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트럼프의 맏사위 재라드 쿠슈너에 대해 가장 잘 알려진 사실은 그가 유대인에다 독실한 유대교 신자라서 트럼프가 이스라엘 등 중동 정책에 그를 적극 기용하고 있다는 정도일 것이다. 물론 워싱턴 늪지에 믿을 만한 수하가 전무한 트럼프로서는 아무리 낙하산 인사라고 욕을 먹는다 한들 딸과 사위가 최측근에 버티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힘이 되긴 할 것이다.
하지만 좌우진영 모두에서 이 쿠슈너를 바라보는 시각이 전혀 곱지 않다. 트럼프의 가장 큰 지지 세력인 우파의 개신교인들조차 종교적인 이유로 지나칠 만큼 그에 대한 긍정적 평가에 인색한 것이 사실이다. 지난 28일 미국의 좌파 독립 매체인 NICKI SWIFT 는 이 쿠슈너라는 존재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칼럼을 실었다. 그가 지닌 보수적 정치성향과 유산계급 출신 성분이 미국 좌파들의 눈에는 얼마나 밉살스러운지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소개한다. 다음은 칼럼 전문이다.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선거운동과 그 후 이어진 인수위에 합류한 재러드 쿠슈너는, 트럼프의 취임과 동시에 공식적으로 대통령 수석보좌관에 이름을 올렸다. 이방카 트럼프와의 혼인관계로 인한 정실인사라는 비난을 거세게 받자, 쿠슈너는 대부분의 시간을 되도록이면 웨스트 윙(대통령 최측근 보좌관들이 근무하는 백악관 서쪽 별관)의 막후에서 움직여왔다. 하지만 억만장자 부동산 개발업자의 아들인 그가 방송이나 탐사보도 프로그램에 등장할 때마다 어김없이 그의 이념과 신념이 도마 위에 오르곤 한다.
2020년 4월 Fox & Friends 출연 당시, 쿠슈너는 트럼프의 코로나 사태 대응을 선전하며 모든 상황이 곧 종식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 사태에 대한 의료계의 입장과 우리는 반대편에 서 있다. 이미 여러 번의 중요한 고비는 전부 다 넘겼다고 생각한다"면서 "연방 정부는 이번 위기에 잘 대처했으며, 굉장히 성공적이라고 본다. 또한 이런 얘기는 반드시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사를 쓰고 있는 지금 이 시간까지도 부디 그러한 성공담이 실현되어 세상에 알려지길 기다리고 있지만 말이다. 그때까지는 무대 뒤로 돌아가서 재러드 쿠슈너라는 인물의 이면을 살펴보고자 한다.
재러드 쿠슈너 曰, “도덕군자인척 위선 떠는 조지 플로이드 시위대”
2020년 10월 Fox & Friends와 가진 인터뷰에서, 미니애폴리스 경찰 손에 조지 플로이드가 살해 당하자 이후 일어난 집단 시위에 대한 쿠슈너의 생각은 다음과 같다. 즉, 당시 상황을 "조지 플로이드 사태"라 부르며 "시위대 중에는 그저 도덕군자인 척하는 인간들도 많다(로이터 보도)"면서 "이들은 인스타그램에서 눈물을 흘리거나, 자신들의 티셔츠에 시위 문구를 새겨 넣거나, 농구코트에다 뭔가를 적어 놓곤 했다. 아주 솔직하게 말해서, 그런 행동으로는 사람들을 앞으로 나오게 할 수 없으며 나라를 양 극단으로 찢어 놓을 뿐이다. 당신들은 해결책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라. (시위대들이 답도 없이 폭력만 일삼는다는 뜻)"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쿠슈너는 거듭 "당신네들이 직접 해결책을 마련해서 문제를 풀어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비난은 흑인 커뮤니티를 위해 이뤄냈다고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업적에 관한 쿠슈너의 연설 도중 튀어나왔다. 그는 "그간 (대부분은 민주당인) 많은 흑인 커뮤니티에서 봐왔던 것 중에, 트럼프 대통령의 흑인 정책은 그들이 불평 불만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책이었다”면서 "하지만 대통령께서도 흑인들 스스로 성공하고자 하는 열망 이상으로 그들의 성공을 바랄 수는 없다"며 흑인 사회의 자체적인 발전 노력을 촉구했다.
플로이드와 브리아나 테일러의 가족을 대변했던 벤 크럼프 변호사는 트위터를 통해 이 트럼프 대통령의 보좌관을 향해 몇 마디 쏘아붙였다: "제러드 쿠슈너는 마치 흑인들이 성공 따위는 원치 않는 게으른 불평분자들인 것처럼 말한다. 이런 노골적인 무시는 흑인 사회와 수 백 년간 되풀이되고 있는 제반 문제들에 대한 그의 몰이해를 보여주는 것이다. 자존심을 건드리는 정도의 수준으로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 낼 수 없다."
