 있는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미국의 시대는 갔고 그 다음은 시 주석이 무대에 등장할 차례"라고 언급했다. 타임지의 정치적 편향성이 적나라하게 보이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