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회의장님, 선배․동료 의원 여러분! 그리고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여러분! 서울 서대문구 을 출신 정두언 의원입니다.
총리님,
오늘 저는 이 자리를 통해서 총리님께 대정부질문이 아니라, 국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실 수 있도록 조언해드리려고 합니다. 특히 외교·통일·안보 분야에서 총리님께서 반드시 챙겨야 할 일들 몇 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총리께서 이런 일을 하실 때 비로소 국민들은 ‘아, 우리나라의 총리가 이제야 자기의 역할을 하는구나’라고 인정할 거라 믿습니다.
첫째, 이제는 가뭄대책을 넘어서 ‘물 안보’라고 까지 할 정도로 심각해진 물 부족 사태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최근 3년 연속 가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마른장마라는 새로운 기상현상이 3년째 반복되고 있습니다. 더 문제는 이것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10년 이상 지속되는 ‘메가 가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물 부족 사태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해 세계 곳곳이 겪는 지구촌 문제이기도 합니다.
총리님도 아시다시피 우리나라에서 사과는 대구 사과가 상한선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강원도 양구 사과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한반도가 아열대지구화되면서 이제 우리나라는 중부지방을 경계로 중부 이북은 심각한 물부족 지대로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금년도 9월까지 서울지역 강수량은 577mm로 동기 평균 강수량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고(43.5%) 있습니다. 최근 한강수계 댐 저수량은 예년의 66% 수준으로 금년도 6월 팔당 방류량은 최소기준 124CMS(Cubic Meter per Second)보다 현저히 낮은 80CMS를 기록함으로써 최악의 갈수상황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충남 서북부 식수원인 보령댐의 경우는 22.3%의 저수율을 보여 인접 시·군이 10. 8부터 제한급수를 실시중입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경우 녹조류 대발생 등 수질악화 사태도 피할 수 없게 됩니다.
이에 대한 대책을 말씀드리면, ➀ 1억 톤 미만의 환경댐 건설 및 지하댐 건설, ➁ 하수 재처리 이용, 빗물 이용 확대, 해수 담수화 등 수자원 다변화 기술 개발 ③ 한강-낙동강-금강 수계 연결, ④ 남북협력으로 수자원 추가 확보 등이 있습니다. 이 중 4번째 대책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북한은 금강산의 임남댐 건설로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한강수계의 수자원이 12% 감소했습니다. 북한이 가뭄시기에 임남댐 방류로 수자원을 공급하면, 우리가 전력을 공급하고 상하수도 시설을 건설해주는 수자원공동개발 사업을 통해서 남북 모두가 윈윈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뭄은 큰 위기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물 관리 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물 관련 산업을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도약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종합적인 물 부족 대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을 위한 ‘가뭄대책법’의 마련이 긴요한 실정입니다.
총리님,
다음으로 국방개혁과 관련된 몇 가지 중요하고도 시급한 일들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총리님도 아시겠지만, 우리나라는 모든 정부마다 국방개혁을 외쳐왔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곧 국방개혁이 안되고 있다는 반증 아니겠습니까. 이 정부도 창조국방이라는 이름으로 국방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것이 성공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습니다. 왜 그럴까요? 모름지기 개혁이란 기득권 구조를 바꾸는 것이 관건인데, 그 기득권 구조를 그대로 유지한 채 그 안에서 개혁을 한다고 하니 아무 것도 안 되는 것이지요.
제가 비록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국방위원장을 맡고 보니 그것이 더욱 분명해지더군요. 일례를 들어 보겠습니다. 지난 국방부 국감 때 일입니다. 국감증인으로 참석한 국방부 간부와 산하 기관장들이 모두 43명이었습니다. 이 중 민간인 10명이 일반대학 출신이고, 나머지 군인들은 사관학교 출신이었습니다. 그런데 사관학교 출신 33명 중 간호사관학교, 3사관학교, 해군사관학교 각 1명을 빼고, 나머지 30명이 전원 육군사관학교 출신이었습니다. 이건 국방부가 아니라 ‘육방부’요 ‘육사부’지요. 이래놓고 국방개혁이 되겠습니까?
총리님, 저는 확신합니다. 우리나라가 국방개혁을 하려면, 그 선결 조건으로 문민 국방부 장관이 나와야 합니다. 소위 선진국가의 국방부 장관이 모두 군인출신이 아니고 민간인들인 이유가 뭐겠습니까? 미안한 얘기지만 지금 우리 군은 국민의 군대라기보다는 군인의 군대, 그것도 사관학교의 군대라는 비판이 많습니다. 문민 국방부 장관에 대해 동의하십니까?
총리님,
방위사업과 관련된 계속되는 비리로 우리 군의 무기체계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습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상황입니다만, 분명한 것이 있습니다. 이제 방위사업청은 그 기능을 상실했다는 것입니다. 방위사업청을 저대로 두고 이리저리 부분적으로 손을 대 본들 이제는 백년하청이라는 게 우리 국방위 소속 의원들 다수의 의견입니다.