집단 행동으로 쿠슈너에게 비난 당한 NBA 선수들
비무장 상태의 흑인 남성이 또다시 경찰의 손에 피격당하자 -이번에는 위스콘신주 케노샤 출신의 제이콥 블레이크였다 – 프로농구 팀 밀워키 벅스는 올랜도 매직과의 5차전 경기를 치르지 않기로 결정했다. "우리는 제이콥 블레이크를 위해 정의를 촉구하며 경관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을 요구하는 바이다" 라고 팀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재러드 쿠슈너는 CNBC의 Squawk Box에 출연해서, 경찰의 잔혹행위에 대항하는 흑인 남성들에 대한 자신의 심경을 다시한번 세상에 알렸다. "하룻밤쯤 일을 건너뛰어도 금전적으로 별탈 없을 정도로 NBA 선수들은 운이 아주 좋은 것 같다” 며 “그러니까 그들이 그렇게 사치스러운 거다. 엄청날 정도로.” 그는 이어 “프로농구 리그에 정치활동(activism)이 많지만 그 “슬로건들”은 (슬로건으로만 그치지 말고) 문제를 해결할 “실질적인 행동”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믿는다”고 일갈했다.
빈 베이커 밀워키 벅스 팀 수석코치는 폴리티코(Politico) 와의 인터뷰에서 쿠슈너의 발언에 대해 "무식에도 정도가 있다"고 했고, 알렉스 래즈리 수석부사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팬데믹 대응을 거론하며 "쿠슈너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다니 좀 아이러니하다"고 평했다. "쿠슈너는 고작 경기 한 게임을 보이콧한 것에 대해 우리 선수들을 비난하는데, 워싱턴의 정치인들은 마땅히 근무를 해야 할 때조차 단 하루도 일하러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래즈리는 성토했다.
'시장의 동요' 원치 않았던 재러드 쿠슈너
COVID-19 팬데믹 사태가 덮치기 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세력 안에는 그의 2020년 재선 가능성을 이미 기정사실로 믿는 사람들이 많았다. "경제는 마냥 활기를 띠고 있었고 증시는 순조롭게 풀가동 중이었으며 일자리 현황은 환상적이었다"고 헤리티지 재단의 스티븐 무어 대통령 고문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회고했다. "아무도 이 바이러스를 예상하지 못했다. 혜성처럼 테러 공격처럼 우리를 덮치리라고."
하지만 다른 나라들이 이 치명적인 바이러스 확산을 진정시키기 위해 대규모 검사를 진행하고 있던 반면, 백악관은 검사를 줄이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익명의 트럼프 측근에 따르면, 그 비난에 대한 책임은 재러드 쿠슈너의 두 어깨에 고스란히 놓여 있다고 한다. 이 익명의 소식통은 쿠슈너가 "너무 많은 사람들을 검사하거나 너무 많은 산소호흡기를 주문하면 시장이 동요하게 되므로 그래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왔다"고 밝혔다. 그 내부자는 "대통령은 그들이 언제나 호들갑을 떤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분명히, 그의 그런 조언은 트럼프에게 과학자들 얘기 보다 더 주효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주식 시장은 어쨌든 붕괴되었고, 2020년 5월까지 역사상 최대인원인 3,600만 명의 사람들이 실업수당을 신청했다.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지난 주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89만 8천 건 더 발생했고, 많은 사람들이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재러드 쿠슈너는 빈민가 악덕 집주인인가?
트럼프 대통령의 보좌관이 되기 전 재러드 쿠슈너는 부동산 지주회사인 Kushner Companies의 최고경영자(CEO)였다. 그는 많은 임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었지만, 이것들 대부분은 메릴랜드 볼티모어 카운티에 위치해 있었다. 그리고 그 부동산들의 상태는? 좋지 않다.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Kushner Companies가 소유한 아파트 단지들은 2017년 한 해에만 200건이 넘는 법규를 위반했다. 수리는 확실히 "카운티(우리나라 군에 해당)에서 과태료를 물리겠다고 위협하고 나서야 이뤄졌으며 경고 후에도 9건의 부동산 자산에 대한 위반 사항이 해소되지 않아 금전적 제재를 받았다"고 지방 공무원은 밝혔다.
