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더 캐피털’지 편집장이며 ‘방글라데시 해방 전쟁의 신화와 실제’, ‘방글라데시 쿠데타와 CIA’의 저자이기도 한 B. Z. 카스루는 지난 1월 13일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만 인정한다면 북한이 핵보유국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다소 파격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북한의 핵무기에 대한 집착은 역사적으로 강대국의 위협을 느낀 작은 나라들이 일반적으로 취하는 전략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며, 아마도 중국만 용인한다면 김정은의 도박은 성공할 지도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0년간 핵무기 때문에 최소한 3개의 거대한 전쟁이 억제되었다고 했는데, 인도-파키스탄, 러시아-나토, 미국-북한, 그리고 좀 더 범위를 넓히자면 미국-중국도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핵무기는 또한 이스라엘과 이란을 포함한 아랍국가들 간의 군사적 충돌을 막는 역할을 하기도 했으며, 만일 아프간이 핵폭탄을 가지고 있었다면 1978년 소련의 침공을 받지도 않았을 것이고, 그 후 40년간 이어진 소련의 괴롭힘도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그는 이라크에게 핵폭탄이 있었다면 백만명에 가까운 이라크 국민과 5,000명의 미국인이 전쟁으로 희생될 일도 없었을 것이라며, 핵무기는 사실상 국가간 전면전을 예방하는 '최고의 명약'이라고 주장했다.
파키스탄 역시 핵무기 선제 사용 금지 조약을 거부했기 때문에 인도와 수많은 소규모 국경분쟁을 겪으면서도 전면전으로 치닫지 않을 수 있었고, 파키스탄 입장에서는 핵무기를 개발함으로써 재래식 전력이 훨씬 앞선 인도에 맞설 수 있었다고 지적한다.
또한 ‘러시아가 핵무기를 갖지 않았다면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미국 주축의 나토군이 강력한 군사력을 행사해 러시아를 크림 반도 밖으로 쫓아냈을 것이다. 당시 푸틴 대통령이 우리는 핵을 가지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자 나토군은 움찔할 수 밖에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북한을 예로 들며, ‘북한 역시 작은 나라도 핵을 가지면 강대국 앞에서 큰소리 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비근한 예다. 북한은 자기들에게 핵폭탄이나 중국의 핵우산이 없다면 이라크처럼 미국에게 멸망 당하리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며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한, 미국이 군사적 공격을 실시할 가능성은 낮아진다’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전략은 자살 공격이 아니므로 실제 핵으로 미국을 공격할 일은 없고, 미 대통령 트럼프 역시 전 정권들이 그랬던 것처럼 북한의 위협을 파괴하기보다 억제하는 길을 택하려 할 것이라고 보며, ‘트럼프와 김정은 모두 입으로는 온갖 공격적인 표현을 쏟아내지만, 손을 핵 단추 위에 올려놓지는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핵 문제의 주요 이해 당사국을 미국, 북한, 한국, 중국으로 규정하고, 미국의 목표는 북한의 비핵화, 북한의 목표는 핵보유국이 되어 남한을 자신의 통제 아래 두는 것, 남한의 목표는 현재의 상태를 유지한 채 북한이 비핵화되는 것, 그리고 중국은 북한 주도의 통일 한국을 원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렇게 서로의 셈법이 복잡한 가운데 과연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인가? 그는 독일 통일의 공식을 고려해야 한다며, 우선 미국이 동독과 그랬던 것처럼 북한과 외교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좋고 싫고를 떠나서, 북한이 비핵화에 동의한다는 것은 꿈에 가깝다. 북한에게 핵무기는 이제 협상수단의 차원을 넘어 국가의 존립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엄청난 비용과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강대국과의 재래식 무기 경쟁을 단번에 뛰어넘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핵무기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그리고 미국이 계속해서 북한에게 비핵화를 강요할 경우, 김정은은 오히려 ‘왜 이스라엘에게는 똑같은 규칙을 적용하지 않느냐’고 반박해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과연 중국은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할 수 있냐'는 것이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면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제멋대로 행동할지 모른다고 우려할까? 그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며 ‘만약의 경우, 북한이 핵무기로 미국을 위협한다면 중국은 절대로 그런 북한을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김정은의 목표는 핵을 이용해서 남한을 지배하는 것이지 미국과 싸우자는 것이 아니다. 핵무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로부터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라고 그는 거듭 강조했다.
(번역 ; 글로벌디펜스뉴스 외신번역기자 이정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