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美•中 간 지정학적 패권경쟁 도구로 전락

  • 등록 2020.03.14 13:3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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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협력국가 이미지 제고 위해 전염병 이용하는 중국
그런 중국과 책임공방에만 골몰하는 미국

311일자 Foreign Policy에는 美•中 양국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둘러싸고 벌이는 패권경쟁에 관해 전혀 새로운 관점의 지정학적 분석기사 한편이 게재됐다. , 교활하고 믿을 수 없는 중국이 전세계적 재앙인 팬데믹 바이러스를 여기저기 뿌리면서도 사실은폐로 각국의 초기대응을 어렵게 하더니 이제는 천연덕스럽게 다른 피해국가들을 향해 도움의 제스처를 보내고 있는 사이, 멍청한 미국은 "이건 모두 중국 탓"이라는 소리만 무한반복하며 초기대응조차 제대로 하지 못해 방역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결국 중국이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그간 실추된 국격 회복의 기회로 삼아 다시 한번 세계패권을 꿈꾸게 만든 것은 다름아닌 트럼프 행정부의 독불장군 식 "미국제일주의" 외교정책이 불러온 참화라는 해석이다. 게다가 중국은 국제기구인 WHO를 자신들의 선전창구용으로 아주 영리하게 써먹고 있어서  국제전문가들의 중국 현장답사 보고서라는 과학적 팩트(사실여부 불투명)에다가, 피해국들에 의료원조를 보내는 등 전염병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국제리더로서의 이미지 메이킹 이라는 정치적 프로파간다를 잘 버무려서 그들이 원하는 패권에 더욱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다음은 기사 전문이다.

 

Colum Lynch, Robbie Gramer 기자

 




 

UN주재 중국대사는 UN회원국들에, 중국은 전세계적으로 자국의 위신을 회복하기 위해, 코로나 바이러스 피해가 가장 극심한 지역 내 감염증 확산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주장하며, 빈곤국가들의 공공보건 시스템 개선을 돕기 위해 WHO(세계보건기구) 2천만 달러의 지원을 약속했다는 내용의 서신을 배포했다.

 

미국과 유럽이 대규모 확진 환자 급증에 대비하느라 여념이 없는 틈을 타서 전달된 이 메시지는, 자국영토 내부에서 시작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바이러스를 상대로 전세계가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다가 수요일, WHO가 공식적으로 팬데믹을 선언한 와중에, 중국정부가 자국의 브랜드 가치를 국제리더로 끌어올리기 위해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를 강조하고 있다.

 

본지가 입수한 이 편지는, 전염병이 엄청난 속도로 확산되는데도 속수무책이었던 초기 대응에 대해, 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이를 진화하기 위해 계산된 것으로 보인다.

 

"후베이와 우한에서 근본적으로 감염증 확산을 막아냈다"면서 장쥔(Zhang Jun) 중국 UN본부 대사는 "우리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 싸우기 위해 전 세계 지역사회들과 연대를 강화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다른192 UN회원국 대표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밝혔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거대 패권국가 사이의 외교전을 배경으로, 치명적인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의료진들 사이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데, 이는 양국 모두 이번 재난사태를 자국의 국제적 영향력 확장을 위해 이용하려 들고 있기 때문이다.

 