세입자들은 일상적으로 "쥐가 우글거리고, 곰팡이 문제와 구더기"에 대해 민원을 넣어, 심지어 민간 조사관은 쿠슈너의 재산 관리 회사를 "빈민가 악덕 집주인(SLUMLORD)"이라고 불렀다. 프로퍼블리카(ProPublica)의 보도에 따르면, 그의 회사가 소유한 볼티모어 지역의 9개 단지들은 "쿠슈너 마을(Kushnerville)"이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딱히 정감 어린 표현처럼 들리지는 않는다. 또한 단지를 제대로 관리도 못하면서, 쿠슈너 컴퍼니는 임대료를 제때 내지 못하는 세입자들에게 공격적인 채무징수 방법을 부과하고 법원에 고소를 남발한다고 보도했다.
볼티모어 선(The Baltimore Sun)은 2013~2017년 쿠슈너 계열사들이 "과거 세입자 105명에 대해 민사상의 체포까지도 고려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가 지적한 바와 같이, 이는 "그 기간 동안 메릴랜드 주의 어떤 집주인보다도" 더 심한 짓이었다. 볼티모어 선의 또 다른 보도는 같은 기간 쿠슈너가 세입자에 대해 "최소한 1,250건의 법적 조치를 취해 세입자의 임금과 재산을 강탈했다"고 밝혔다.
재러드 쿠슈너는 트럼프가 '개방을 승인'하리라고 믿었다.
4월 18일 유명한 탐사보도 전문기자인 밥 우드워드와의 녹음 인터뷰에서, 재러드 쿠슈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에 대한 의사들의 경고를 무시했다고 떠벌렸다. "그건 마치 대통령께서 의사들로부터 나라를 되찾는 것 같았다" 쿠슈너는 (CNN 보도) "그런 의미에서 대통령께서 지금 하시는 일은, 아시다시피 개방을 승인하시는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개방'은 경제 전면 재개장이며 쿠슈너는 이를 승리의 메시지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쿠슈너는 이어 봉쇄를 원하는 주지사들과 싸울 만큼 대통령께서는 "정치적으로 매우 현명하셨는데” 이는 압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개방을 원하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주지사들이 어쩔 수 없이 다시 문을 열어서 환자가 급증한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주지사들을 비난할 것임을 암시했다. “그러나 개방으로 인해 문제가 생긴다면, 주지사들은 연방정부가 정한 지침을 따랐는가, 아닌가 하는 추궁을 받게 될 것이다."
두 번째 인터뷰 동안, 쿠슈너는 우드워드에게 코로나바이러스가 겨울에 부활하리라는 경고를 별 것 아닌 것으로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쿠슈너는 "기본적으로 바이러스가 가을에 다시 돌아온다고 말하려면, 준비는 하게 만들지 말라, 그러면 사람들은 다시 누군가를 고용하려 들지 않을테고, 그럼 수많은 사람들이 계속 실업상태에 머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서 계획하고 있다면 그것은 자기 실현적인 예언이 될 것이다. 대통령이 잘하는 것 중 하나는 치어리더 역할이다. 결과에 대해 사람들의 기분을 좋게 만들려고 하는 거다."
“쿠슈너 때문에 개인보호장비(PPE) 조달 실패” 보도
2020년 봄 미국 전역에서 팬데믹이 기승을 부리는 동안 의사, 간호사, 그리고 다른 의료 종사자들은 마스크와 개인 보호 장비 부족에 직면해 있었다. 그러나 뉴욕 타임즈의 보도에 따르면, 제러드 쿠슈너는 해외 제조업자들과 계약을 맺고 있는 의사들에게 의존하는 대신, 민간부문에서 제공해야한다고 굳세게 주장했다고 한다. 결국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보도에 따르면 의사와 의료진이 도움을 요청하면 "노련한 FEMA 조달 담당관들” 이 해결에 나서는 대신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가 영입한 약 12명의 젊은 자원봉사자들에게 전달됐다" 며 그 소식통은 계속해서 “트럼프의 공급망 태스크포스(TF) 파트가 정부 조달 절차나 의료 장비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어서” 수많은 전화와 문의에 답변을 주지 못했다고 밝혔다. "대응의 성격과 규모는 대단히 부적절해 보였다"고 한 자원봉사자는 보도진에 귀띔했다. "그것은 관료시스템의 일대 혼란"이었다고.
일례로 실리콘밸리의 전기 엔지니어인 야론 오렌-파인스가 ICU 산소호흡기의 제조와 납품을 약속하자 쿠슈너 팀은 그의 주장을 검증도 하지 않고 연방 공무원들에게 그를 추천했다. 뉴욕주도 당장 그와 6,900만 달러의 정부 계약을 체결했다. 야론은 단 한 대의 산소호흡기도 납품하지 않았다. "위기 관리에는 오래된 격언이 있다. 명함을 교환하기에 재난은 부적절한 시기다" 라고 전 FEMA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리고 새로운 절차를 마련하기에는 절대로 잘못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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