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산업 발전을 위한 방산원가 패러다임의 전환

  • 등록 2015.09.19 02: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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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청 현역 군인 최초 법원 원가감정인으로 위촉된 최기일 소령

                                  
                                    방위사업청 육군 소령(진) 최기일
                                                                                          

자본주의 국가에서 근간이 되는 경제 논리 중 첫 번째가 애덤 스미스(Adam Smith)의 “보이지 않는 손”이다. 이는 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원칙 하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여 시장경제의 중심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국가안보와 국방을 위한 방위산업에서는 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국가 방위산업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민간의 시장논리를 단순 적용하여 접근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방위산업은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국방분야로서 독점적 수요자인 정부와 소수 또는 독점적 공급자인 방산업체로 구성되며, 일반시장에서 유통되지 않는 특수한 사양의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방산물자 특성상 대다수가 경쟁계약이 아닌 수의계약이나 개산계약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실발생 원가자료를 근거로 하여 협상에 의해 계약금액이 결정되는 방식이므로 정교한 원가계산이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방위산업에서 시장의 일반적인 수요와 공급의 원칙이 작동하려면, 방산업체에서 가격이나 투자의사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방위산업은 기본적으로 정부 수요독점이므로 공급자가 가격과 공급량을 결정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제품개발도 수요자의 주문에 따라 이루어지고, 개발비용도 주문자가 일일이 발생원가를 계산해 지급한다.

이렇듯 실발생 비용에 대한 원가를 보상하는 원칙 하에서 공급자는 기술혁신을 통해 원가를 절감해야할 하등의 이유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원가를 높여야만 이윤이 커지는 반대유인이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방산업체는 실제 발생된 원가를 과다계상하려는 요인이 커질 수밖에 없고, 원가부정의 애매한 중간선상에서 정부와 미묘한 줄다리기를 해야만 한다.

이러한 방산원가의 제도적 특수성에서 기인하여 원가부정 또는 원가비리가 발생하게 되는 측면도 무시할 수가 없는 것이다. 원가부정의 행위를 근본적으로 차단 및 예방하기 위한 법률을 법제화하는 것도 시사하는 바가 있겠으나, 방산원가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해 원점에서 면밀하게 전면적인 검토를 해야 할 시기가 아닌가 싶다.

원가부정은 방위산업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초래하고 국방 전력사업의 기반을 흔들 수 있는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원가부정과 비리의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려면, 시장원리를 도입하여 경쟁입찰을 통해서 확정계약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줄곧 무게감 있게 논의되어 왔다.

물론, 1970년대부터 40여년 간 지속되어온 방산원가 제도를 당장 개혁하기에는 분명 무리가 따를 것이나, 지금까지 드러난 방산원가는 제도적 한계점에 봉착해 있다. 방산물자를 일반물자와 마찬가지로 시장의 경쟁으로만 추진하기에는 수많은 제약과 한계도 존재하지만, 시대적 흐름과 산업의 환경이 급변하는 작금의 시대에 과거 방식만을 고수하기에도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오로지 방산원가로 구매가격을 결정해야 하는 방위산업의 특성과 한계를 정부와 방산업체 모두가 머리를 모아 슬기롭게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앞으로 방산원가는 적정한 공정원가를 산정하여 방위산업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원가부정의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예방하는 역할을 통해 공정하고 투명한 방위산업 육성에 기여해야 하겠다. 또한, 국방예산의 절감과 높은 신뢰성을 바탕으로 정당한 구매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기반 마련에 공헌해야 할 것이다.

무릇 모든 정책에는 때가 있는 법이다. 이제는 정부와 방산업체 간 시각과 견해 차이를 좁혀가야 하고, 발전적 상생관계를 구상해 나아가야 하는 시기이다. 방산원가는 원가를 부풀릴수록 이익이 커지는 구조가 아니라는 인식을 같이 할 필요가 있다. 원가절감 시 하도급 업체의 경우는 적정원가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되고, 절감된 비용에 따라 가격경쟁력이 신장되어 해외수출에 기여하게 될 뿐만 아니라 우리 군의 장비유지비 절감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원가를 부풀려서 남는 이익보다도 절감을 통해 남는 이익이 더 커지도록 제도를 함께 고안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즉, 생산성 향상과 경영 효율화를 통해 원가절감과 합리적인 이윤이 동시에 확보되도록 해야 한다. 이는 결국 우리 방위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 될 것이다.

국가 방위산업은 튼튼한 안보 기반을 이루고, 대한민국의 산업발전과 경제성장의 핵심동력이 되어야만 한다. 따라서 새로운 시대와 환경에 걸맞게 방산원가의 패러다임도 변화해야만 할 것이다. 방위산업 40년의 발자취를 되돌아보며, 장차 미래 백년대계를 새롭게 설계해야 하겠다. 


                                                < 필자 약력>

숭실대학교 회계학과 졸업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학과(MBA) 졸업
중앙대학교 대학원 HRD 박사과정
건국대학교 대학원 방위사업학과 박사과정 수료
국가공인 원가분석사 
국방대학교 국방관리대학원 초빙강사
한국원가분석사회 교육원 겸임교수 및 운영위원
한수원·기상청·조달청 전문 자문위원 
법원원가검정인 위촉
원가분석사 자격시험 출제위원(장) 
한국원가관리협회 교육검정위원 
군인가족 생활수기 공모전 심사위원 
건국대학교 미래지식교육원 시간강사 
조달계약사, 원가관리사, 행정사, 회계/세무실무사, 전산 세무회계, 심리상담사 1급, 친절지도사 
연구실적 논문 26편
공인회계사 및 세무사 시험 1차 면제, 경영지도사 1차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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