현시점에서 양국의 접근방식은 극명하게 대비된다. 중국의 강조점이 국제협력에 모아진 데 반해 백악관의 주안점은 첨예하게 엇갈린다. , 미국은 중국에 비난을 퍼붓는 데에만 이번 위기를 활용하느라 정작 바이러스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에 투입될 에너지 대부분을 소진했다. 그 밖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2년 전 유행병 대비부서를 폐쇄시켰으며, 최근에는 WHO에 대한 재정기부금의 대폭 삭감을 제안한 바 있다. 게다가 백악관은 지난달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 12 5천만 달러의 추가 예산 포함 - 25억 달러의 승인을 요청했는데, 이 안에는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있는 보건기구(WHO)나 국제적 대응조치를 조율하기 위해 설립된 다른 국제 프로그램들을 위한 자금은 들어있지 않다. 이번 주 기자회견에서 트럼프의 코로나 바이러스 태스크 포스팀과 그 수장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다른 파트너 국가들이나 국제기구와의 협력 필요성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더 이상 미국에게 국제적으로 COVID-19에 맞서 싸울 만큼 거대하고 효과적인 전략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한 민주당 의회 보좌관은 말했다. "이 행정부는 다자기구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 다만 동네북(희생양) 이나 효율성이라곤 일도 없는 돈먹는 하마로 취급할 뿐이다." 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 관료들에게 있어, 중국의 느려터지고, 은폐로 일관하던 감염증 초기대응 또한 그들이 수년간 밀어부친 내러티브에 딱 들어맞는다: 국제기구에서의 리더십을 봐도 그렇고, 유럽에 아주 정밀한 5G 통신네트워크를 구축 중인 중국 거대 기술기업 화웨이 사태를 보더라도, 게다가 개발도상국들을 향한 지원 및 투자방식만 봐도, 중국은 글로벌 리더로서 신뢰할 수 없는 국가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부르짖는 "미국 제일주의"에 비춰봤을때, 미국인들이 해외여행을 할 수 없게 되면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를 대통령이 직접 꺼낸바 있다. "다른 나라로 돌아다니면서 돈을 써대는 대신 집에 머물러 있는 미국인들이 생길 것이다.  이유는 일자리가 너무 많아서 일지도 모른다" 고 지난 금요일 대통령은 역설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은 "불행하게도 최상의 진료서비스를 활용하는 대신 우한에서 발생한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발병사실은 은폐되었다"고 지난 수요일 보수주의 연구기관인 헤리티지 재단에서 폭로했다. "지구촌 전체가 이 사태를 처리하는데 아마도 두 달은 족히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 바이러스에 "우한 바이러스"라는 꼬리표를 붙였는데 - 이 표현이 외국인혐오증을 조장한다고 주장하는 이들과 중국 관료들을 열 받게 만들었다 - 게다가 감염증 발병에 관한 정확한 데이터 수집을 위해 진행한 "중국 공산당과의 협업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짜증스러운 일이었고 그들의 반응이 그 증거"라며 씩씩댔다.

 

국제사회 움직임은 유엔이 전세계 주요 회의 및 모임을 축소하기 시작하면서 나타났다. 지난주 유엔은 뉴욕에서 열리는 여성의 권리에 관한 UN 주요 회의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부분을 연기함으로써, 여행을 계획했던 수천 명의 정부관료들과 여성인권옹호자들의 뉴욕방문을 막았다.

 

수요일 유엔인권이사회의 5인회 사무국은, 이사회 가운데 5개 지역별 대표들로 구성되는데, 기밀문서인 사무국 회의록에 따르면 올해 세션의 무기한 중단을 권고했다. 인권위 47개 회원국들은 목요일 이 결정에 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들이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에 관한 우려를 제기한 후 이 같은 결정이 이루어졌다.

 

한편 중국이 행사하는 유엔에서의 주도권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이미지 쇄신을 위해 계산된 것으로 보이는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처음 몇 달 간 그가 보여준 잘못된 초기대응으로 인한 국제적 비판에 직면해, 이를 모면할 필요성 때문이다. 당시 중국 정부당국은 적극적으로 신종 바이러스에 관한 정보를 숨기려 들었고, 경종을 울리려 했던 의사와 간호사들을 처벌했다.(보도에 따르면 중국 중앙선전부는 심지어 코로나 바이러스 대처에서 보여준 시주석의 리더십을 칭찬하는 책까지 만드는 중이라고 한다.)

 

"미국과 중국 모두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이번 위기를 지렛대로 삼고자 노력하고 있다." 고 싱크탱크인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담당 크리스틴 리박사는 밝혔다.


그러나 WHO와 같은 국제기구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할 필요성 때문에 거친 외교수사를 남발해가며 강도 높은 비난에 의존하는 것 말고는 국무부가 국가 영향력 강화를 위해 한 일은 거의 없다

 

미•중 양국이 정보와 노하우를 공유할 필요가 절실한 이런 시국에, 폼페이오 장관은 코로나바이러스를 우한 폐렴이라고 불러서 이미 껄끄러운 중국과의 관계를 더 복잡하게만 만들었다고, 또 다른 민주당 의회보좌관은 주장했다. 그는 전화 인터뷰를 통해 "우리 국무장관께서 학교 다니는 애들처럼 욕이나 퍼붓는 대신 흥분을 가라앉히고 어른스럽게 행동하시길 기대한다."고 비아냥댔다.

 

적어도 감염 진원지에서 바이러스가 누그러지고 있다는 징후를 확인하자, 시주석은 승리를 선언하기 위해 3 10일 우한으로 달려갔다. "시주석은 우리의 노력으로 후베이와 우한에서의 상황이 중요한 진전과 더불어 낙관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고 유엔주재 장 중국대사는 유엔 회원국 대표들에게 보내는 편지에 적고 있다.