답은 단순합니다. 일단 방위사업 업무를 다시 국방부로 가져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방위사업청의 비리는 일부 부패한 군인보다는 기관장의 책임성 결여가 문제의 본질입니다. 다소 복잡한 얘기입니다만, 국방부-방사청-각 군의 상호관계는 상하관계도 수평관계도 아닌 애매모호한 관계로서 역할 및 책임 분담이 불명확합니다. 긴 얘기를 줄이면, 국방장관이 책임지고 방사청 업무를 수행하도록 방사청을 폐지하고 국방부에 획득차관제를 신설하여 이 업무를 맡기는 것이 급선무요 일의 출발이라는 것입니다. ‘아니, 부패한 군인들에게 그 업무를 다시 맡긴다는 말인가’하는 국민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큰 장애요 부담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 문제는 국방부가 아니라 총리나 대통령이 풀어야할 일이라는 것입니다. 총리께서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총리님,
차세대 전투기 사업인 KF-X 사업이 핵심기술이전 불가 문제 등으로 큰 난관에 봉착하여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많은 언론 등에서 지적하는 내용을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미국과 유럽의 기술 강국들조차 20~30년 걸린 전투기 개발 사업을, 한 번도 만들어 보지 않은 우리가 독자적으로 10년 만에 마치겠다는 계획 자체가 무리수다. 다만, 핵심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개발은 필요하다”
관련된 기관들인 국방부, 방사청, 공군, 국방과학연구소, KAI 등은 이 사업과 관련해서 공통적으로 ‘문제는 있으나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총리께서 아셔야 할 것은, 이 기관들은 이 사업을 추진해왔던 주체들로서 이 사업을 전면 재검토 한다는 것은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즉 이들은 죽으나 사나, ‘가능하니, 하자’고 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총리께서는 이 정부나 박근혜 대통령이 국방분야에서 엄청난 오점을 남기지 않도록 해야 할 책임이 있지 않습니까? 어떻습니까?
총리님,
현재 KDI 교수로 있는 이주호 前 교과부 장관은 최근 모병제와 징병제를 절충한 ‘군 인력체계 개편 방안’을 국회에서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주호 교수는 “우리나라 군 인력에 관한 논의는 그 동안 병사의 양적 감축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2022년까지 향후 7년 동안 무려 12만의 병사를 감축하는 방안이 근본적인 체제 변화에 대한 진지한 모색도 없이 단순히 병사 수만 줄이는 것으로 진행되어 왔다”며, “이것은 우리 국방력을 크게 약화시키고 북한과 대치하는 상황에서 우리 안보가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이 교수는 “2020년을 목표로 15만 여명의 전문병사를 도입하되, 일반병사는 12개월로 군 복무 기간을 단축시키고 2022년부터 15만 여명으로 유지함으로써 총 30만 명의 군 인력체제를 확립하는 방안을 병력수급 전망에 근거하여 제시” 합니다. 이렇게 모병제와 징병제의 장점을 균형 있게 혼합한 방식을 제안함으로써 내부적 반발과 외부적 충격에 대처하는 동시에 그 동안 양 극단으로 나누어져 큰 진전이 없었던 군 인력체제 개편에 대한 논의 구조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이 교수의 추정에 의하면 일반병사 복무기간을 21개월에서 12개월로 단축함에 따른 경제 효과는 4조 6,400억 원에서 9조 3,300억 원까지여서 전문병사 도입에 따른 총 급여 부담 1조 8,900억 원에서 3조 2,000억 원까지의 추계 액수에 비해 약 3배 이상 입니다. 다시 말하면, 전문병사 도입에 따른 병사 급여의 증가로 인한 재정 부담의 증가에 비하여, 일반병사의 복무기간 단축에 따라서 개개인이 군 입대로 인한 공백기에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는 기회비용과 그 이후 생애에 걸쳐서 발생하는 경력손실에 따른 임금손실분을 절감하게 되는 경제 효과가 훨씬 크다는 것입니다.
이 교수는 “경제적 합리성만으로는 군 인력 체제 개편의 성공을 보장하지 못하며 군 인력 체제개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극복할 수 있는 정책적, 군사적, 정치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정책적으로는, 병사의 인사관리 체제를 급여, 승진, 훈련, 여성인력, 근무환경, 인권, 안전, 모집 및 경력관리, 등 모든 차원에서 선진화하고, 군사적으로는, 군 인력체제 개편과정에서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가 일어나지 않도록 군 구조 개편 및 무기체계의 첨단기술화는 물론이고 예비군 전력의 실질적 강화 방안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하며, 정치적으로는, 군 인력 체제개편의 전 과정을 설계하고, 추진하고, 점검하고, 개선해 나갈 변화관리 전략과 운영 주체를 명확히 설정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강한 정치적 리더십이 발휘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문제 역시 앞서 든 이유 등으로 국방부에 맡길 일은 아니고, 대통령이 정리해주어야 할 일이기 때문에 총리의 역할이 필요한 분야라 생각됩니다.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총리님,
방산비리는 하나의 빈틈없이 단호하게 척결해 나가야 한다고 봅니다만, 방위산업의 발전을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방위산업의 생산규모는 약 11조원 수준(2010년 기준)으로 1인당 생산액도 3.2억 원 수준에 불과합니다. 일반 제조업의 평균 생산액 7.7억 원의 41% 수준입니다. 방산수출도 지난 5년 동안 꾸준히 증가해 왔고 작년에는 36억불까지 올라갔으나, 금년에는 9월말 현재 19억불 수준에 불과합니다.
방위산업은 대규모 장치산업이기 때문에 가동률이 낮아지면 좋은 품질의 무기를 기대하기 어렵고 국가안보의 기반도 흔들리게 됩니다. 재정적자가 커지는 상황에서 방산구매예산을 계속 늘려 나가기도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현재 방위산업이 처해있는 제반 여건을 고려할 때 방산수출이 더 이상 지체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총리님, 방산수출 확대가 시급하다는 본 의원의 지적에 동의하시겠지요?