 

장 대사는 바이러스와의 전투에서 국제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이 감염증은 이제 100개 이상의 국가로 퍼져서 12만 명 이상이 감염되었으며 4300명의 사망자를 만들어냈다. 그는 또한 "공중보건 응급사태는 모든 국가에게 공통된 도전"이며 "우리에게 현물원조를 보내주신 모든 국가와 국제기구에 감사하며, 이제는 우리 중국이 전염병에 감염된 여러 나라들에게 검사키트, 마스크, 보호장비 등의 의료품을 제공해주고 있다." 후에 장 대사는 기자에게 중국이 일본, 한국, 이태리에 의료진과 물품을 보냈다고 전해왔다. "우리는 같이 손잡고 하나됨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고 주장했다.

 

미 중 양국이 으르렁대며 쏟아내는 발언들은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전세계적 대응 조율을 관장하고 있는 최고 국제기구 WHO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비평가들은 세계보건기구가 이 감염병 대처에 있어 중국 쪽에 지나치게 물렁하게 대하고 있는데, 중국의 위기관리능력에 대해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퍼부어댔던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 예수스 사무총장이 특히 그렇다고 입을 모은다.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전세계적 보건비상사태를 정식으로 선언할 만큼 심각한 이번 위기의 초기 단계에서 WHO는 지나치게 굼뜬 움직임을 보였다는 비판에 직면해있다. 중국의 강력한 반발 때문에 WHO 전문가 위원회는 1 22일 회의에서 비상사태선포 동의안이 통과시킬 수 없었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나서야, 바이러스 확산에 관한 우려가 증폭되자 이에 등 떠밀려 마지못해 코로나 바이러스를 전세계적 보건 비상사태라고 선언하긴 했지만, 각국 정부에게는 중국과의 교역 및 여행을 지속해달라고 촉구했다. "지금은 연대할 때이지 낙인을 찍을 때가 아닙니다."라며 테드로스는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 25명의 국제전문가로 구성된 현지시찰단이 중국에서 가장 피해가 극심한 지역을 다녀와서, 조사단장인 WHO의 브루스 에일워드 박사는 베이징의 대응에 대해 지나칠 정도의 아부성 발언을 늘어놓았다. "중국 현지 병원들은 이곳 스위스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훌륭해 보였다,"며 그는 뉴욕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떠들어댔다. "인공호흡기는 몇 대가 있는지 물어보니 50개라고 답했다."

 

외교위원회 아시아 연구담당 마이클 콜린스 연구원은 이번 보고를 "과학과 정치의 결탁(fusion)"이라고 묘사했다. 그는 여기서 과학이란 기존에 알던 대로 이번 팬데믹의 진행과정이 흘러갔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중국의 대응이 효과적이었는지에 대한 정치적 판단으로 내가 충격을 받지는 않는다. 현실적으로는 관련이 있겠지만 말이다. 정작 내게 충격적인 것은 바로 WHO가 중국의 이미지 보수에 정말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 북경大에서 수학한 콜린스 박사는, 중국최고의 학문연구기관(북경대)에서조차 제대로 된 서비스나 장비도 아닌 것들을 위해 기나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던 유학시절을 떠올리며, 중국의 최신 의료시설에 대한 에일워드의 찬사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거기에 사는 사람이면 누구든지 중국에서 가장 가고 싶지 않는 곳이 바로 중국병원이란 사실을 알고 있다."

 

조지타운 大 로스쿨 산하 오닐 국가 및 세계보건법연구소의 로렌스 고스틴 연구소장은 "WHO의 성명서에는 어떤 단절이 존재한다" 면서 세계보건기구가 중국을 다루는데 있어 정통적인 인권보호 및 언론자유를 저버렸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WHO는 중국형 모델이 전세계적으로 모방되어야 한다며 중국찬양에 여념이 없다." 그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아직까지도 보건기구는 다른 모든 국가들에서 진행중인 여행제한을 권고하지 않고 있다.”

 

고스틴 소장과 다른 전문가들도 테드로스와 다른 WHO 최고 지도자들이 경쟁 국가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WHO 회원국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중국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던 와중에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두고 중국과 미국이 치고 받으며 싸우다가 결국에 가서는 이런 대규모 전염병에 대비하기 위해 설립한 국제기구의 기능을 약화시킬 지도 모른다고 두려워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뿐 아니라 모든 정부는 위기에 제대로 잘 대처하고 서로 싸우기 위해 이 위기를 활용하려는 시도를 초월해서 마음을 합해 협력할 방안을 강구해야만 한다."고 전 국제통화기금(IMF) 고위간부이자 대서양 협의회 선임연구원인 흥 트랜은 말하면서도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불행히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이주희 dane726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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